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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충실하게 이행한 MBN, 연합뉴스TV(2016.9.24)
등록 2016.09.24 20:20
조회 430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23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의혹에 눈을 감던 방송사들이 보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단편적인 수준에 그쳤다. 특히, 미르재단·K스포츠 의혹을 두고 검증이나 사실전달없이 의혹을 야당의 정치쟁점으로 그리거나 노골적인 물타기를 하는 ‘충성’ 보도를 낸 MBN과 연합뉴스TV를 나쁜 보도로 선정했다. 한편 금융노조의 파업을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 성과연봉제에 대해서 잘 정리한 YTN의 보도를 좋은 보도로 선정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박 대통령 ‘가이드라인’ 충실하게 이행
· 연합뉴스TV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미르·K재단' 치열한 공방>(9/22, 4번째, 성승환 기자,
https://goo.gl/MbMZw4)
· MBN<"증거 대라"vs"기름장어 같다">(9/22, 2번째, 원중희 기자,
https://goo.gl/qwhuCH)

의문의 재단이 800억여 원에 이르는 출자금을 대기업들로부터 출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던 청와대의 입장이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건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22일 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런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그간 제기된 의혹을 비방과 미확인 폭로로 규정했다. 물론 권력형 비리에 대한 어떤 비방인지 정확한 근거와 반박도 해명도 없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 사건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 불가능하도록 북한 문제를 끌어와 현 정국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한 것이며, 향후에도 정부 차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을 확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20일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방송사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22일, 일제히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보도했다. 같은 날 있었던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보도까지 포함해 대부분의 방송사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2건 이상 보도한 셈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보도 내용은 두 재단 의혹을 ‘정치권의 정쟁’으로 묘사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도 의혹에 대해 직접 검증에 나선 방송사는 JTBC뿐이었다. JTBC는 4건이 보도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안종범 청와대 수석 내사 사실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 연합회 부회장의 입장 △재단법인 허가 전수조사 등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을 보도하면서도 내용에 충실했다.

 

“난무하는 비방과 폭로” 강조한 연합뉴스TV, MBN
9개 방송사 모두 침묵을 끝내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보도했지만, 보도 내용은 입을 맞춘 듯 비슷했다. 모든 보도가 사건과 거리를 두는 ‘사실 전달’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도는 ‘야당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제기했다’는 정도의 언급만이 들어갔다. 그러나 연합뉴스TV와 MBN은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든다”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충성 보도’를 내놨다.


MBN은 <“증거 대라”vs“기름장어 같다”>(9/22, 2번째, 원중희 기자, https://goo.gl/qwhuCH)에서 “대통령이 폭로성 발언을 그만두라고 경고한 바로 그 시간, 국회에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야당은 '미르 재단 의혹'을 또 들추었고, 정부 측은 아니라고 부인하는 공방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이야기한 ‘폭로성 발언’을 국회가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MBN은 미르 재단 모금 내역을 두고 다투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화를 상세히 중계했다. 보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송영길 의원은 마침내 화를 터뜨리는데 MBN은 이를 두고 “급기야 고성이 오간다”며 “이거 보세요 총리, 총리. 그렇게 살살 기름장어처럼 말하면 안됩니다”고 화를 내는 송영길 의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건의 본질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보다 두 사람의 설전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MBN의 보도에서는 여·야의 입장은커녕 의혹에 대한 설명도 없고 단순히 두 사람의 설전만을 담아서, 진정한 ‘정쟁’, ‘꼬투리잡기 막말싸움’처럼 보이게 했다. 특히 MBN은 황교안 총리를 ‘기름 장어’로 표현하는 송영길 의원을 강조했다. 이는 도저히 제대로 된 보도라고 보기 힘들다.


 YTN <미르재단 의혹 설전>(9/22, 2번째, 구수본 기자)이 “대기업들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인사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강제모금 의혹'이 핵심 내용입니다.”며 의혹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붙인 것과 대조된다.

연합뉴스TV도 문제였다.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미르·K재단' 치열한 공방>(9/22, 4번째, 성승환 기자, https://goo.gl/MbMZw4 )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을 두고 여야 간에 의혹 공방이 벌어지면서 정작 한진 사태와 구조조정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은 묻히는 분위기”였다며 야당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제기 자체를 문제 삼았다. 야당이 시급한 경제 사항을 외면하고 정치 공세에만 신경 쓴다는 시각이 깔린 것이다. 보도에서도 연합뉴스TV는 “야권은 시작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쏟아내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라며 야권의 질문이 ‘공세’임을 강조했다. 야권의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시각과도 일치하는 보도다. 연합뉴스TV 역시 송영길 의원의 ‘기름 장어’ 발언을 소개하며 “야당 의원과 황 총리 간에 격앙된 설전이 오가기도 했습니다”고 보도했다. 보도 말미에는 “미르재단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한진 사태와 조선·해운 구조조정 등에 대한 논의는 초점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이었다고 야당의 대정부질문을 평했다.

 

이는 심각한 물타기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2일 실시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출석했다. 이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이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질의했고 유일호 부총리는 “좀 시간이 걸려도 다음 달 중에 해결을 다 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진해운 사태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은 모두 중히 다뤄야 할 사안이다. 한진해운 사태를 빌미로 청와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2개의 민간 재단이 대기업의 막대한 출자를 받은 의혹을 두고 정부의 해명 없이 넘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한진해운 사태를 들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물타기 하는 연합뉴스TV의 보도에서는 “비상시국”에 “비방과 폭로가 사회를 흔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연합뉴스TV는 박 대통령의 이런 시각을 보도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9개 방송사 보도 중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한진사태와 구조조정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은 묻히는 분위기였습니다”라는 평을 낸 것은 연합뉴스TV뿐이다.

 

■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
성과연봉제 파업 균형 있게 보도한 YTN
YTN <'연쇄 파업' 신호탄…성과연봉제 놓고 대립>(9/22, 12번째, 이승윤 기자)

22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의 파업을 시작으로 금융·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연쇄 파업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노동계를 향한 방송사들의 왜곡된 시각은 여전했다. 금융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만을 걱정하며 노동자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 그 이유는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자들이)성과 연봉제 폐지를 요구한다’는 단순한 설명이 전부였다. 성과연봉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 보도한 방송사는 많지 않았다.

 

그 와중에 YTN의 <‘연쇄 파업’ 신호탄…성과연봉제 놓고 대립>는 방송사 중 유일하게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쟁점을 설명했다. “노동계가 연쇄 파업에 들어갑니다. 쟁점은 성과연봉제인데요. 정부와 노동계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며 보도를 시작한 YTN은 이어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쟁점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YTN은 △성과연봉제의 효율성 △노동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강행의 위법성 △쉬운 해고 여부 등 현재 노사 측이 대립하고 있는 사안들을 설명했다. YTN은 각각의 쟁점을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의 입장을 골고루 보도했을 뿐 아니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과 전창규, 김주영 조합위원장 등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의 균형을 맞췄다. 비록 YTN의 보도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쟁점을 심도 있게 파고든 수준은 아니었지만, 타 방송사들의 무책임한 ‘단순보도’, ‘무보도’나 ‘기득권 지키기’라는 고루한 프레임 씌우기 작태에 비하면 균형 있는 태도와 내용분석이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다른 방송사들은?
그러나 타방송사는 그렇지 못했다. 먼저 가장 악의적인 보도는 채널A는 <“성과연봉제 반대” 내일 파업>(9/22, 21번째, 박준회 기자, https://goo.gl/AVUYSa)였다. 채널A는 “상위 10%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란 비판이 나”온다면서 노조의 파업을 ‘귀족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규정했다. 이는 21일 TV조선 <내일부터 줄파업…밥그릇 논란>(9/21, 18번째, 고서정 기자, https://goo.gl/FQWq50)에서 노조를 향해 ‘밥그릇 논란’이라는 표현을 썼던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보도 내용에서도 TV조선과 채널A는 놀라울 만큼 차이가 없었다. 채널A는 “파업에 수만 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라며 시민들의 불편을 중점적으로 전했다. TV조선의 21일 보도에서처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 동원하는 것은 은행 사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는 발언도 인용했다. 채널A는 금융노조가 파업하는 이유나 성과연봉제의 문제점 등은 생략하고 사용자 측의 입장과 시민들의 민폐만을 강조했다. 성과연봉제라는 쟁점 사안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노골적으로 한쪽의 입장만을 보도한 것이다.


채널A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사들도 문제는 있었다. SBS와 MBN은 파업으로 인해 은행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며 ‘사회적 불만’을 부풀리는 프레임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SBS <내일 은행 총파업‥"성과연봉제 저지">(9/22, 톱보도, 손승욱 기자, https://goo.gl/4DO2ez)가 대표적이다. “(금융노조가)내일 하루 총파업에 나”서서 “고객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대부분 은행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MBN은 <월급날인데…>(9/22, 26번째, 김경기 기자, https://goo.gl/EorVLI)에서 25일이 월급날임을 언급하며 파업으로 인한 불편만을 강조했다. 21일 노조 파업을 ‘밥그릇 지키기’라며 비판했던 TV조선 역시 <4시간 집회 행진…서울 도심 몸살(9/22, 22번째, 조새해 기자, https://goo.gl/awawOm)에서 “대규모 시위와 행진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큰 혼잡이 우려됩니다”며 파업 사실을 단순하게 전달했다.


한편 MBC, JTBC, 연합뉴스TV는 파업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KBS는 단신 1건으로 짤막한 소식을 전했다.


<끝>
문의 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