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좋은보도 시상식 중계]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 뒷담화(2016.08.30)민언련 2016년 7월 이달의 좋은 보도 취재기자와의 뒷담화
“상식적 행동으로 투사가 되어버린 현실이 슬프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매달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좋은 보도 시상식과 간담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많이 오셔서 좋은 기사를 쓰신 기자와의 대화에 동참하세요.
△ 왼쪽부터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 민언련 이완기 공동대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기자,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 민언련 좋은나쁜보도 선정위원회 강기석 위원
8월 30일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민언련 선정 ‘2016년 7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는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의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민중은 개․돼지 발언 폭로’ 보도와 한겨레 김경락․송경화․이정훈 기자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문제점 지적’ 보도가 복수 선정됐다.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가 복수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최종 후보로 오른 두 보도 모두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기자정신에 따라 올바르게 보도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결국 민언련 좋은 보도 선정위원회는 긴 논의 끝에 두 보도를 모두 좋은 보도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달의 좋은 온라인보도상’에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삼성 이건희 성매매 그룹 개입 의혹> 보도가 선정됐다. 반면 7월 방송부문에서는 좋은 보도 선정작을 내지 않았다. 함량 미달의 보도를 좋은 보도로 선정하기보다는, 선정작을 내지 않는 것이 상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상식에는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기자가 참석했다. 7월의 좋은 보도를 수상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조금 더 열심히 해 보라는 격려로 알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이달의 좋은 신문 보도상’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
△ 민언련 이완기 공동대표(좌)와 경향신문 장은교 기자(우)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2005년에 입사해 현재 기자생활 만 11년차다. 그런데 요즘처럼 ‘기자란 어떤 사람인가’ ‘좋은 기자란 어떤 기자인가’ ‘나는 어떤 기자인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잘하고 있고, 조금 더 열심히 해 보라’는 격려로 알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Q. 교육부 출입기자가 교육부에 대한 폭로성 보도를 내놨다. 취재원의 치부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보도 이후 취재에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나? 같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어떠했는가?
이번 보도는 언론과 취재원과의 관계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점은 있지만 취재활동을 하는데 큰 위협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로부터는 응원을 많이 받은 편이다.
Q. 술자리에서의 해프닝으로 남기지 않고 기사화 하게 된 판단 과정이 궁금하다.
그 자리에 다른 어떤 기자가 있었다고 해도, 누구라도 당연히 기사를 썼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민이 많았냐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 자리에 나와서 그런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당시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발언은 충분히 평소 그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기에 보도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상식적 행동을 했는데 투사가 되어버린 것 같은 현실이 슬프다.
Q. 경향신문 내부적으로 보도를 하지 말자는 반대 의견이 있었나?
보도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아예 보도하지 말자는 목소리는 없었다. 톤과 형식, 실명이나 사진을 사용할지 여부 등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많은 것을 걸고 했던 보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크다”
-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상’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기자
△ 언론노조 김동훈 수석(좌)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심인보 기자(우)
Q.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보도 당일에는 ‘한 달 뒤에 뉴스타파가 존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민언련 시상식에 와서 당시의 고민을 돌아보니 이렇게 상을 받게 된 것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많은 것을 걸고 했던 보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크다. 사실 방송기자연합회에도 출품했지만 결국 상을 받지 못해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Q. 해당 보도 이후 신변의 위협이 있진 않았나?
신변의 위협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KBS에 있다가 작년 초 뉴스타파로 옮긴 이후 모든 면에서 행동이 조심스러워진 부분은 있다. 전화통화를 할 때도 항상 누군가 이걸 듣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뉴스타파 기자들끼리는 도덕적 공격을 받을 빌미를 주지 않도록, 정말 수도승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가끔 한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더욱 흠결 없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웃음)
Q. 제보자 두 명와 비디오 속 여성이 죽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나?
우선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행방불명됐다는 표현은 ‘우리가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생사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제보자들과 영상 속 여성이 해외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이들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삼성이라는, 개별기업을 넘어서는 거대한 힘에 대한 공포는 우리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내놓고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사회에서 삼성의 힘이 지금보다 훨씬 더 축소되고 해체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Q. 후속 보도도 나올 예정인가?
취재는 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Q. 내부적으로 이 보도를 내보내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었나?
취재 초기단계에서는 보안 문제로 이 아이템에 대해 아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방송을 앞두고 아이템을 공개했을 때, 사실검증이 얼마나 철저히 이뤄졌는가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부담스러움 때문에 해당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해당 제보를 입수해서 취재까지 진행했는데 보도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보도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더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Q. 삼성 그룹차원의 개입 문제없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문제만이 있었다고 해도 보도했을 것인가?
내부적으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룹 개입이 없다고 해도 보도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무조건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어느 매체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서 옹알이를 했다는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이 회장의 옹알이는 어마어마한 특종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사실은 왜 보도가치가 없나? 연예인 성매매나 성폭행, 성추행은 일말의 고민 없이 보도하는 기자들이 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사실에 대해서는 그룹의 개입의혹이 있어야 보도할 수 있다고 평소와 다른 고상한 잣대를 가져다 붙이는지 알 수 없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내부에서도 일부 반대는 있었겠지만, 결국 보도해야한다는 논리가 더 힘을 얻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