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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종편 모니터]북한 제5차 핵실험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2016.09.23)
등록 2016.09.23 11:01
조회 611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핵에는 핵!

 

“공포의 균형”,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출연진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핵이 필요하다는 ‘핵무장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내용은 과거 핵실험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핵무장론’을 대하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여당과 방송사가 박자 맞춰 ‘핵무장론’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전쟁할 시기라 주장하며 ‘선제공격’, ‘전쟁불사’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포’를 동원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핵폭발, 시뮬레이션 영상 등을 무분별하게 내보내며 흥분을 독려했다. 서울 핵폭발 시뮬레이션은 언급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드물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진부한 우기기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 ‘북한 5차 핵실험’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 개요(9/9~9/13, 5일간)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9월 9일, 북한이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3년 주기라던 ‘핵시계’가 빨리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핵실험은 10kt, 역대 최대 규모의 실험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네 차례가 ‘실험’이었다면 이번엔 ‘위협’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론도 세계정세도 잠잠했다. 마트의 라면 물량은 그대로고, 주식도 변동이 없었다. 무덤덤한 시민들에 반해 혼란에 빠진 곳이 있다. 바로 종편 시사토크쇼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북한 5차 핵실험’ 이슈를 다룬 6개사 32개 프로그램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핵실험일인 9일부터 추석 전날인 13일까지 닷새간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북한소식으로 풍성했다. 불안과 공포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패널들이 대신했다. 북한 5차 핵실험과 관련 이슈들(북핵 대응 방안, 핵실험의 원인, 핵폭발 예측, 북한 정세 등)을 다룬 방송 회차는 다음과 같다.

 

 

△ ‘북한 5차 핵실험’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방송 비율(9/9~9/13) ⓒ민주언론시민연합

 

 6개 방송사 ‘북핵 이슈’ 방송 비율 평균은 86%다.  모니터 프로그램 수가 적은 JTBC, YTN, 연합뉴스 TV를 제외해도 비율은 상당하다. TV조선, 채널A, MBN의 평균 방송 비율은 76%다. 열 번 중 일곱 번 이상 ‘북핵 이슈’를 다룬 셈이다.
 

 특히 종편 프로그램에서 추석 직전 ‘안보 문제’는 소위 말하는 팔아야 할 아이템이였던 것 같다. 시기적인 문제도 작용했을 수 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핵’은 시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언론은 사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책 방안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근거 없는 감정적 주장은 위기를 벗어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북한 5차 핵실험’ 관련 시사토크 프로그램 방송 비율(9/9~9/13) ⓒ민주언론시민연합

 

1. 종편 패널들이 추천하는 ‘북핵 대응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핵에는 핵이다. 핵무장론이 다시 등장했다. 여당에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의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나섰다. 원 의원은 “북핵에 맞서 핵무장 프로그램을 즉각 돌입해야한다”는 성명을 냈다. 종편 패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종편 패널들은 대북 대응책으로 군사적 방안을 내놓았다. ‘핵무장론’, 즉 ‘핵은 핵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장 많았다. 나아가 선제공격을 지지하거나 전쟁까지 각오해야한다는 ‘전쟁불사론’도 있었다. 민언련은 북한 5차 핵실험 당일인 9일부터 13일, 닷새 동안 32개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핵무장론(전술핵배치)’이나 ‘전쟁불사론’을 지지한 주요 출연자를 꼽아보았다. 발언 횟수는 핵무장론 혹은 전쟁불사론을 주장한 프로그램 출연 횟수다. 한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발언한 경우는 한 번으로 계산했다. 발언자 별 주요 발언 내용은 첨부파일 말미에 별도로 첨부했다.

 

△ 핵무장론, 전술핵배치, 전쟁불사론 등을 주장한 시사토크프로그램 주요 출연진 ⓒ민주언론시민연합

 

 

1) 핵은 핵으로 해결한다 – 핵무장론
 많은 출연자들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핵무장론’을 지지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진행한 이상, 최선은 핵무장이란 것이다. 차명진 새누리당 전 의원은 MBN <시사스페셜>(9/11)에 출연해 북핵 대응 방안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미국이 전술핵을 우리에게 들여오든지 그게 안된다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 후, 철회한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핵개발로 무장하는 것이다.
 

 두 주장 모두 사실상 실현이 어렵다.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다. 핵무장론의 시작은 NPT 탈퇴다. NPT 탈퇴는 곧 국제사회에서의 추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제사회 내 신뢰가 무너지고 외교에 치명타다. 대북제재에 이어 대남제재까지 각오해야 한다. 경제 위기도 필연적이다. 전술핵 역시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미국이 응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핵확산 방지라는 미국의 세계정책에 역행한다. 더불어 경제적 부담까지 져야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는 결정이다. 더 이상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 출연자들은 이 모든 관계를 무시했다. 핵보유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 핵무장? 온 우주가 이해할 것 l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9/12)에 출연한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핵무장론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교수는 “핵무장을 해서 잃어버리는 건 없다?”는 진행자 박종진 씨의 질문에 “없죠”라 단언했다. “왜 그런가 하면 우리가 핵무장한다고 그러면 일본도 해야 되거든요”라는 이유를 댔다. 이에 박종진은 “당연히 그렇죠”라고 화답했다. 핵무장론을 가정했을 때 일어날 문제 중 하나는 동북아 핵도미노 현상이다. 이 교수의 분석처럼 일본 역시, 나아가 대만 등 너나할 것 없이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동북아 전체가 핵 대치 상태에 빠질 것이다. 각국 국민은 일상의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우리는 핵 도미노의 무서움을 경험으로 배웠다. 인도, 파키스탄 충돌, 쿠바 사태

등 이 역사 속 증거다. 우리의 결정이 세계 전체를 냉전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핵무장론은 타당하다’는 무모한 주장을 이어간다. “한국과 일본이 ‘우리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핵무장한다’ 그랬을 때 세계 어느 사람이 뭐라고 그러겠어요?”라고 되묻자 진행자 박종진 씨는 “이해하죠”라며 맞장구를 쳐줬다. 이 교수는 “이해를 이건 우리가 우리 생존에 필요한 건데 우리 생존을 NPT가 비확산금지조약이 우리의 생존권을 보호해주냐? 그러지 못하지 않나요?”라며 주장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해할 것이란 예측은 오산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 한 약속을 깨는 일이다. 예측은 희망에 근거한 주장일 뿐이다. 말도 안되는 출연자의 주관적 주장은 진행자가 지적해야하지만, 진행자 박종진 씨는 북 치고 장구치고 동조하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 북한도 그랬잖아? NPT 탈퇴 문제 없다 l 황태순 정치평론가 
 MBN <뉴스와이드>(9/12)에서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그 공동(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남북 공동 선언이에요. 북한에서 깨진 겁니다. 이미 우리는 껍데기를 쥐고 있는 거예요. 거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라며 핵무장론을 지지했다. 북한이 NPT 탈퇴한 것은 부적절한 결정이지만 YS 대북 강경론, 남북관계 악화 등 당시의 여러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그랬으니 ‘우리도 그래도 된다’는 논리는 유아적 발상이다. 북한은 폐쇄형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 일차원적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통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황 평론가는 “핵무장론 꺼내는 속내? 이거 우리 식의 벼랑 끝 전술이에요”라며 더 이상의 선택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어느 순간 우리의 목에다 칼, 목에다 칼을 대보고 그래야만 정신 차리겠습니까? 이길 수가 없어요. 핵에 대해서는”라며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미국 반대로 핵무장이 어렵다면 전술핵이라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다못해 그러면 전술핵이라도 우리 핵우산, 핵우산 하는데요. 비가 언제 올 줄 모르는데 옆집에 우산 있으면 무슨 소용 있습니까? 내 손 안에 우산이 있어야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권에서 이야기하는 이런 보면 핵무장, 자체적 핵무장론은 그야말로 우리식의 벼랑 끝 전술이고요” 생존을 위해선 ‘핵’ 밖에 답이 없다는 논리다. 여론을 호도하기에 알맞은 프레임이다. 이미 북한이 수차례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동북아 질서를 흔들어 놓았다. 여기에 대한민국까지 가세하자는 것이다.

 

△ 북한이 어겼으니 우리도 어겨도 된다 주장하고 있는 황태순 정치평론가 MBN <뉴스와이드>(9/12) ⓒ민주언론시민연합

 

- 핵 갖기 전, 핵 갖자고 주장이라도 하자! l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핵무장이 아닌 핵무장론’도 있다.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는 연합뉴스TV <뉴스일번지>(9/11)에 출연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힌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그러한 규범적인 이야기 (NPT, UN 회원국)에 얽매여서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팽개칠 수는 없는거예요. 우리가 자위적으로 이제는 물론 북한의 핵을 해결한다는 그런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이 원하는 건 공포와 긴장이 아니다. 재산과 생명을 평화롭게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싶어 한다.

 

 박 교수는 핵무장론이 외교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핵무장론까지 가야지 주변에 중국이나 러시아나 미국이 압박감을 가지고 북한을 더 압박해 핵 문제의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고리를 찾든지 북한이 망하든지 하는 것이지 과거처럼 이렇게 미온적인 이야기 해가지고 다음에 북한 미사일 23번째 쏘고 6차 핵실험을 한다하면 이런 이야기 또 반복할 겁니까? 우리가 지금 언제까지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이렇게 해야 되겠어요” 보수층 결집을 위한 안보 포퓰리즘이다. 하지만 아주 단기적 시각으로 내린 판단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지고 협박하는 것은 결국 국가의 신임만 떨어지게 한다. 한국이 몰래 핵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국제 청개구리가 되자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2) 해답은 전쟁이다 – 전쟁 불사론

 

- “간단합니다, 전쟁하면 됩니다” l 이정훈 동아일보 편집위원
 전쟁 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다. 이정훈 동아일보 편집위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9/9)에서 국방비 지출 대비 효과가 적다며 선제공격을 제안했다. “제가 하나 아이디어로 제시했던 게 그때 4.29 문화궁전이나 인민군 수뇌부 다모였을 때 미사일 한 방 쏘면 핵실험하면 북한 지도부 끝냅니다 그랬는데. 이런 발상을 해서 이런 의지를 할 수 있느냐. 이거 없으면요 아무리 무기 사도 사용 못합니다. 북한이 쏠 때 막는 거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싸우기는 하겠죠. 그런데 그 이후에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볼지는 모르니까, 피해본 다음에 하는 건데. 이런 발상 가지고 하니까 계속 휘둘리고 돈만 쓰는 겁니다”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까지 앗아갈 대응이다.

그럼에도 마치 미사일 발사를 새총 싸움마냥 가볍게 이야기했다. 

 

 

 채널A <뉴스특급>(9/11)에서는 더 강경한 발언을 이어간다. 진행자 정용관 씨가 “우리나라가 이제 주도권을 쥐고 독립변수로 뭔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섰으면 좋겠는데 이제 그럼 뭘 할 수가 있는 거죠”라 묻자, “간단합니다. 전쟁하면 됩니다”라 즉각 답했다. 진행자는 당황하지만 이 편집위원은 아랑곳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제가 보기엔 지금은 전쟁을 결심할 시기인데 그때(20년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때)는 전쟁 나는 줄 알고 두려워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보게되면 우리가 지금 자발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된다” 전쟁 태세를 갖춰야 할 때란 판단인 것이다.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9/9)에서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정훈 동아일보 편집위원은 “현대전쟁은 핵전쟁이기 때문에 한 번 터지면 다 죽기 때문에 우리도 전쟁 못 하듯이 이북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때리면 쟤네도 꼼짝 못하고 맞습니다. 바로 이게 대통령의 결심에 대한 통수대권 의지입니다” 라고 말했다.

 

 ‘때리면’, ‘쟤네(북한)’ 등의 방송에서 사용해서 안 될 부적절한 표현들은 차치하고, 발언 내용부터 극단적이다. 핵을 준비하고 먼저 폭격하자,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는 논리다. 전쟁은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지 않는다. 남북 시민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핵으로 인한 전쟁을 막기 위해 정부도 국제사회도 노력해 왔다. 최악의 사태를 오히려 방송에서 종용하는 셈이다. 차라리 핵으로 전쟁을 막아보겠다는 핵무장론이 나아보일 지경이다.

 

3) 사드 한 대 더! – 무기 비축론
 사드 배치의 정당성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번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의 문제점이라는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 방어 한계부터 고고도 미사일에 적합하고, SLBM 등의 공격에 무용하다는 지적까지 그대로다. 그럼에도 종편은 마치 핵 실험이 사드배치 논란을 단방에 정리해준 듯 행동하고 있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9/9)에 출연했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채널A <뉴스특급>(9/11)에 출연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채널A <시사인사이드>(9/12)에 출연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등은 사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드 추가 도입까지 주장한 출연자도 있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9/12)에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사드 추가 배치가 실제 어떤 효용이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심지어 핵잠수함까지 들이자는 주장만 난무했다. 핵잠수함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를 어기는 행동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핵잠수함 개발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 당시 국방부는 ‘한반도비핵화’를 이유로 들며 부인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도 위배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농축 우라늄은 미국 승인 없이 살 수 없다. 구매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관계는 모두 배제하고, 무기 비축하자는 선동만 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어떤 이유에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불난 집에 불 붙여 온 한반도를 불태우자는 각오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지금은 객관적인 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이런 군사적 대응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것은 개인의 환상일 뿐이다.

 

2. 서울 2016 대재앙 시나리오
 북한은 다섯 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제 언론은 북한 비핵화에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고, 핵확산을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긴 시간을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데 투자했다. 방법은 다양했다.

 

 1) 영상, 자막으로 불안 공포 조성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9/12)는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와 대담을 시작하며 1분가량 영상을 보여준다. 일부 영상은 출처 자막 없이, 일부는 유튜브라고만 기재했다. 불바다 된 도심부터 놀이터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절규하는 여성, 화염에 싸인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등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 명확한 출처를 기재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핵폭발 시뮬레이션 영상 등을 지속적으로 보여줌 
1. 도시 핵 폭격 장면 (출처 없음)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9/12), 2. 절규하고 있는 여성 (출처 : 유튜브)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9/12),

3. 불바다 된 도심 (출처 : 유튜브) TV조선 <뉴스현장>(9/10, 4. 청와대 폭격 시뮬레이션 영상 (진행자 국방부가 제작한 영상이라 언급) 채널A <뉴스TOP10>(9/11) ,

5. 핵폭발 영상 (출처 없음)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9/9, 6. 핵폭발 영상 채널A <뉴스TOP10>(9/11)의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화 내용은 박대통령의 전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발언에 대한 이 석좌교수의 견해였다. 이 석좌교수는 진행자 박종진 씨에게 정확한 발언 내용이 무엇인지 되묻고, 전쟁은 상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자료 영상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포 조성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자료의 당위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박종진 라이브쇼> 뿐 아니라 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에 떠도는 영상이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영상을 보여주며 공포를 조성했다. 특히 핵폭발 영상은 다양하게, 발언 내용과 관계없이 시시각각 등장했다.

 

2) 남북전쟁으로 위장한 한일전쟁 – 영화 <한반도>(2006) 자의적 편집
 느닷없이 영화도 등장했다. 영화 <한반도>(2006)였다. 배우 안성기 씨는 대통령 역을 배우 독고영재 씨는 해군사령관 역을 맡았다. 채널A <뉴스TOP10>(9/11)는 출처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영화 일부를 자의적으로 편집해 틀었다. 일본과 전쟁을 앞두고 대통령(안성기)과 해군사령관(독고영재)가 전의를 다지는 장면이다.


 채널A <뉴스TOP10>(9/11)은 영상 말미에 김정은 스틸사진까지 넣었다. 남북 전쟁 직전 상황처럼 이해하게끔 했다. 영상 끝나고 이어진 스튜디오의 대화는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진행자 신석호 씨는 “히로시마 핵폭발과 유사하다고 하는데, 히로시마처럼 상공 500M에서 핵폭탄이 터지면 피해가 도대체 어느정도인가요?”라고 출연진에게 묻는다. 그러자 이정훈 동아일보 편집위원이 “서울상공에요? 뭐 다 죽었다고 생각하셔야죠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전쟁 끝"이라 답했다.

 

△ 영화 <한반도> 출처도 밝히지 않고 자료화면으로 사용,
마지막 김정은 웃는 모습 따로 삽입 남북 전쟁처럼 오인하게 함
채널A <뉴스TOP10>(9/11)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3) 가상 시나리오 – 62만명 사망
 아래 네 화면은 마치 한 방송 같지만 다른 방송이다. 서울 핵폭발 시뮬레이션 결과 총 62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언급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드물 정도다. 대부분 자료의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미국방부’ 예측이라 짧게 언급되었다. 언제 나온 어떤 제목의 보고서인지는 구체적 표기는 없다. 직접 찾아보지 않고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참고자료는 미 국방부 기술검토국(DTRA)이 발표한 핵폭격 시뮬레이션 결과, 2004년 발표된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보고서 <한반도에서 의 핵사용 시나리오(Nuclear Use Scenarios on the Korean Peninsula)> 등 일 것이라 추정될 뿐이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9/9) 역시 미국방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언급한다. 역시 별도의 구체적 출처 표기는 없었다. 다행히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의 기억에 의존해 ‘국방위협감소국’이라 언급되었다.

 

△ 용산 위 핵 터뜨렸을 때 예상 피해 시뮬레이션

 1. 채널A <뉴스TOP10>(9/11) , 2. 채널A <뉴스뱅크>(9/11), 3. 채널A <쾌도난마>(9/10), 4. TV조선 <뉴스특급>(9/10) 의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재난시 피해 예측은 다루어야 할 가치가 있는 정보다. 경각심을 갖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핵의 경우 성격이 다르다. 시민 개개인은 방지할 방법도 없고 피해에 대응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예측하는 분석은 더욱 객관적이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이 대화는 정보 전달의 수준을 넘어선 대화다. “소멸”, “대파”라는 극단적 단어들을 사용하고, 역 명, 백화점 명 등을 구체적 지명을 언급해 공포를 조성했다. “강북 하나, 강남 하나 정도는 다 날릴 수 있는” 등 표현은 줄곧 극단적이다. 언론은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대응방안을 제시해 불안에 떠는 시민을 다독여야한다. 하지만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9/9)를 시청한 시청자는 없던 불안도 생겼을 것이다.

 

 

 

 

 

3. 북핵 원인은 햇볕정책


1) ‘핵무장론’ DJ도 지지했을 것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핵무장론’을 주장했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9/12)에 출연한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와 진행자 박종진 씨의 대화다.

 

 

 햇볕 정책 무용론의 새로운 근거다. 이를 위해 1994년 기자회견문 중 한 문장을 따다 자의적으로 곡해했다. 햇볕정책의 기본 기조는 ‘화해, 협력, 포용을 바탕으로 한 평화통일’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달랐다. 부시 미 전 대통령은 ‘김정일은 폭군’이란 발언 등을 비롯, 끊임없이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을 돌아서게 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감안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총 다섯 차례의 핵실험 중 네 차례가 지난 두 번의 보수정권에서 이루어졌다. 햇볕정책에서 느닷없이 돌아선 대북 강경론이 북한을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한국과 일본 역시 가져도 좋다’는 발언 역시 편협한 해석이다. 이것은 햇볕정책이 본래의 의도대로 펼쳐졌을 때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진행자 박종진은 이를 반복해서 언급하며 ‘DJ 핵무장론’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지금도 햇볕정책 운운하고 하는 사람들은 이걸 안 읽었네요? DJ를 모르는 사람들이네요?”라며 호도하기에 이른다.

 

 공세는 야당에게로 향한다. “한국말로 분석을 해서 더민주당하고 영어 모르는 국회의원들도 있으니까 이걸 좀 해서 쫙 그쪽에 뿌려야 되겠네요. 여기(원고) 김대중 대통령 사진도 있고, 그렇죠? 이거 자료 찾아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짜. 이거 한방으로 진짜 이거 라이브쇼에서 이거 한방으로 이거 청와대에 주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데요” 편협한 해석을 야당 공격용 근거로까지 활용하기 시작했다.

 

2) 햇볕정책이 낳은 북핵 
 개성공단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역시나 어떤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