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냉랭했던 정상회담, 지상파 3사는 ‘화기애애’(2016.9.6)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l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갈등’ 지운 방송사들
‧ KBS <“사드, 중국 등 제3국 안보이익 침해 없다”>(9/5, 톱보도, 김병용 기자, https://bit.ly/2cfOPBw)
‧ KBS <“진솔한 대화…한중 관계 고비 넘겼다”>(9/5, 2번째, 최동혁 기자, https://bit.ly/2c8xA4N)
5일, 한반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드 배치 관련 논의에서는 예상대로 중국의 확고한 반대 의지가 확인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앞에 두고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 “이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하고 사용될 것”이라 해명하고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조건부 배치론’도 한-러 정상회담에 이어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화답은 없었다. 이러한 인식 차이로 인해 양국 정상이 모두 강조한 ‘한중 간 협력 증진’ 역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냉랭했던 한-중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회담 종료 3시간이 지나서야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시 주석의 사드 반대 발언은 소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상 차원에서 직접 입장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이해를 높인 점이 긍정적”이라는 자화자찬을 내놨다. 반면 중국 신화통신은 시 주석 발언을 회담 종료 28분 만에 보도하면서 사드 갈등을 적극적으로 타전했다.
문제는 우리 방송사들이다. SBS를 제외한 8개 방송사가 모두 한-중 정상회담을 톱보도로 전하면서 2~3건 정도의 보도를 내놨다. 하지만 JTBC, TV조선, MBN만 이번 정상회담의 냉랭했던 분위기를 제대로 전했고, 다른 방송사는 대부분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회담 내용을 깊이 있게 분석한 방송사는 JTBC와 TV조선뿐이다.
반면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낼 때마다 하나같이 받아쓰기에 열을 올리며 ‘땡박뉴스’의 전형이 되어버린 지상파 3사는, 이번에도 청와대의 입장만 읊어댔다. 지상파 3사의 정부에 대한 ‘외교성과 부풀리기’는 독보적인 수준이다.
제목부터 드러나는 지상파 3사의 ‘정상회담 왜곡’
특히 KBS는 정상회담 관련 2건의 보도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KBS <“사드, 중국 등 제3국 안보이익 침해 없다”>(톱보도)는 정상회담 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명시했고 KBS <“진솔한 대화…한중 관계 고비 넘겼다”>(2번째)는 정상회담에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청와대 입장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이날 보도 제목을 대통령과 청와대의 발언으로 갈음한 방송사는 KBS뿐이다.
△ 9개 방송사 한-중 정상회담 관련 첫 번째 보도 제목 비교(9/5) Ⓒ민주언론시민연합
물론 MBC와 SBS도 타사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MBC는 <사드엔 이견…‘북핵 반대’ 한목소리>(톱보도, 조영익 기자, https://bit.ly/2c21rsk)라는 제목으로 시진핑 주석의 노골적인 ‘사드 반대’ 대신 ‘양국 간 이견’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북핵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을 더 강조하는 제목을 뽑았다. SBS <얼굴 붉히지 않고 기존 입장 개진>(4번째, 한승희 기자, https://bit.ly/2cfSQG3)은 더 심각하다. 양국 정상이 ‘얼굴 붉히지 않고’ 서로 입장을 ‘개진’했다는 청와대 입장을 제목으로 부각한 것인데, 이는 사실상 한-중 간 사드 대립을 은폐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반면, JTBC, MBN는 시 주석의 사드 반대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으며, TV조선은 양국 입장을 나열하면서도 중국의 ‘사드 반대’를 언급했다. YTN과 연합뉴스는 지상파 3사와 다를 바 없는 ‘갈등 축소 제목’을 뽑았다.
‘사드 갈등’ 아닌 ‘우호 관계’? 방송사들의 은폐
보도 내용에서도 지상파 3사의 ‘긍정 평가’가 두드러진다. KBS <“사드, 중국 등 제3국 안보이익 침해 없다”>(톱보도)에서 김민정 앵커는 “시진핑 주석은 사드 반대 입장을 유지했지만,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하지 않았고,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 말했다. 보도 시작부터 시 주석의 사드 반대 의사 표명을 애써 축소한 것이다. 리포트에서도 시 주석의 발언을 숨기려는 KBS의 의지가 엿보인다.
김병용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의 경우 “다양한 안보 경제적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라는 발언을 한 차례 녹취 인용한 후, “사드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할 이유가 없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 “한·미·중 논의 기대” 등 4개 발언을 자막으로 보여줬다.
반면 시 주석의 발언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 고수” “한반도 비핵화 입장 확고‧안보리 결의 엄격 이행”이라는 2개 발언만 자막으로 보여줬다. 시 주석 발언은 한 차례도 녹취 인용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KBS는 시 주석의 확고한 사드 반대 발언을 ‘원론적 반대 입장’이라고 묘사해, 그 의미를 반감시켰다. 이날 시 주석의 구체적인 사드 반대 발언을 단 한 마디도 소개하지 않은 방송사는 KBS뿐이다.
△ 한-중 정상회담 관련 보도 제목을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발언으로 채운 KBS(9/5)
KBS는 여기다 <“진솔한 대화…한중 관계 고비 넘겼다”>(2번째)라는 보도를 이어 붙여, “한중 관계가 한 고비는 넘긴 것” “사드 문제가 한중 우호 관계를 훼손해선 안된다는 데, 양국 정상이 공감” 등 자화자찬 일색의 청와대 발표를 받아썼다. 청와대 사후 발표에만 1건을 따로 할애한 것 역시 KBS가 유일하다.
MBC와 SBS도 KBS와 크게 다르지 않다. MBC는 <사드엔 이견…‘북핵 반대’ 한목소리>(톱보도)에서 양국 정상의 발언을 나열한 뒤 “두 정상은 그러나 '구동화의'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하면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며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이 설명은 왜곡에 가깝다. ‘구동화의’는 양국 정상이 ‘합의’한 사항이 아니라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함)를 먼저 내세운 시진핑 주석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답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동존이와 구동화이의 뜻이 달라 시 주석은 사드 관련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다른 점을 강조했고,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이해해달라고 부탁한 것인데, MBC는 마치 박 대통령의 구동화이에 시 주석도 공감한 것처럼 호도했다.
SBS <얼굴 붉히지 않고 기존 입장 개진>(3번째 보도)는 앵커 멘트 자체가 “두 나라가 충분히 할 얘기를 했고, 서로의 생각도 분명히 확인을 한 것 같습니다”라는 것인데 이는 회담 후 청와대가 내놓은 “양측 기본 입장에 따라 의견을 교환했다”라는 입장과 거의 흡사하다.
이렇게 한-중 간 사드 대립을 축소하고 ‘우호 관계 확인’ ‘북핵 반대 공조’에 더 무게를 둔 것은 채널A, YTN, 연합뉴스TV도 마찬가지이다. 연합뉴스TV 톱보도 <'한중 정상…'사드 신경전' 속 '갈등관리' 선택>은 “중국의 사드공세는 어제(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날카로웠던 기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무뎠습니다”라며 굳이 전날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까지 끌어와 한-중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했음을 강조하려 애썼다.
△ 한-중 정상회담, 박근혜 정부 외교 성과로 부풀리려 안간힘 쓰는 MBC‧SBS(9/5)
이렇게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난 중국 측의 강경한 ‘사드 반발’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해야 상식적이라 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오히려 ‘사드 갈등’을 축소‧은폐하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내내 굳은 표정으로 사드에 우려를 표했다. 특히 “각국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발언은 사드 배치 방침을 고수할 경우 한국이 미중 간 전략 경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언론을 동원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놓다가 이번 정상회담이 이뤄진 G20을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에 접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 중국의 제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이 4일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말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사드 배치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전략 및 MD체계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관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배치론’이 애초부터 설득력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한중 정상회담의 진의를 짚은 방송사는 JTBC 뿐이다. JTBC <‘조건부 사드배치론’에 고개 젓는 중국>(2번째, 신경진 기자, https://bit.ly/2cCOE4Q)은 “중국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핵심 목적을 북핵을 다루는 범위를 넘어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즉 MD 편입으로 판단”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핵심 이해 당사국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점을 한미 양국에 분명히 했다”며 시 주석의 발언을 상세히 분석했다.
TV조선 <이슈분석/한-중 사드갈등 대책은>(26번째,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 https://bit.ly/2cvSHft)도 “중국은 사드 문제를 한국과 북한의 문제, 한미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미중 전략 경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고 미국이 아태 재규정 정책의 일환으로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반대함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 오늘의 황당 방송 보도(9/5) l 채널A와 MBN, 또 ‘대통령 패션쇼’ 보도
‧ 채널A <남색 재킷 ‘결연’ 시진핑도 ‘냉랭’>(2번째, 김민지 기자, https://bit.ly/2c02wlO)
‧ MBN <박근혜 ‘청색 옷’…미소 잃은 시진핑>(3번째, 김문영 기자, https://bit.ly/2c28twV)
한편 5일 한-중 정상회담 관련 보도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행보마다 빠지지 않는 종편의 ‘대통령 패션’ 보도도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 항상 두각을 나타내는 채널A와 MBN이 이번에도 주인공이었다.
채널A <남색 재킷 ‘결연’ 시진핑도 ‘냉랭’>은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의 상징색 격인 빨간색과 황금색 옷을 주로 입고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임하곤 했는데 오늘 만큼은 달랐”다면서 과거 중국 방문 당시 박 대통령의 옷차림과 이번 정상회담 옷차림을 비교했다. 기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박 대통령 옷차림에 대해 “위 아래 짙은 파랑색 정장을 입었습니다. 중국 방문때 즐겨 입던 붉은색이나 황금색 옷이 아닌 차분한 색상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당시 천안문 망루에 올랐던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선 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황금색 자켓으로 시선을 모았”던 사례와 “지난 2014년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때는 붉은색 자켓을 입었고, 시주석은 시종일관 환한 표정으로 화답”한 사례를 화면과 함께 보여줬다.
이후 기자의 설명이 가관이다. 기자는 “이번에 시 주석은 다소 굳어있는 표정으로 일관하며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굳은 표정이 마치 박 대통령의 옷 색깔 때문인 것처럼 묘사했다.
△ 한-중 정상회담에도 ‘대통령 패션쇼’ 보도하는 채널A‧MBN(9/5)
이는 MBN도 마찬가지이다. MBN <박근혜 ‘청색 옷’…미소 잃은 시진핑>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7번의 정상회담에서는 주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붉은색 계통의 의상을 자주 입었지만, 오늘은 진한 청색 재킷을 택했”다면서 “박 대통령을 '여동생'이라고 부르며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시 주석도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고 보도했다. MBN은 여기에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다양한 색깔의 옷차림으로 '소프트외교'를 하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박 대통령”이라는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도 달았다.
물론 각국 정상의 옷차림은 늘 주목을 받고 외교의 일부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주요 연설이나 국회 모두발언 등 국내 일정은 물론, 정상회담과 같은 해외 일정까지 사안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의 옷차림을 대서특필하는 것은 ‘가십’에 매몰된 행태일 뿐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옷 색깔을 사드로 첨예한 대립에 서있는 중국 국가주석의 표정과 연결시키는 채널A, MBN의 태도는 사안의 중요성을 ‘가십’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왜곡이나 다름없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지상파 3사와 달리 시진핑 주석의 ‘사드 반대’에 집중하며 체면을 지켰던 MBN의 태도는 특히 더 아쉽다. MBN이 자사 보도에서 찾기 쉽지 않은 정상적 보도를 낼 때에도 시청률을 의식한 ‘가십’ 보도는 포기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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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