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 막말과 고성 초점 맞추는데서 나아가 야당만 욕먹게 편집한 채널A(2016.9.1)■ 민언련 오늘(8/31)의 나쁜 방송 보도
·야당 의원만 막말했다? 채널A의 ‘악마의 편집’
채널A <“멍텅구리” vs “닥치세요” 난장판>(톱보도, 이서현 기자, https://bit.ly/2bCRxTi)
3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이하 교문위)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고성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29일 유성엽 위원장이 누리과정 후속 처리를 위한 예산 증액 편성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며 여당 의원들이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이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간 것이다. 국회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부 방송사들은 이 장면을 부각해 1건씩 보도했다. 막말이나 고성 등의 행태에 초점을 맞춰 ‘국회 추태’로 싸잡아 비난하는 보도는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부적절한 언론 프레임이다.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이나 막말 실랑이를 감추고 이들을 감싸자는 의미가 아니다. 막말이나 실랑이 그 자체보다 어떤 법안을 두고 어떤 입장에서 일어난 갈등인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막말과 고성이 왜 일어났나?
이번 보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9일 교문위의 상황을 복기해보자. 진통을 겪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31일 밤 자정께 극적으로 여야 합의에 도달했다. 당초 31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교육시설자금 예산과 개성공단 입주 피해기업 지원 예산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면서 추경 처리에 실패했다. 특히 교문위에서 다루는 교육시설자금 예산은 누리과정 예산 관련 지방채무와 직결되어 있어 좀처럼 합의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29일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급증한 지방채무 5300억 원 상환을 위한 6000억 원을 증액 편성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표결로 통과시켰다.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의 추경안은 제출되자마자 졸속 편성 논란에 휩싸였다. 전체 11조원 규모 중 절반에 가까운 4.5억 원이 지방재정 보강과 국가채무 상환에 투입되는데 이는 정부가 추경의 정당성으로 내세운 구조조정 및 일자리 지원의 4조원 배정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정부가 스스로 추경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이다. 또한 국회가 당초 정부안에 없었던 울산 전시 컨벤션센터 사업, 영암 튜닝산업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추경에 포함시키면서 ‘지역 민원 끼워넣기 구태’도 반복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복지재정 보강은 얼렁뚱땅 넘어갈 판이었다.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만 3~5세의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은 애초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추경 예산안을 백남기 농민 및 서별관회의 관련 청문회와 ‘맞교환’해버린 야당에게 질타가 쏟아질 정도로 부실한 추경안이었다. 야당이 뒤늦게 누리과정 예산을 마지노선으로 삼으며 끝까지 버틴 덕에 그나마 보육대란을 막을 수 있는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민의당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원 퇴장했고, 31일 교문위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게 되자, 유성엽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전원 퇴장했던 것이다. 그나마 여야 3당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31일 밤 심야 릴레이 회의를 벌인 끝에 누리과정과 복지예산 3500억 원을 증액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이번 추경 통과가 진통을 겪는 배경과 추경 문제를 장관 청문회까지 끌고 와 청문회를 파행시킨 데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막말과 고성 초점 맞추는데서 나아가 야당만 욕먹게 편집질까지 한 채널A
그러나 KBS, SBS, TV조선,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은 모두 이런 정황은 제대로 전하지 않은 채, 모두 ‘막말‧고성’이라는 현상에만 집착해 이를 1건으로 따로 전했다. 그중 채널A는 이 내용을 <“멍텅구리” vs “닥치세요” 난장판>라는 제목의 톱보도로 내거는 가장 악질적 보도행태를 보였다.
31일 교문위에서 여야 의원 간 오간 막말 내용을 직접 보도 제목에 명기하면서 톱보도로 대서특필한 것은 이날 채널A가 유일했다. 게다가 채널A는 조윤선 장관 후보자 청문회 파행 원인도 야당 의원들에게 전가하는 편파성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채널A의 보도는 명백히 여야가 함께 고성이 이어졌음에도 교묘하게 야당 의원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 같은 악의적 ‘편집질’까지 시도했다.
기자는 “지난 29일 누리과정 예산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고성이 오갔고 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면서, 의원들 간 막말을 화면으로 내보냈다. 첫 화면은 더민주 손혜원 의원이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에게 “닥치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에 이은재 의원은 “뭐라고?” “창피하다 정말 수준이”라며 맞받아쳤다. 두 사람 간 실랑이에서는 이은재 의원이 손혜원 의원을 향해 “멍텅구리. 제대로 배웠어야 말이지”라고 말한 대목도 있었지만 채널A는 여당 의원의 “멍텅구리”라는 막말은 화면에서 쏙 빼버렸다. 다만 손 의원의 “멍텅구리라면서요”라는 반발은 자막으로만 처리했다.
채널A의 부적절한 편집은 다음 화면에서도 나타났다. 더민주 안민석 의원이 다짜고짜 “한선교!”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한선교라뇨”라고 반박하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이어서 채널A는 한선교 의원에게 재차 “창피한 줄 아세요”라고 말하는 안민석 의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 역시 앞부분을 싹둑 잘라낸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한선교 의원의 이름을 크게 외치기 전에 여당 의원들의 고성과 고압적 태도를 차분하게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고함 지르고, 한선교 의원님, 그런 자세…”라며 한선교 의원의 삐딱한 자세도 언급했는데 한선교 의원은 비웃는 듯한 뉘앙스로 “뭘, 자세가 어떤데, 똑바로 앉아있는데?”라며 반말과 함께 한껏 안 의원을 비꼬았다. 이에 화가 난 안민석 의원도 “한선교!”라고 이름을 부른 것이다. 채널A는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의 불량한 태도와 반말은 잘라내고 더민주 안민석 의원의 고성과 반말만 보여준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만 의도적으로 부각한 채널A의 악의성보다 더 큰 문제는 위에서 지적한대로 이런 논란이 벌어진 배경과 정황, 그 의미는 단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채널A는 이런 배경을 모두 지운 채 오로지 ‘막말과 고성’, 그 중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막말만 화면에 담은 것이다. 특히 여야가 결국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추경 통과에 합의한 점을 고려할 때 이렇게 추경의 내용 대신 ‘고성과 막말’만 집중적으로 보도한 방송사들의 행태는 모두 부적절했다.
·오늘의 나쁜 보도 2 l 사실 확인은 뒷전, 통일부 ‘첩보’ 무조건 톱보도로 선전하는 KBS
KBS <북 김영철‧최휘 ‘혁명화’…김용진은 총살>(톱보도, 임종빈 기자, https://bit.ly/2bDv4iT), <‘측근’ 김영철 처벌…“공포감 극대화”>(2번째, 고은희 기자, https://bit.ly/2c8gktP), <미니이슈/졸기만 해도 처형…“권력장악 미흡 반증”>(3번째, 허효진 기자, https://bit.ly/2bJ2Mpe)
통일부가 31일, 이례적으로 북한 내부 상황 등 ‘정보 사안’을 공개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영철이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통전부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것이 원인이 돼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 달여간 지방 농장에서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고 이외에도 김용진 내각 부총리 7월 초 처형, 최휘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혁명화 교육 등의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층의 처형, 처벌 등의 사안은 그간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 보고만 했었는데 이번엔 정례 브리핑으로 대중에 공개한 것이다.
통일부가 이렇게 나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김정은 체제의 비상식성과 체제 붕괴 가속화’를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을 별도로 거론하며 ‘김정은 정권’과 ‘간부·주민’을 구분 짓는 대북정책을 시사했고 24일에는 북한을 “1인 독재 하에 비상식적 의사결정 체제”라고 규정하며 “김정은의 성격이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일부가 확인했다는 내용들이 ‘첩보’ 수준을 넘어선 ‘팩트’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출처에 대해 “여러 경로로 확인된 사실”이라면서도 “집행되었다고 한다”거나 “처벌 받았다고 한다”는 간접 화법을 썼다. 정부는 앞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2월10일 ‘북한군 총참모장 리영길이 처형됐다’는 자료를 기자들한테 제공했으나, 그가 5월 제7차 노동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망신살’이 뻗친 바 있다. 이 때문에 설익은 첩보를 이런 식으로 공개하면 북한의 역정보 흘리기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통일부의 발표를 모든 방송사가 보도했지만 정부의 이런 정보 공개가 이례적이라는 점, 국내 여론몰이용 아니냐는 지적은 JTBC만 언급했다. 나머지 8개 방송사는 정부 발표를 받아쓰면서 정부의 ‘북풍’ 여론몰이에 일조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KBS는 이번에도 톱보도부터 3건을 정부가 발표한 ‘북한 고위층 처형 및 처벌’에 쏟아 부어 ‘북풍 강자’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KBS의 3건의 보도는 ‘통일부 발표 받아쓰기 → 측근 김영철 처벌한 김정은의 공포정치 →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한 북한 체제 이탈 가속화’로 이어졌다. 먼저 톱보도 <북 김영철‧최휘 ‘혁명화’…김용진은 총살>에서 “북한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김영철이 지방농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사상교육을 받는 혁명화 처벌을 받고 최근 복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선전사업을 맡은 최휘 제1 부부장은 석달째 혁명화 교육중이고, 부총리였던 김용진은 총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통일부 발표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정부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확인된 사실”이라는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 장면까지 보여주며 정부 ‘첩보’에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 ‘여러 가지 경로’를 밝히지 않은 통일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보도 <‘측근’ 김영철 처벌…“공포감 극대화”>는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과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정은이 가장 아끼는 핵심측근” 김영철의 처벌을 재조명했다. KBS는 김영철 처벌을 두고 “김정은은 동요를 막기 위해 핵심 중의 핵심 측근을 처벌했지만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공포감만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KBS보도의 하이라이트는 세 번째 보도 <미니이슈/졸기만 해도 처형…“권력장악 미흡 반증”>이다. KBS는 자사가 비중이 크다고 판단한 사안에 ‘미니이슈’ ‘이슈&뉴스’ 등의 타이틀을 달고 기자 3명을 리포트에 투입하면서 5분여의 분석 보도를 한다. 이번 통일부 발표에도 그 ‘미니이슈’를 끼워 넣었다. <미니이슈/졸기만 해도 처형…“권력장악 미흡 반증”>은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 “남녀 가릴 것 없이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으로 열렬히 박수를” 치는 조선중앙TV 화면을 보여주면서 “김정일 때도 보기 어려운” 김정은에 대한 광적인 환호가 “거꾸로 김정은 권위의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좋을 때는 한없이 좋아보이는데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목숨이 위태”할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의 성격을 설명했다. 보도 말미에는 2013년 장성택 처형,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공개처형 등 과거 김정은 정권 실세들의 처형을 들어 ‘김정은 공포정치’를 부각한 후 이를 “올 들어서만 일반 주민들까지 60여명이 공개처형당하면서 목숨 건 탈북도 증가세를 보여 북한의 모든 계층에서 김정은 체제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결국 통일부 발표를 태영호 공사 탈북 등 ‘탈북 도미노’와 연관 지으면서 ‘김정은 체제 이탈 가속화’까지 등식화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읊은 것이나 다름없다.
놀랍게도 KBS 보도 3건의 내용과 흐름은 이날 KBS와 마찬가지로 통일부 발표를 톱보도부터 3건 보도한 TV조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TV조선도 ‘통일부 발표 받아쓰기 → 측근 김영철 처벌한 김정은의 공포정치 →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한 북한 체제 이탈 가속화’로 3건을 보도했다. ‘김정은 공포정치’를 부각하기 위해 조선중앙TV의 화면을 이용한 것도 똑같다. 다만 TV조선은 3번째 보도 <비자 면제 중단…김정은 돈줄 타격>(3번째, 윤동빈 기자, https://bit.ly/2bD6Dbp)에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비롯해 과거 북한과 가까웠던 나라들이 잇따라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며 “그동안 국제사회의 제재가 별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젠 이런 평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제재’가 성공했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실은 것인데 흥미롭게도 이는 하루 전인 30일, KBS가 <우크라이나 북한과 비자 면제 취소>(8/30, 톱보도, 하준수 기자, https://goo.gl/r1uotl)를 통해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과 똑같다. KBS와 TV조선이 보도를 주고받으며 ‘북한 체제 붕괴’를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방송사들이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 강경기조’와 ‘북한 붕괴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실 확인 없이 쏟아내는 각종 ‘첩보’들까지 그대로 받아쓰기만 하는 행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최소한 사실관계와 출처를 확인하는 것은 언론 보도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최근 북한 관련 보도에서는 그런 절차조차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오직 JTBC만이 “정부가 북한 권부의 동향을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흔치 않은 일” “다음 달 4일 북한인권법 시행과 맞물려 분위기 조성 성격의 행보”라며 정부의 의도를 짚었다. JTBC도 ‘크로스체킹’ 등 사실관계 확인 및 출처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심을 두지 않았다. 4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그 뒤 이어진 남북관계 경색과 사드 배치로 인한 긴장 국면까지, 최악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에서 과연 ‘북한 체제 이탈 가속화’를 정부와 방송사들이 사실 확인도 없이 선전할 일인지 반성이 필요하다.
* 모니터 대상 : 9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2부), 연합뉴스TV <뉴스20>) *YTN은 홈페이지 사정상 관련 보도 URL 링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