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삼성 노동자 산업재해 관련 결정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2016.9.3)
등록 2016.09.03 18:26
조회 374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노동자’ 아닌 ‘삼성’만 바라본 언론
- 침묵보다 무서운 MBC의 삼성 ‘선의’ 부각  -

 

 

 

8월 말, 삼성 직업병 관련해서 두 가지 주요한 소식이 전해졌다. 똑같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산재를 다룬 소식이었지만, 언론의 보도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민언련은 삼성의 직업병 관련 두 가지 소식에 대한 신문과 방송의 보도행태를 분석해보았다.

 

삼성에 유리한 소식 하나
대법원이 백혈병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8월 30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삼성반도체 전 직원 김 모(47) 씨와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모(2005년 사망) 씨의 부인 정모(39)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삼성반도체 노동자 3인의 백혈병ㆍ림프종에 대한 대법원의 부당한 산재 불승인 판결, 그리고 삼성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올림은 대법원이 “회사의 관리 부실이나 자료 은폐,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잘못으로 인해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규범적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국제암연구소가 일찍이 1급 발암물질(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한 물질)로 지정했고, 원고가 업무 중 수시로 취급했던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명백한 오류까지 범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에 불리한 소식 하나
대법원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8월 29일과 30일에 걸쳐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였던 이경희·송유경 씨의 폐암 사망을 산재로 최종 인정했다. “고인들의 작업환경과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고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가 걸린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로써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은 총 열 네 명이고 그 질병은 여덟 종(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다발성신경병증, 뇌종양, 난소암, 폐암)에 이른다고 한다.

 
반올림은 이 처분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삼성 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의 문제점과 삼성전자 및 그 협력업체들의 재해노동자 업무환경 은폐 시도, 삼성전자가 작년 9월에 독단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 등에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에 유리한 ‘산재 불인정’ 판결은 보도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은 침묵한 신문
대법원의 판결과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 여부’를 똑같이 다루고 있다. 차이는 대법원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근로복지공단은 인정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언론 보도는 명백하게 갈렸다. 삼성에 유리한 대법원의 불인정 판결은 보도하고, 삼성에 불리한 근로복지공단의 인정은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산재 불인정 판결은 곧바로 다음날 상당수 종합일간지 지면에 소개됐다. 판결 당일인 30일 석간인 문화일보가 1건 보도하고, 다음날인 31일자 지면에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가 관련 내용을 1건씩 보도했다. 이중 문화일보, 세계일보는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1단으로 매우 간단히 전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해당 사안을 지면에 다루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0개 종합 일간지 중 6개 신문이 해당 사안을 지면에 실은 것이다. 그러나 관련내용을 다룬 어느 보도에서도 반올림의 반발 성명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는다.


반면 8월 29일과 30일에 걸쳐 이뤄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에 대해서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보도했다. 혹여 이 사안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보도자료가 없었기에 몰랐다 하더라도, 최소한 9월 1일 반올림의 보도자료를 보고 9월 2일에는 관련 이슈가 지면에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8개 일간지는 9월 3일 오후 4시까지, 신문 지면은 물론 인터넷 기사로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판결은 곧바로 지면에 보도했던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했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아예 삼성 직업병 관련 두 사건 모두에 침묵했다. 이는 결국 해당 일간지들이 주목한 지점이 ‘고통 받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가 아닌, ‘삼성전자’라는 것을 반증한다.

 

신문보다 더 견고한 방송사들의 침묵
9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보도 행태는 더 심각하다. 방송사들은 대법원이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조차 외면했다.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삼성반도체 산재 관련 보도 자체가 KBS 단신 1건, MBC 1건 뿐이고, 이 1.5건은 모두 대법원의 ‘산재 불인정’ 판결만을 보도한 것이다.

 

 

특히 KBS와 MBC는 대법원의 ‘산재 불인정’ 판결은 보도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결정에는 침묵했다. 삼성 측에 유리한 판결만을 보도하면서 속내를 드러낸 공영방송이나, 아예  반도체 노동자 산재 관련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는 다른 방송사나, 약자와 노동자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삼성에 대한 면죄부라 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만 보도한 KBS, MBC의 보도는 내용 자체가 형편없는 수준이다. KBS <간추린 단신/대법 “삼성전자 백혈병 근로자 3명, 산재 불인정”>(8/30, 24번째, https://bit.ly/2bHk4RC)은 “대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고 황민웅 씨의 부인 등 3명이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업무의 성격상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는 15초짜리 짧은 단신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 반올림과 삼성일반노조 측의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실리지 않았다.

 

삼성 ‘선의’ 부각한 MBC, 침묵 보다 무서운 왜곡
MBC <“백혈병 걸려도 모두 산재는 아니다”>(8/30, 6번째, 이상민 기자, https://bit.ly/2bBXPNd)는 더 악의적이다. 보도는 대법원이 강조한 “업무 내용에 따른 개별적 심리”라는 측면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 이런 보도행태는 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단으로 단신만 전한 신문은 판결 내용만 소개했고, 3단으로 비교적 자세히 다룬 신문은 개별적 심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을 뿐이다.


MBC도 마찬가지이다. △ MBC의 “백혈병 걸려도 모두 산재는 아니다”라는 제목,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을 얻었어도, 모두 산업재해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배현진의 앵커멘트, △ “평탄화, 절단·절곡, 도급 공정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3명의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병을 얻었다는 인과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어떤 공정에서 일을 했느냐에 따라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달라지는 것”이라는 이상민 기자의 설명, △ “담당 업무와 발병 사이에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이라는 조병구 대법원 공보관의 인터뷰 녹취인용까지, 이 모두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인 노동자의 개별적 심리를 부각하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들이 재해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과 삼성전자가 조직적으로 피해자들의 산재 입증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노출의 정도가 질병을 유발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회사의 관리 부실이나 자료 은폐,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잘못으로 인해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입증 곤란의 상황은 회사나 근로복지공단의 잘못으로 초래되었으나 그에 따른 불이익은 다시금 재해노동자 측에 전가”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이와 같은 측면은 전혀 고려치 않고, 대법원 판결 그 자체만을 부각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한 셈이다.

 

 

심지어 MBC 보도는 시종일관 삼성의 선의‘를 강조했다. 배현진 앵커가 “삼성전자는 판결과 관계없이 보상 절차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이라고 전하는가 하면, 이상민 기자도 “삼성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의 보상 절차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120여 명에 대한 보상을 마친 상태입니다”라며 노골적으로 삼성의 선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삼성 측의 보상 절차는 독단과 피해 축소라는 비판에 직면한지 오래다. 삼성도 설립에 동의했던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작년 7월, 보상 문제를 전담하는 ‘사회적 기구(공익법인)의 설립’을 제안했지만 삼성은 돌연 이 제안을 거부하면서 직접 보상 범위와 내용을 정한 보상절차를 독단적으로 진행했다. 보상의 절차는 폐쇄적이었을 뿐 아니라 보상의 수준과 범위 또한 매우 협소했다. 이로 인해 법원도 올해 1월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한 난소암은 삼성의 보상절차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을 받는 ‘3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8월 29일 근로복지공단이 역시 산재로 인정한 폐암은 아예 보상절차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질환이다. MBC는 이런 일련의 사실은 쏙 뺀 채, 삼성이 ‘선의’로 대승적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는 ‘삼성 찬양’이라 해도 손색없는 태도다.


한편, 반올림은 방송사들이 외면한 근로복지공단의 ‘삼성반도체 노동자 2인의 폐암 사망, 첫 산재인정’을 보도자료로 알리면서 “반도체 직업병 피해의 실제 규모와 범위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예단해선 안 된다. 따라서 보상 문제는 ‘체계적ㆍ계속적’이고 ‘객관적ㆍ중립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독단적인 보상절차로 삼성반도체 노동자 산재 문제를 덮으려는 삼성전자가 “보상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 그리고 이 사건 유족들처럼 보상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피해자들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을 외면하는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전자를 감싸며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모든 언론이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다.

<끝>

 

 

문의 신문모니터 배나은 활동가, 방송모니터 이봉우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