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박근혜 정권 보도지침 축소·은폐에 나선 조중동, 언론자격 없다(김성원)
<시시비비>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개입에 대한 신문보도 비평
박근혜 정권 보도지침 축소·은폐에 나선 조중동, 언론자격 없다
김성원(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지난 6월 30일 언론노조와 민언련 등 7개 언론단체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명백하게 개입했음을 증명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경에 일부 책임이 있다면) 좀 지나고 나서 그렇게 (비판을) 해야지”, “의도가 있어 보인다”(2014년 4월 21일), “(해당 보도를)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든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해경 입장을 반영해) 한 번만 더 녹음을 해달라”,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이상 2014년 4월 30일) 등 이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적극 차단하기 위해 구체적인 뉴스 편집까지 간섭하면서 오로지 박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골몰했다. 이러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간섭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한 중대한 위헌(違憲)적 작태에 다름 아니다.
조중동, 박근혜 정권 보도지침 파문 ‘외면’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이렇듯 박근혜 정권이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앞세워 KBS 등을 상대로 자행한 위헌적 보도지침 하달 행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보도지침 하달 사태는 공영방송 독립성 침해를 넘어서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뿌리부터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6월 30일 언론단체가 폭로한 이정현 전 수석의 KBS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사실에 대해 파장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7월 1일부터 4일까지 <민언련 오늘의 신문 보도>를 살펴보면 이정현 전 수속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에 대해 경향신문은 27건, 한겨레신문은 15건의 관련 기사를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2건, 중앙일보는 3건, 동아일보는 4건 등 조중동을 통틀어 경향신문의 1/3밖에 되지 않는 보도량을 보였다. 5일 박근혜 정권의 보도지침 의혹에 대한 대정부질문 관련 6일자 기사 역시 경향신문 2건, 한겨레신문 1건, 조선일보0건, 중앙일보 0건의 보도량을 보였다. 또 같은 날 동아일보는 1건의 기사에서 해당 사안을 언급하고 지나가는 수준에 그쳤다. 6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폭로한 청와대 KBS 인사개입 및 보도개입 주장에 대한 7일자 보도 역시 경향신문, 한겨레는 관련 기사를 게재한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으며 침묵을 지켰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6월 30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녹취록 폭로 등 박근혜 정권의 보도지침 파문에 대해 사건이 터진지 1주일이 넘은 8일까지 단 한건의 관련 사설도 쓰지 않으면서 파장을 줄이기에 급급한 행태마저 보였다. 이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와 비교해 보아도 더욱 후안무치한 행태다. 중앙일보는 2일 사설 <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니…>에서 이 전 수석의 행태에 대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오른다”고 비판하면서 국회에 공영방송 정상화 입법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또 동아일보도 2일 사설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간섭은 경계수위 넘었다>에서 이 전 수석의 발언이 방송법 4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KBS가 국가 기간방송 역할을 다하려면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사장 임명을 좌지우지하고 보도나 프로그램 편성에 개입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경향, 박근혜 정권 보도지침 사태 강력 비판
반면 경향신문은 7월 1일 이후 <청와대가 KBS 보도를 통제했다니, 지금 유신시대인가>(1일), <KBS 보도통제가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라는 청와대>(2일), <KBS 보도통제 옹호하는 새누리 미방위원의 후안무치>(8일), <이정현도, 서청원도 새누리당의 미래를 열 자격 없다>(8일) 등 4건의 관련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중대한 위헌적 보도지침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2일 사설 <KBS 보도통제가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라는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은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한 데 사과해야 한다. 이정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방송법 위반 혐의로 수사 받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겨레도 7월 1일 이후 <‘KBS 세월호 보도’ 통제한 이정현 수사해야>(1일), <군사정권과 다름없는 박근혜 정부의 ‘보도지침’>(2일), <‘이정현 녹취록’ 보고도 세월호 조사 덮으란 말인가>(2일), <‘이정현의 KBS 압력’은 수사 필요한 범죄행위다>(4일), <‘세월호 보도 압력’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 출마라니>(6일), <대통령이 사표 받으라 했다면 탄핵감 아닌가>(8일) 등 6건의 관련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중대한 위헌적 보도지침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8일자 사설 <대통령이 사표 받으라 했다면 탄핵감 아닌가>에서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6일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밝힌 데 대해 “그의 말대로라면 결국 세월호 참사 등에서 정부 비판 보도를 통제하고 마지막엔 말을 듣지 않으니 사표를 받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란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박 대통령의 행위는) 방송법 위반은 물론 정치적으론 탄핵감”이라고 못 박으면서 사설 말미에서는 야당에게도 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 행태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끝까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조중동, 이러고도 언론인가?
이렇듯 박근혜 정권이 이정현 전 홍보수석을 앞세워 KBS 세월호 참사 보도에 직접 개입하는 등 노골적인 언론통제에 나선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위헌적 작태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박근혜 정권의 심각한 헌법 위반 행태에 대해 축소·은폐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언론 통제를 축소, 은폐하려는 조중동의 행태를 통해 조중동이 언론이라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족벌수구집단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따라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언론자유 억압을 분쇄하고 싶다면 더욱 집요하게 조중동의 행태를 감시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에 침묵하는 조중동의 행태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의 본질을 명확히 드러낼 때 시민들이 진정한 언론 자유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