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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에 ‘문제없다’ 단언한 KBS(2016.10.4)
등록 2016.10.04 22:40
조회 611
 3일, 서울대학교 병원 특별조사위원회는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윤성 위원장은 ‘외인사’를 사인으로 인정했지만 백선하 주치의는 유족의 연명 치료 거부가 사망의 원인이라며 유족을 탓했다. 기자회견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KBS는 ‘사망진단서 문제없다’라는 단정적 보도 제목과 함께 이윤성 위원장의 ‘외인사’ 인정 발언은 쏙 빼고, 백선하 주치의의 주장만 보도했다. 심지어 유족 측 반박조차 싣지 않았다. 이는 TV조선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9월 30일에는 국방부가 성주 롯데 골프장으로 사드 배치 부지를 변경했는데 KBS, MBC는 또 정부 입장만 받아썼고 TV조선, 채널A는 김천시민과 성주군민을 ‘갈라치기’했다. TV조선과 채널A의 태도는 김천시민들을 고립시켜 사드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 l 백남기 농민 관련 보도
1일,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범국민 집회가 대학로 일대에서 개최됐다. 유족과 가톨릭농민회는 물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민주노총 등 노동계, 백남기 농민 추모 청소년모임까지 백남기 투쟁본부 추산 1만 5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경찰에 부검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들은 집회 후 고인이 물대포에 쓰러진 르메이에르 빌딩 앞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추모제를 열고자 했으나 경찰이 “금지 통고된 길”이라며 길을 막아 종각역에서 헌화를 했다.
추모 집회에 앞서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학교 병원이 고인의 건강상태를 유족이 아닌 경찰에 먼저 알렸다며 답변을 요구했다. 지난 7월 17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백씨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유가족들이 듣지 못했는데도 밤 9시쯤 경찰 정보관으로부터 “백남기 선생님이 위독하시다면서요?”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30일과 1일에 걸쳐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 및 동문이 각각 성명을 내고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가 ‘사인 왜곡’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1일, 서울대병원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3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특조위는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수정은 거부해 논란만 더 키운 셈이 됐다. 

 

“진단서 문제없다”는 KBS
‧ KBS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문제없다”>(10/3, 19번째, 김유대 기자,
https://bit.ly/2cOvhFo)
30일부터 3일까지, 백남기 농민이 잠든 서울대학교 병원의 분위기는 급박하게 흘러갔다. 특히 3일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의 사망진단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윤성 위원장은 사망 구분을 ‘외인사’로 해야 한다면서도 주치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태 해결의 책임을 모두 회피한 것이다.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유족의 반대로 연명 치료를 하지 못해 백 농민이 사망했다며 죽음의 책임을 유족에 떠넘겨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백민주화 씨 등 유족은 수혈과 승압제 등 병원의 치료를 그대로 따랐고, 입원 당시부터 백 교수 등 의료진이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으므로 무의미한 투석만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백남기 농민이 의식을 잃은 근본 원인이 경찰 물대포로 인한 외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축소 보도’라 할 수 있다. 채널A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고 KBS, MBC, TV조선, MBN, YTN, 연합뉴스TV는 단 1건의 보도로 서울대병원 측 입장을 받아쓰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은 이윤성 위원장의 ‘외인사’ 인정 발언이 아닌 ‘진단서에 문제없다’는 입장에 초점을 맞췄고 백선하 교수의 ‘연명 치료 거부로 인한 병사’ 주장에 대한 반박조차 싣지 않았다. 심지어 연합뉴스TV는 이를 단신 1건으로 갈음했다. 사망진단서 오류에 초점을 맞춘 방송사는 SBS와 JTBC뿐이다. 두 방송사는 보도량도 각 2건, 9건으로 1건에 그친 타사보다 적극적이었다.


KBS와 연합뉴스TV의 경우 제목부터 황당하다. KBS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문제없다”>(10/3), 연합뉴스TV <단신/ '백남기씨 사망 8일 만에 입 연 주치의…"진단서 문제 없다">(10/3, 11번째, https://bit.ly/2cPwJYa)는 제목부터 사망진단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타사는 모두 유족의 반발이나 사망진단서가 작성 지침을 어겼다는 대목을 병기해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 했으나 유독 KBS와 연합뉴스TV만 “사망진단서 문제없다”는 단정적 표현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 3일,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논란 해명 기자회견 관련 방송 보도 제목 비교(10/3)

 

최악의 보도를 꼽자면 KBS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문제없다”>(10/3)이다. 김민정 앵커는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가 지침과는 다르게 작성됐지만, 진단서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의료진에 대한 외압도 없었다고 밝혔”다며 운을 뗐다. 김유대 기자의 보도 첫 마디도 “서울대 의대 특별조사위원회는 사망진단서 내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이렇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강조한 후에야 “다만 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는 다르게 작성됐다고 지적”했음을 전했고 곧바로 “의료진에게 외압은 없었다면서 병사로 기록한 경위를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나보고 쓰라고 했다면 외인사로 기재했겠다”라고 말해 사실상 사망진단서 ‘사인 왜곡’을 인정한 이윤성 위원장의 발언은 보도에서 쏙 빼버렸다. 오히려 KBS는 “환자 가족들이 적극적 치료를 원치 않아 체외 투석 등을 못했다. 고인 사망 종류를 병사로 표기했다”라며 ‘병사’ 표기의 책임을 유족에게 돌린 주치의 백선하 교수의 발언을 보여주면서 이에 대한 유족 측 반박마저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백 씨의 유족과 대책위원회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는 설명과 “안해도 되는 수술하게 하고 그 의도는 결국 병사라는 진단서를 쓰기 위해서였던가”라는 유족 측 김경일 전문의의 발언 장면이 전부였다. 이는 입원 직후 뇌사 판정을 내리고 수술 당시부터 줄곧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연명 치료의 무의미함을 스스로 인정했던 백선하 교수의 무책임을 은폐한 것이다.

 

△ 서울대병원의 ‘외인사’ 인정은 쏙 빼고 ‘사망진단서 논란’일 축한 KBS‧연합뉴스TV(10/3)

 

 

연합뉴스TV는 단신으로 기자회견을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형태와 차이는 있지만 진단서 자체에 큰 문제는 없고 외압도 작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요약했다. 이윤성 위원장의 ‘외인사 인정 발언’과 백선하 교수의 ‘연명 치료 거부가 사망 원인’ 발언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TV조선도 사실상 서울대병원 편에 섰다. TV조선 역시 ‘외인사’가 옳다고 인정한 이윤성 위원장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고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시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을 하게 되었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랐을 것”이라는 백선하 교수의 입장을 강조했다. TV조선도 KBS처럼 유족 측의 반박을 “백씨 유족과 '투쟁본부'는 서울대병원이 책임을 유가족에게 돌린다며 반발”이라는 짧은 설명으로 갈음했다. 


그간 백남기 농민에 대해 극도의 무관심으로 일관한 MBC는 그나마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선행원사인이 급성격막과 출혈이면 외인사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진단서 작성 지침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라는 이윤성 위원장 발언을 보여줬다. 또한 백선하 교수가 유족의 연명 치료 거부를 지적한 데 대해 “유족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살릴 수 있었는데 가족거부로 못 살렸다고 하는 건 변명이라고 반박”했다고도 전했다. 이것도 부실한 보도이지만 그래도 MBC가 KBS, TV조선보다는 충실한 셈이다. MBN과 YTN도 MBC 보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울대병원의 오류 조목조목 지적한 SBS, ‘외인사’ 공식입장 확인한 JTBC
그동안 ‘사인 왜곡’ 논란에 적극성을 보였던 JTBC는 이번에도 제 역할을 다했다. JTBC는 이날 무려 9건으로 ‘사인 왜곡’ 논란을 다뤘다. 이 중 JTBC <“부원장‧주치의 상의해 작성”>(10/3, 2번째, 서효정 기자, https://bit.ly/2dEosST)는 백 농민의 의무기록을 입수하여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권 모 레지던트가 “진료부원장 신찬수 교수, 주치의 백선하 교수와 상의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누구와 상의했다는 기록을 사망진단서에 남기는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망진단서 사인 왜곡 논란에 빗발치는 ‘외압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외압 의혹’은 타사가 모두 무시하고 있는 사안이다.

 

△ 서울대병원의 공식입장 ‘외인사’로 인정하게 한 JTBC(10/3)

 

3일 JTBC 보도의 하이라이트는 이윤성 위원장을 직접 인터뷰 한 <사견은 외인사, 공식입장은 병사…왜?>(10/3, 2부 3번째, 이윤성 위원장, https://bit.ly/2dEoERW)이다. 여기서 손석희 앵커는 “특별조사위원회 내에 있는 다른 교수들께서도 대체적으로 이윤성 위원장의 입장에 동의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서울대, 백 교수 개인의 입장은 병사라고 하지만 서울대가 꾸린 특별조사위원회의 대체적인 의견이 외인사라면 지금 서울대 의견은 외인사라고 해석해도 됩니까?”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백선하 주치의만 ‘병사’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의 공식적 입장은 ‘외인사’를 인정한 것이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그렇습니다”고 수긍하여 “주치의인 백선아 교수는 병사, 그러나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소속된 서울대는 명확하게 외인사”라는 결론에 동의했다. JTBC 인터뷰가 기자회견에서 개인적 의견에 그쳤던 ‘외인사’ 인정 여부를 서울대병원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이는 JTBC가 백선하 주치의의 ‘병사’ 결정이 부당함을 서울대병원 스스로 입증하게 한 셈이다.


‘사인 왜곡’ 관련 단독보도를 냈다. SBS도 지상파 방송사의 체면을 홀로 지켰다. SBS <환자 가족이 적극적인 치료 거부해 병사?>(10/3, 5번째, 조동찬 기자, https://bit.ly/2cPeblM)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합병증 자체가 뇌출혈로 왔는데,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연명치료를 거부했다고 사망원인을 그것으로 돌리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게 법의학자의 견해”라며 백선하 주치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주치의도 신장 투석이 환자를 회복시키는 치료가 아니라 생명을 연장시키는 치료임을 오늘(3일) 인정”했다며 타사가 전하지 않은 소식도 덧붙였다.

 

추모 대신 ‘충돌’만 보도한 TV조선‧채널A
‧ TV조선 <주말 대규모 도심 집회…일부 ‘몸싸움’>(10/1, 4번째, 이다솜 기자,
https://bit.ly/2dvhLGb)
‧ 채널A <“백남기 추모” 광화문 집회 ‘몸살’>(10/1, 톱보도, 김기정 기자,
https://bit.ly/2dhUIR6)
범국민 추모 대회가 있었던 1일, TV조선과 채널A는 ‘충돌’만 보도했다. TV조선 <주말 대규모 도심 집회…일부 ‘몸싸움’>(10/1), 채널A <“백남기 추모” 광화문 집회 ‘몸살’>(10/1)는 제목에 ‘몸싸움’ ‘몸살’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반면 두 방송사는 30일과 1일에 걸쳐 공개된 서울대 의대생들의 사망진단서 비판 성명은 외면했다. ‘사인 왜곡’에는 눈감고 케케묵은 ‘민폐’ 프레임만 집중한 것이다.
TV조선은 중계차를 연결하여 “지금 광화문광장에서는 저녁 7시부터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를 열고 있습니다. 고 백남기씨 유족 측과 민노총도 도심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갖고 문화제에 합류”했다고 전한 후 “민노총이 먼저 정부의 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고, 이어 진행된 고 백남기씨 추모대회에선 경찰의 부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추모 집회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는 여기서 언급된 “부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대목뿐
이다. TV조선은 “행진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96개 중대 7600명과 함께 청와대 방향으로 차벽을 세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몸싸움’을 전하고 경찰의 ‘청와대 경호’ 실황까지 중계했다.


집회를 ‘몸살’로 묘사한 채널A는 더 심각하다. 채널A도 중계차를 통해 실시간 보도를 했는데 리포트 초반부터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은 아직 광화문 광장 진출을 위해 차벽을 쌓고 막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치 상황’부터 긴급 타전했다. 화면으로 계속 대치 상황을 보여준 채널A는 “당초 집회 주최 측은 청계천 부근까지만 거리 행진을 신고”했다며 경찰의 차벽을 정당화 했고 “대치와 몸싸움을 반복하다가 지금은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차 충돌을 부각했다. 보도 말미에는 “집회는 오늘 밤늦게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충돌 가능성’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백 민주화 씨의 발언 등 추모 집회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


반면 MBN은 <“백남기 부검 반대”…경찰과 충돌>(10/1, 17번째, 전남주 기자, https://bit.ly/2dJG4Ok)에서 집회 소식과 함께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 102명이 어제 병원 측에 오류 수정을 요구한 가운데, 오늘도 의과대학 동문 365명이 백 씨의 사망진단서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SBS는 30일 서울대 의대생들의 성명을 보도했고 1일 집회 보도에서는 “사인의 증거가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의 시신을 또다시 수술대에 올려 훼손시키고 싶겠습니까”라는 백민주화 씨 발언 장면을 보여주는 등 균형을 맞췄다. JTBC는 30일부터 2일까지 총 6건의 보도로 서울대 의대생들의 성명을 비롯한 ‘사인 왜곡’ 논란에 집중했다. YTN과 연합뉴스TV는 단신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짧게 언급만 했다.

 

또 ‘무보도’…은폐하기로 작정한 KBS‧MBC
공영방송 KBS, MBC는 또 침묵했다. 25일 고인의 사망 당시부터 경찰의 부검 시도가 이어졌고 사망진단서 사인 왜곡 등 부검의 부당함을 알리는 정황이 날마다 새로 드러났지만 두 방송사는 견고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9개 방송사 보도량과 보도비중 비교(9/30~10/3) 0.5건은 단신, 1건은 리포트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MBC는 의도적인 외면에 가깝다. 25일과 26일에 걸쳐 단신 1건씩만 냈던 MBC는 이후 줄곧 보도가 없다가,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 논란 기자회견이 있었던 3일 겨우 1건을 추가했다. 부검영장이 발부된 28일에도, 서울대 의대생들의 ‘사인 왜곡 비판’ 성명이 나온 30일에도, 첫 범국민 추모 대회가 열린 10월 1일에도 MBC는 침묵했다. 이는 KBS도 마찬가지이다.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의 기자회견을 외면하고 ‘집회 충돌’만 1건 보도한 채널A도 국가폭력을 은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 뿐 아니라 SBS와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 모두가 서울대병원의 사인 왜곡 의혹을 외면하면서 KBS, MBC, 채널A와 다를 바 없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30일부터 3일까지 총 15건을 보도한 JTBC이다. JTBC는 30일부터 2일까지, 총 6건의 보도로 사망진단서 논란을 구체적으로 다뤘고 3일에도 9건을 서울대병원 기자회견 비판에 할애했다. JTBC <서울대 의대생들 “사망진단서 해명해야”>(9/30, 9번째, 이가혁 기자, https://bit.ly/2dHvJ9x)는 “경찰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백씨가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 “사인은 명백히 외인사”라며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서울대 의대생들의 소식을 전했다. 이 보도는 “지난 5월 취임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이어서 대책위 측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음날 JTBC <서울대 의대 동문들 ‘병사’ 진단에 화살>(10/1, 3번째, 최규진 기자, https://bit.ly/2dJFUq8)은 “어제(30일) 서울대 의대생들이 사인이 왜곡됐다며 성명서를 냈습니다. 오늘은 성명에 동참한 재학생이 200명을 넘어섰고 졸업생 365명도 동참”했다면서 “서울대병원의 사인 왜곡 논란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JTBC는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적은 건 원칙에 어긋나는 것” “외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백씨 같은 경우엔 외인사로 진단하는 게 의대생들이 배우는 원칙”이라고 밝힌 “서울대 의대 윤현배 교수가 SNS에 올린 성명서”를 먼저 보여준 후 “365명의 서울대 의대 졸업생들이 실명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커지는 해명 요구에도 서울대병원 측은 백씨 사인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족 측에 의하면 병원 측은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수정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입장을 3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반복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2 l 사드 배치 관련 보도
9월 30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7월 13일, 성주군 성산포대를 배치 부지로 결정한 지 80여일 만에 ‘제3후보지 검토 불가’라는 종전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성주군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정부는 8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성주군 추천 지역’ 면밀 검토를 지시하자 불과 한 달의 재검토 과정을 거쳐 배치 부지를 바꿔버렸다. 스스로 핵심 안보 과제로 내세웠던 사드 배치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하고 있어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배치 부지 변경을 공표하는 과정도 밀실, 졸속, 꼼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당초 30일 오후 2시 국방부 관계자들이 성주로 찾아와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류재승 국방정책실장은 오전 9시 30분, 성주를 ‘기습 방문’하여 주민들이 모이기 전에 부지 결정을 통보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는 없었고 심지어 공식 브리핑도 없었다. 정부는 민심을 배려한 것이라 해명했으나 여론은 들끓고 있다. 김천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 퇴진’을 내걸고 반대 투쟁에 나섰으며 사드배치철회 성주 투쟁위원회 역시 연대를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투쟁’을 계속해 나가기로 선언했다.


7월 사드 배치 결정 당시부터 사드 배치 부지와 효용성 및 안정성 등 많은 논란을 모두 외면했던 방송사들은 석 달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도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 지상파 3사는 정부의 졸속 행정에 단 한 마디 비판도 가하지 않았고 TV조선과 채널A는 이번에도 김천시민들과 성주군민들을 이간질하고 나섰다.

 

△ 성주 롯데 골프장 사드 배치 관련 9개 방송사 보도량 상세 비교(9/30~10/3) Ⓒ민주언론시민연합

 

또 국민 ‘이간질’, TV조선의 ‘못된 버릇’
‧ TV조선 <김천 강력 반발…성주 대체로 차분>(9/30, 6번째, 이심철 기자,
https://bit.ly/2dyfypR)
TV조선과 채널A는 성주 성산포대 배치 발표 당시 성주군민들에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뒤집어 씌워 ‘종북몰이’를 자행한 바 있다. 이를 성주군민들이 직접 반박하면서 이런 방식의 왜곡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과 채널A는 고질적인 패악을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엔 김천시민들과 성주군민들을 ‘갈라치기’하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TV조선 <김천 강력 반발…성주 대체로 차분>(9/30)은 보도 제목에서 이미 김천시민들의 반발과 달리 성주군민들은 차분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리포트는 먼저 거세게 항의하는 김천 주민의 반발 모습을 먼저 담았는데, 이후 보도가 가관이다. 기자는 ‘사드 발표, 김천은 격앙 성주는 차분’이라는 자막과 함께 어디인지 알 수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차분한 성주’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다. 동시에 “김항곤 성주군수도 국방부 설명을 듣고 수긍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고 “어디든 해야되지. 안하고는 안되는데. 누구가 조금 피해가 있어도 해야되지. (주변에)반대하는 사람들 별로 없던데”라는 익명의 성주군민 인터뷰를 덧붙였다.


전형적인 이간질이자 ‘갈라치기’ 보도이다.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기존 성산포대에 반대했던 성주군민들은 정부 결정에 수긍하고 김천 시민들만 단독으로 반대 투쟁에 나섰다는 것이 TV조선 보도의 요지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드반대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성주 투쟁위)는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내걸고 김천시민들과의 연대에도 결의를 다졌다. 성주 투쟁위는 롯데 골프장 배치 통보 직후인 30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어 “초전을 비롯한 10개 읍·면 투쟁위를 통해 사드배치철회 투쟁을 성주의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며, 김천의 주민과 연대하여 사드배치를 위한 정부의 모든 기도를 분쇄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성주군민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니 이를 TV조선이 알지 못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TV조선이 언급한 김항곤 성주군수는 성주 투쟁위는 물론, 많은 성주군민들의 비판을 무시하면서 독단적으로 정부에 제3후보지 검토를 요청한 인물이다. 그는 9월 7일에는 성주군청 군수실에서 사드를 놓고 시민단체 회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던 중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지지하라고 요구하고 “특히 여자들이 정신이 나갔어요. 이번에 사드 관련해서 보니까… 정신이 나갔어.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런가. 전부 술집 하고 다방 하고 그런 것들인데…”라며 사드 반대 투쟁에 나선 여성들을 싸잡아 비난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김 군수가 성주 전체의 의견을 대신한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TV조선의 보도는 의도적으로 성주군수의 입장과 익명의 군민 한 사람의 의견을 내세워 성주군 전체가 사드 배치 결정에 찬성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김천시민들을 고립시키고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 교묘한 편집으로 김천시민과 성주군민 ‘갈라치기’하는 TV조선(9/30)

 

30일, 채널A도 똑같은 프레임을 들고 나왔지만 TV조선보다는 수위가 낮았다. 채널A <김천 ‘부글’…성주는 안도>(9/30, 9번째, 김태영 기자, https://bit.ly/2dyhEGe)는 TV조선처럼 김천과 성주의 분위기를 대조시켰으나 “성주군청에 모인 사드배치철회 투쟁위 소속 시민들도 성주골프장 배치 결정을 반대”했다고는 전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국무총리가 봉변을 당했던 상황에 비해선 반대수위가 훨씬 낮았”다며 굳이 7월 성산포대 배치 결정당시 물리적 사태를 언급하며 반대 투쟁 수위가 낮아졌다고 비교했다.

 

비판 없는 공영방송, 여전히 ‘국방부 나팔수’
‧ KBS <사드 성주 골프장 배치 확정…“내년 완료”>(9/30, 톱보도, 김희용 기자,
https://bit.ly/2dff9f4)
‧ KBS <“고도 높아 주민 안전…기반시설도 우수”>(9/30, 2번째, 장덕수 기자,
https://bit.ly/2dydNcl)
‧ MBC <‘성주 골프장’ 확정…사드 배치 ‘가속도’>(9/30, 톱보도, 김정호 기자,
https://bit.ly/2cJTVH4)
정부 입장만 받아쓰고 비판을 외면하는 태도에서는 공영방송 KBS와 MBC가 단연 으뜸이었다. 두 방송사는 김천으로 배치 부지를 변경한 국방부 입장에만 각각 3.5건, 1건을 할애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KBS는 단신 1건으로 여야의 대립을 전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빌려 “불통과 일방, 밀실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고 언급했으나 MBC는 이마저도 없다. 타사 중 정부의 밀실, 졸속 결정에 대해 한 마디 언급조차 없는 것은 두 공영방송과 채널A뿐이다.


30일, KBS는 국방부 입장에만 2건을 할애했다. 톱보도 KBS <사드 성주 골프장 배치 확정…“내년 완료”>(9/30)는 “국방부는 오늘(30일) 오전 국회와 경상북도, 성주군을 찾아 달마산의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성주 ‘기습 방문’ 등 국방부의 ‘꼼수 발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KBS <“고도 높아 주민 안전…기반시설도 우수”>(9/30)는 “해발고도가 300미터 가량 높아 전자파가 지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훨씬 낮은데다, 주변에 인가도 적어” “전기와 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기지 조성에 유리하다는 점”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방어할 수 있다” 등 국방부가 내놓은 부지 변경 근거를 나열했다. KBS는 1일과 2일 사드 관련 보도가 없었던 타사와 달리 2일, <미 텍사스 포대 이동…사드 배치 급물살>(10/2, 5번째, 정아연 기자, https://bit.ly/2dT3fZk)이라는 보도를 추가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배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측은 한국 배치용 사드를 별도 제작하지 않고 텍사스에서 운용 중인 사드 포대 중 1개를 이동배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졸속, 꼼수 배치에 대한 정부의 책임, 사드의 효용성 및 안정성 문제 등을 뒤로 하고 사드 조기 배치에 여론전을 펴는 모양새다.


MBC는 <‘성주 골프장’ 확정…사드 배치 ‘가속도’>(9/30)에서 국방부의 성주 롯데 골프장 배치 결정과 그 근거롤 1건으로 요약했다. MBC는 여기다 김천시민들의 반발을 전한 보도 1건을 덧붙여 사드 관련 보도를 마무리했다.

 

TV조선도 정부 비판, 공영방송의 몰락
KBS, MBC, 채널A, 연합뉴스TV를 제외한 5개사는 모두 정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드러냈다. SBS는 2건의 보도 직후, 앵커와 기자가 대담을 나누며 “애초부터 치밀한 계획 없이 일을 추진하다가 이런 혼란을 자초” 등 문제점을 지적해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체면치레를 했다. 정부에 대한 편향성이라면 뒤지지 않았던 TV조선도 30일, 비판적 언급이 있었다. TV조선은 <성주 골프장 내년 상반기 사드 배치>(9/30, 5번째, 안형영 기자, https://bit.ly/2dQkZEH)에서 이하원 앵커가 “이번 결정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여론에 떠밀려서 바꾼 좋지 않은 사례인데요.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혼란을 야기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TV조선도 이것이 비판적 언급의 전부였고 국방부의 기습 성주 방문 등 ‘꼼수’와 부지 선정 과정 전반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채널A의 경우 KBS, MBC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입장만 받아쓴 수준이었다.


JTBC와 MBN은 타사와 달리 2건을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MBN은 <지도로 본 성주골프장…주변에 뭐가?>(9/30, 2번째, 주진희 기자, https://bit.ly/2dBa6TR)에서 “성주 도심에서는 멀어졌지만 겨우 8.3km이내에 김천혁신도시가 있고, 거주 인구만 1만 4천여명 정도”라며 주변에 민가가 적다는 정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JTBC <사드 배치까지 ‘산 넘어 산’>(9/30, 2번째, 김상진 기자, https://bit.ly/2cKGFNI)는 “공식 브리핑은 생략되고, 보도자료만 배포됐습니다. 국가적 사안을 결정하는데, 대국민 설명 절차는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국회 동의 절차는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지를 매입할 경우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며 롯데 골프장 취득 절차에도 문제제기를 했다. 이날 부지 취득 절차를 지적한 것은 JTBC뿐이다. 정부가 롯데 골프장으로 부지를 변경하면서 매입이 아닌 ‘국유지와 교환’을 검토하는 상황에 대해 국회 심의를 피하기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편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도전문채널에서는 YTN이 토론 형식 보도인 <사드 성주골프장 확정…김천시-원불교 반발>(9/30, 24번째, 김광덕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 소장)를 통해 “김천 주민들의 반발이 없으려면 공론화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는 고사하고 국무회의에서조차 논의조차, 의결조차 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또다시 성주에 이어 김천까지 주민들이 반발” 등 배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합뉴스TV는 직접적인 비판 보도는 내지 않아 KBS, MBC처럼 정부 입장만 받아 쓴 셈이 됐다. 다만 <단신/中, 사드배치 장소 확정에 “결연히 반대” 반발>(9/30, 6번째)에서 “사드 배치가 유관 국가의 안전 관심사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돕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중국의 반발을 전해 그나마 KBS, MBC보다 구색은 맞추는 모양새였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3 l 박근혜 대통령 ‘탈북 종용 기념사’ 관련 보도
국민 겁박한 대통령의 “북핵보다 무서운 내부분열”, 방송사들의 ‘무서운 침묵’

국방부의 사드 배치 부지 변경 통보 다음날인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했다. 이 기념사에는 북한 주민을 겨냥한 이례적인 ‘탈북 종용’과 ‘북한 붕괴론’은 물론, 국민들을 향한 ‘입단속’까지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직접적으로 촉구했다.


개성공단 폐쇄와 5차 핵실험 등 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경색국면에 이르고 사드 배치로 인해 동북아 정세마저 경각에 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민감한 탈북까지 직접 종용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분열’을 겨냥한 대목에 대해서도 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방송사들은 조용했다. 모든 방송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를 1건씩 보도했지만 하나같이 ‘받아쓰기’에 불과했다. 대통령 발언에 문제제기를 한 방송사는 JTBC뿐이고, 채널A는 하루가 지난 2일, 야권의 비판을 전했을 뿐 타사는 모두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기만 했다.

 

박대통령 발언 톱보도로 싣고 힘 실어주는 북풍 보도 3건 이어붙인 KBS와 YTN
KBS는 아예 ‘북풍’ 보도까지 덧붙여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KBS <박 대통령 “자유 대한으로 오라”>(10/1, 톱보도, 최동혁 기자, https://bit.ly/2cUPB6s)는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 등 박 대통령 발언을 두 장면 녹취 인용했다. 보도에 대통령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었고,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대한으로 오라고 공개적으로 손짓”한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만 덧붙였다.


KBS는 이어지는 보도에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분석 대신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아파치 헬기의 위용을 선전했다. 또한 <전체 국제사회 VS 북한…“완전 외톨이”>(10/1, 3번째, 김용준 기자, https://bit.ly/2dmmurS)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어제 열린 총회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북핵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며 “북한의 고립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뒷받침해주는 보도이다. 여기에 <“북, 6500톤급 핵잠 건조 중>(10/1, 4번째, 소현정 기자, https://bit.ly/2dmGxqB)까지 ”우리 예상보다 두 배 가까이 큰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북한의 위협을 부각했다. 대결 국면을 부추기는 ‘북풍 보도’로 논란이 된 박 대통령 발언에 잔뜩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날 박 대통령 기념사 보도에 3건을 이어 붙여 호전적 태도를 보인 것은 KBS뿐이 아니다. YTN은 KBS와 똑같이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톱보도로 전하고 3건의 북한 관련 보도를 이어 붙여 대통령의 ‘호전적 대북관’을 거들었다. 심지어 보도 내용과 순서까지 똑같다.


연합뉴스TV는 대통령 발언이 4번째 보도였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 똑같은 내용의 북풍 보도 3건을 덧붙였다. 다소 황당한 배치는 채널A인데, 박 대통령 기념사 보도가 무려 21번째로 후순위에 배치되었고, 그보다 앞선 18~20번째 보도 3건이 각각 북한 잠수함 건조, 북한 체제선전, 김일성대학교의 유학 유치 등 통상적인 ‘북한 근황’ 보도였다. MBC는 2건의 보도로 박 대통령 발언을 받아쓴 후 IAEA의 북핵 결의를 단신으로 전했고 TV조선은 박 대통령 기념사 보도 1건과 북한의 대형 잠수한 건조 정황 1건을 연이어 보도했다. SBS, JTBC, MBN은 북한 관련 보도를 이어붙이지 않았다.

 

“북핵보다 무서운 내부분열” 앞세운 채널A‧연합뉴스TV
‧ 채널A <“북핵보다 무서운 내부분열”>(10/1, 21번째, 고성호 기자,
https://bit.ly/2dXO3ub)
‧ 연합뉴스TV <박대통령 "내부 분열,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것">(10/1, 4번째, 윤석이 기자)

박 대통령의 기념사 중 “지금 우리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핵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발언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 발언이다. 북한에 선전포고를 하는 등의 대외적 발언과는 달리 이 발언은 국민을 겁박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성주 롯데 골프장 사드 배치와 백남기 농민 사망 등 정부의 패악에 분노한 국민들을 ‘핵 도발 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규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통치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이 발언의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관련 보도의 제목으로 뽑고 그대로 받아썼다.

 

△ “북핵보다 무서운 내부분열” 앞세운 채널A(10/1)

 

특히 채널A <“북핵보다 무서운 내부분열”>과 연합뉴스TV <박대통령 "내부 분열,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모두 “북핵보다 무서운 내부분열”이라는 발언을 제목에 명시했다. 보도를 시작하는 앵커의 멘트 역시 이 발언을 가장 앞서 부각시켰다. 채널A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을 맞아 북핵보다 더 무서운 건 내부의 분열이라고 강조했습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했고, 연합뉴스TV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군의날을 맞아 ‘내부 분열과 혼란은 북한의 핵 도발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며 국민단합을 호소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KBS, TV조선, MBN, YTN도 해당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지만 채널A와 연합뉴스TV처럼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내부 단속 의지’를 적극 대변하지는 않았다. 

 

언론의 체면 지킨 JTBC
1건의 보도로 대통령 발언만 받아쓴 타사와 달리 JTBC는 2건의 보도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의 문제점을 짚었다. JTBC <“북 주민 언제든 오라”…높아진 발언 수위>(10/1, 톱보도, 조민진 기자, https://bit.ly/2dyrojI)는 “제재와 대화, 국제공조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이 필요한 시점에 강한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전했다. 다음 보도 <높아진 대북발언 수위…어떻게 봐야 하나>(10/1, 2번째, 경남대 김근식 교수, https://bit.ly/2djQPbV)은 김근식 교수를 인터뷰하여 “과연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좀 득실을 따져봐야 된다” “강력한 말폭탄을 던지면서 내부적으로는 우리 내부의 야당에 대한 그리고 내부의 반대 세력에 대한 어떤 일종의 총력 안보라고 할까요, 과거 70년대 우리가 느꼈던. 그런 식의 내부적인 단합을 촉구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의도” 등 비판적 관점을 제시했다.


채널A의 경우 다음날인 2일, <“북에 선전포고하나” 야권 반발>(10/2, 14번째, 우정렬 기자, https://bit.ly/2donT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