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조선일보는 왜 ‘자기 언론사의 자유’만 외치나(정민영)<시시비비> 조선일보는 ‘언론 자유’에 일관성을 갖추라
조선일보는 왜 ‘자기 언론사의 자유’만 외치나
정민영(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청와대와 대립각 세우는 조선일보
최근 한 달여 동안 논란의 중심에는 조선일보(이하 <조선>)가 있었다. <조선>은 지난 7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땅 거래 의혹을 시작으로 정권 핵심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왔다. 오래지 않아 <조선>에 대한 ‘반격’이 개시됐다. <조선> 송희영 주필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더니, 이석수 대통령 특별감찰관과 통화한 <조선> 기자가 검찰로부터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선>은 8월 30일 자 사설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나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치받았다. 난투극이 계속되면서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대립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는 눈에 띄는 점이 적지 않다.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정국을 좌지우지해 온 <조선>이 직접 이슈의 당사자로 등장하는 상황 자체도 이례적이거니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권에 찍힌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데 앞장섰던 <조선>이 바로 그 정권과 전면전을 벌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조선>의 ‘진짜 의도’를 두고 지금도 해석이 분분하다.
자기 이익 앞에서만 ‘언론 자유’ 외치는 조선일보
<조선>은 이 모든 상황을 비판기사에 대한 정권의 보복, 언론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짓고 있다. “권력이 싫어하는 보도를 한다고 취재기자를 압수수색 한 것은 언론을 적대시했던 좌파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 사건은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서 중대한 악례(惡例)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 비서의 땅 의혹을 보도했다고 언론이 수사당하고 있다(2016년 8월 30일 자 사설)”
<조선>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등에 정치적 보복 성격이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조선>의 ‘언론탄압’ 주장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운 건, 단지 <조선>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언론사여서가 아니다. 그동안 <조선>이 ‘언론 자유’를 자사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도, 정작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에 대하여 눈을 감거나 그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의 막말 방송에 대한 대책으로 방송사 재승인 심사 점수에 반영하는 감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조선>은 사설에서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조치와 입법도 삼가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2013년 국회가
그에 반해 언론인들이 정권을 비판했다가 일자리를 잃고, 압수수색을 당할 때, 정부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조선>은 침묵하거나 본질을 호도하는 편을 선택했다. 2008년 MBC
조선일보, ‘언론사의 자유’ 아닌 ‘언론의 자유’ 외쳐야
<조선>과 청와대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선>에 대하여 제기된 의혹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조선>에 대하여 보복성 사찰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역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다만 사건의 결론과 무관하게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선>이 언론의 자유에 관한 한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추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사의 이해관계를 떠나 <조선>이 언론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상황,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눈을 감지 않기 바라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 핵심적인 가치이다. 1등 신문을 자부하는 <조선>이 ‘언론사의 자유’가 아닌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