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대중매체를 능가할 정도로 커진 SNS의 영향력 (고승우)
<언론포커스> 여소야대 정국, 샌더스 돌풍, 브렉시트의 공통점은?
대중매체를 능가할 정도로 커진 SNS의 영향력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지구촌의 정보화시대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선거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 미디어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디지털 선거’가 대중매체의 지지를 받던 정당정치의 틀을 허물고 있다.
이는 4‧13총선과 미국의 대통령후보 경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입증되었다. 이들 세 정치 행사의 공통점은, 유력 대중매체들의 보도 방향과 다른 결과가 나왔으며 관련 여론조사가 사회 현상에 대한 설명과 예측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난 점이다.
4‧13총선의 경우 전체 언론의 90% 이상을 점하는 대중매체가 여당 압승, 심지어 새누리당 200석 이상을 연일 보도했지만 결과는 여소야대였다. 총선 전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1천 4백여 건은 여당 지지가 압도적이라는 현상 설명을 하면서 대중매체의 선거 보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들 전체 여론조사 가운데 총선 결과를 예측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의 경우도 미국 주류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고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두 후보가 두각을 나타냈다. 기득권 정치지지 관점에서 후보 조기 탈락으로 예측된 도날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22개주에서 승리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 후보는 유력 언론이 자기를 외면하자 트위터를 적극 활용해 대중매체가 이를 보도토록 하는 작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을 국민투표 이전에 예측한 영국주요 언론 거의 없었다. 영국 BBC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언론사들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당위성을 지지하면서 탈퇴 가능성은 외면했었다. 관련 여론조사 대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예측력을 상실한 대중매체 여론조사
사회현상은 어떤 이론과,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설명이 나온다. 앞서 살펴본 3개국의 사례를 미디어와 관련해서 분석했을 때 SNS가 대중매체를 능가하는 시대 등장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만약 정치‧경제적 시각으로 분석하면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한국과 미국, 영국은 정보강국이면서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겪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지배구조가 정치권력, 거대자본, 대중매체라는 3각 연합구도로 유지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그러면서 대중의 의사를 묻는 선거와 투표에서 예상 밖의 결과라는 동일한 현상을 경험했다.
4‧13총선과 미국 대선 후보 경선, 영국의 브렉시트를 미디어학의 관점에 볼 경우 기존 수용자 효과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보화 사회에서 고정관념이 된 대중매체의 절대적 영향력이라는 프레임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이들 정치적 행사 이전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가 행사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것도 주목된다.
“대중매체=갑, 수용자=을”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다
선거, 투표는 대중매체와 여론조사가 주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매체가 정치 조직 등의 공약, 비전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여론조사는 그에 대한 사회적 지지 여부를 대중매체를 통해 알리고 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학계에서는 대중매체의 수용자들에 대한 효과이론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그것은 탄환이론, 다단계이론, 선택적 기억이론, TV영향이론, 침묵의 나선이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이론은 대중매체를 갑으로, 수용자를 을로 전제로 한 특징이 있다. 여론조사도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을 역시 기본전제로 삼는다. 4‧13총선 등의 결과는 수용자 효과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대중매체가 대량 생산해 유포한 정보가 대중의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의 대의 민주주의의 틀이 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대중은 대중매체나 여론조사를 통해 조종하거나 조작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중은 자율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사회전체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SNS를 통해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행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매체가 전체 사회에서 차지하는 정보전달 기능은 막강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SNS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대중매체는 사회지배 세력, 즉 의사결정 기구나 전문인들에게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은 시한부라는 점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