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5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6.06.23)전두환 광주 발포 명령 역사적 증거 제시한 한겨레
민언련이 2016년 5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6월 28일(수요일)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5월의 수상자인 기자가 참석하는 시상식과 간담회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좋은 신문 보도, 전두환 광주 발포 결정 개입 결정적 증거 제시한 한겨레
전두환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퍼지기 시작한 ‘파렴치한 주장’
시작은 조선일보였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 둔 4월, 전두환은 회고록 발표를 앞두고 있다며,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한 계엄군의 발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초에는 전씨의 관계자 발언으로 포장되어 보도됐다. 전두환 회고록 홍보에 가장 먼저 뛰어든 조선일보는 <“전두환 대통령, 장남 통해 노태우 후보와 6.29 선언 이틀 전까지 조율”>(4/23, 6면, 최경운 기자)을 통해 해당 회고록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전 전 대통령이 집권하기까지의 과정과 7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있었던 일, 퇴임 후 백담사 유배와 5공 청문회, 김영삼 정부 때 쿠데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일 등”을 다룰 것이며, 이를 읽은 이들 중 “일부는 충격적인 사실에 놀랄 것이고, 일부는 불편한 진실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구체적인 ‘광주 발포’ 발언은 그 다음날 경향신문의 <“전두환, 5.18때 발포 명령 안했다”>(4/22, 9면, 유정인 기자) 보도에 등장한다. 경향신문은 전두환 측 관계자가 “전 전 대통령이 (계엄군의 발포명령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고 관련자 진술도 일치한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계엄사 지휘 계통에 있지도 않았고, 보안사령관에 불과했다”며 발포명령 지시설을 부인했다고 주장했음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5·18기념재단의 “철면피 같은 행동”이라는 비판을 덧붙였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전두환 “광주 발포 명령 안했다” 출간 앞둔 회고록서 책임 부인>(4/22, 8면, 정승임 기자)을 통해 전두환 측의 ‘발포 부인’ 주장을 소개하고 “발포 명령을 누가, 언제 내렸는지를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처럼 처음에는 관계자 측 발언 정도로 소개되던 이 주장은 동아일보의 <전두환 “광주 내려가서 뭘 하라고”>(5/17, 5면, 민동용 기자, https://me2.do/x5jqJMIO) 보도에서부터는 전두환의 목소리를 직접 소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점점 대담하게, 점점 큰 목소리로 ‘나는 광주 발포 책임이 없다’는 전두환의 목소리가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군부 최고 책임자였던 전두환이 이런 황당하고도 파렴치한 주장을 펼치게 된 배경에는, ‘5ㆍ18특별법’ 제정으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끝내 전두환을 최초 발포 명령자로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이 놓여있다. 법원 판결 역시 주영복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이 지위권을 발동했고, 계엄군은 이를 발포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아는 “그(전두환)의 육성을 그대로 남기는 작업도 의미가 클 것”이라는 핑계로 전두환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했으며, 동아일보는 이를 신문 지면에 그대로 받아쓰며 확산에 힘쓴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황당한 상황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다음날인 19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한겨레 정대하 기자의 보도를 통해 사실상 ‘종결’된다. 이 보도는 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그러나 전두환은 광주 발포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
전두환을 겨냥한 한겨레 정대하 기자의 보도는 모두 ‘제5공화국 전사’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 기록 등을 근거로 전두환이 사실상 “시민들에게 총을 쏠 수 있도록 하는 군의 자위권 발동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제5공화국 전사는 1982년 5공화국 인사들이 극비리에 제작한 것으로 “부록 3권까지 합쳐 총 9권 약 3800쪽에 이르며, 79년~81년 4월 11대 국회 개원에 이르는 격동기의 중요사건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는 신군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때라 신군부 인사들이 이 책에서 거리낌없이 이야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전두환 ‘광주 발포 결정’ 회의 참석>(5/19, 1면, https://me2.do/x0fn4Dkp)과 <발포 직전 군 비공식회의 “전두환· 노태우가 기다리고 있었다”>(5/19, 2면, https://me2.do/GBbsxfqS) 보도에서는 “5월21일 오전 10시50분” “광주에 출동한 군인들의 자위권 발동을 건의하는 자리에 전두환 당시 합수본부장 겸 보안사령관이 참석했”음이 폭로됐다. 이 “자위권 발동을 결정한 국방부 회의 2시간쯤 뒤인 5월21일 오후 1시 광주 금남로에서” 시민에 대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시작됐다. 한겨레는 정석환 전 중앙정보부 전남지부장 직무대리의 검찰 진술을 통해 “군이 시민을 향해 집단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국군통수권자인 최규하 대통령은 보고조차 받지 못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두환, 광주 발포 다음날 공수부대장에 격려금>(5/20, 1면, https://me2.do/FgeuKRnA) 보도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 기록을 근거로 전두환이 “광주 금남로 집단 발포로 시민 수십명을 사살한 공수부대 지휘관에게 발포 다음날 ‘용기를 잃지 말고 분발하라’며 격려금 100만원을 준” 정황을 담고 있다. 같은 날의 <광주 발포뒤 자위권 담화문, 전두환의 보안사가 주도>(5/20, 6면, https://me2.do/GIcKWmdy)에서는 재판기록과 5공전사 등을 근거로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후 계엄사령관 명의로 나온 ‘계엄군은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담화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령관을 맡은 보안사령부가 문안 작성을 주도”했음을 지적했다.
다음날 <5·18 진압 이틀전 ‘최규하 광주방문 담화’는 전두환 작품>(5/21, 9면, https://me2.do/FXhtiM3Q)은 5공전사를 근거로 전두환이 “계엄군의 광주 무력진압을 이틀 앞두고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광주 현지에서 시민들의 자제를 요청하는 선무방송(5월25일)을 하도록 주도”했음을 밝혀냈다. 이는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가 5월27일 새벽 이뤄진 5·18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준비하면서 최 대통령을 동원해 마지막으로 설득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등 치밀한 명분 쌓기 전략까지 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겨레 정대하 기자는 “당시 최 대통령은 5월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다음날까지 어느 부대가 발포했는지 군 지휘관이 누군지 등 상황 파악을 전혀 못했을 뿐 아니라 신군부의 요구에 저항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 같은 상황은 “당시 실세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강조했다.
시민군은 아직도 부끄럽다 한다 그런데 전두환은 왜?
전두환의 발포 개입 근거를 연일 보도한 정대하 기자는 이어 “죽음을 각오하고 계엄군에 저항했던 300여명의 시민군 가운데 총알 파편을 맞아 다친 유일한 여성”의 ‘오월 일기’를 두 건의 기사를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부끄러움이었다”>(5/27, 1면, https://me2.do/FREOlSpP)와 <“총상보다 더 큰 고통” 7월3일 “데모 않겠단 각서 찢고 싶었다”>(5/27, 2면, https://me2.do/FyYqdrag)은 그녀가 느꼈던 “죽음보다 더 두려운 부끄러움”의 여정을 담담히 소개한다. 그녀는 “광주학살 소식을 듣고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에”, “‘데모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던 것에, “오월 이후 평범하게 사는 것에”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느껴왔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이기기 위해 “금남로 분수대 앞 집회”에 나갔고, 총탄을 맞아 피를 쏟았으며, 자신의 일기를 공개했다. 부끄럽지 않고자 한 그 행동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사회는 광주를 “폭도로 매도”했고, 그녀는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역사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읽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그 무렵의 기억들이 오직 ‘부끄럽지 않고자 한’ 한 사람의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기사 말미, 그녀는 “요즘 전두환씨 이야기가 회자되고 하니까, 욕만 나오지요. 5·18을 북한특수군 소행이라는 것은 더 웃기지요”라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끝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한겨레 정대하 기자는 묵묵히 ‘부끄러워 해야 할’ 이유와 명분을 제시한 셈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언론이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고 나선 사이, 한겨레는 5공화국 인사들이 극비리에 제작한 문서를 입수해 그 기록을 기반으로 전두환의 시민군에 대한 계엄군의 발포 명령 책임 부인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의 <전두환 광주 발포 결정 개입 및 광주 피해자 증언> 보도 7건(정대하 기자)을 ‘2016년 5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 보도, 5․18 앞두고 전두환의 광주 발포 부인 변명 소개한 동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일 전날에는 ‘광주 발포 책임 없다’는 전두환 발언 받아쓰기
‘신동아’ 6월호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한 계엄군의 발포 명령 책임을 부인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실렸다. 동아일보는 이를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하루 전날인 17일자 지면에 <전두환 “광주 내려가서 뭘 하라고”>(5/17, 5면, 민동용 기자, https://me2.do/x5jqJMIO)를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해당 보도에는 전두환이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발포 명령을 내리라고는) 절대 못 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씨가 “광주에 내려가 뭘 하라고요”라는 반문을 내놨다는 점 역시 여과 없이 보도됐다. 자리에 함께한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의 “모두가 (전 전 대통령을) ‘5·18 책임자’라고 하는데 이걸(발포 책임을) ‘오케이’ 하는 건 별개 문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라는 주장 역시 기사에 포함됐다. 5ㆍ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앞두고, 피해자가 아닌 전 씨 부부의 ‘억울함’을 전달하는데 주력한 셈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동아일보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순자가 1988년 백담사 행에 대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빨리 백담사로 간 것”, “무방비 상태에서 갔다.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고 밝혔음을 소개하며 이 여사가 자신의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는 대체 왜 이런 일방적 주장을 보도한 것일까? 동아일보는 해당 보도 말미에 “일부 내용은 일방적 주장일 수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우선 그의 육성을 그대로 남기는 작업도 의미가 클 것”, “‘어둠의 시대’ 5공을 조명하고 의미를 짚어보는 일은 계속돼야 할 과제”라는 신동아 측 취재의 변을 소개했다. 이는 신동아 6월호 홍보에 나선 동아일보의 속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소개’하는 것이 ‘5공을 조명하고 의미를 짚어보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신군부의 일인자로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의 지시 없이’ 특전사령관이나 보병사단장이 자의적으로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5월 광주’의 희생자들을 농락하는 파렴치한 주장일 뿐이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에 대해 ‘반란수괴, 반란모의참여, 반란중요임무종사, 불법진퇴, 지휘관계엄지역수소이탈, 상관살해, 상관살해미수, 초병살해, 내란수괴, 내란모의참여, 내란중요임무종사, 내란목적살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죄’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한겨레가 5월 19일부터 21일에 걸쳐 공개한 <제5공화국 전사>에 따르면 전두환은 광주에 출동한 군인들의 자위권 발동을 건의하는 자리에 참석했으며, 집단 발포를 지휘한 공수부대 지휘관에게 격려금을 줬다. 정석환 전 중앙정보부 전남지부장 직무대리의 진술에 따르면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초기 광주의 ‘민심순화를 위한 선무활동’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광주에 가서 무엇을 하란 말인가’, ‘발포에 대해 책임이 없다’, ‘노태우에게 살해당할까 무서웠다’는 식의 ‘가해자’의 발뺌식 주장을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그대로 소개하고 유포하며 이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다. 살인사건의 가해자의 ‘나는 죽이지 않았다’, ‘공범에게 살해당할까봐 두려웠다’는 주장을 ‘이 또한 의미 있다며’ 지면에 보도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전두환의 ‘나는 쏘라고 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보도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에는 전두환․이순자 연애담 소개
동아일보의 ‘기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동아일보는 <횡설수설/전두환과 이순자의 천생연분>(5/18, 35면,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https://me2.do/FyY7KKSV)이라는 칼럼을 지면에 배치했다. 해당 칼럼에서 동아일보 최영훈 수석논설위원은 내내 전두환․이순자의 연애담과 전두환의 젊은 시절 품성을 이야기했다. “전두환은 육사 생도 시절” “일요일 오전 축구 연습을 마치면 무리를 끌고 육사 교장 사택으로 가 점심을 배불리 얻어”먹던 와중 “진해여중 2학년 이순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논설위원은 “학창시절 가무잡잡한 얼굴에 예쁜 편이던 이순자의 별명은 ‘필리핀 공주’”였고 “경기여고 3학년 때 전두환 중위와 재회하고 사랑에 빠”졌고 “전 중위가 보낸 연애편지를 들켜 교장실로 불려가 꾸중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았”다는 것까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전두환에 대한 설명은 더 가관이다. 최 논설위원은 전두환이 “젊을 때부터 넉살이 좋았”고 “육사 정규 1기(11기)로 자부심이 강”했으며, “선배 장군뿐 아니라 부하들도 통이 큰 그를 좋아하고 따랐”다고 강조했다. “내가 잘난 게 뭐 있어, 부하들 잘해 주다 보니 대통령까지 됐지”라는 전 전 대통령의 발언 역시 소개했다. 이 ‘횡설수설’은 “(백담사 유배 당시)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는 이순자 씨와 “일생일대의 실수가 노태우 대통령 시킨 것”이라는 전두환의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횡설수설>은 소재와 형태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내용을 담는 칼럼이지만, 조선일보의 <만물상>처럼 오랫동안 유지해온 동아일보의 간판 칼럼이다. 외부 기명칼럼도 아니고, 동아일보의 논설위원들이 쓴다. 한마디로 <동아일보>의 주요 지면이다. 그런데 이런 지면에 전두환 신군부세력의 집권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한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지면에 전두환의 연애담과 좋은 품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처럼 동아일보는 5ㆍ18민주화운동 전날과 당일 지면에서 전두환 내외의 변명을 소개하고, 출간을 앞둔 자서전을 홍보하는 한편, 이들의 개인사를 미화해 전달했다. 이는 아들의 시신이 담긴 관 앞에서 우는 어머니의 사진을 놓고 ‘택배’라 지껄이며 온갖 지역비하와 혐오를 조장하는 ‘일베’만도 못한 ‘패악’이며, 광주 영령은 물론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이에 민언련은 동아일보의 <전두환> 관련 보도 2건을 2016년 5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 보도, 김영란법 반대 위해 ‘감성팔이’ 나선 조선일보
지난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67개 조사국 가운데 37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중상위권 아니냐고 자위할 수 있을까?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만 따진다면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체코공화국과 함께 공동 27위로 최하위권이다.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의 ‘2016 아시아·태평양 국가 부패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부패지수 6.17로 총 16개 조사 대상국 중 8위였다. PERC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절대 점수 기준으로 중간 수준(8위)이라고 보면 안 된다. 오히려 부유한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저개발국에서나 나올 법한 최악의 부패지수를 받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 사회는 뇌물을 받는 사람들(群)과 주는 사람들로 나뉘고, 다시 뇌물을 주고받는 사람들과 뇌물과는 아무 상관없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로 나뉜다. 뇌물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는 보통사람들이라면 뇌물시스템이 가져오는 해악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니다. 뇌물을 통한 은밀한 ‘그들만의 거래’는 반드시, 뇌물을 주고받을 이유도 없고 그럴 돈도 없고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은 다수의 사람들이 입을 피해를 전제로 한다. 뇌물이 없어지면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고 행복할 수 있는데, 뇌물로 인해 사회는 불공평·불공정해지고 불신이 쌓이고 위화감이 생기고 갈등이 일어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뇌물로 인한 부패는 나라 경제도 망친다. 부패가 어떻게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고 성장을 저해하는지에 관해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OECD 사무국이 발간한 ‘부패척결(Putting an End to Corruption)' 보고서 역시 “부패가 민간 부문 생산성을 낮추며 공공 투자를 왜곡하고 공공 재원을 잠식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뇌물은 부패이며, 사회의 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 자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 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상규 상 허용되는 금품 상한선은 식사대접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했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적용 대상은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학교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 등이며, 배우자가 대신 금품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적용 대상 직업군의 배우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놀랍게도 김영란법이 ‘내수를 위축시켜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초점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내놨다.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5/12, 1면, 곽래건 기자, https://me2.do/xlnRb4uY)이란 대문짝만 제목을 달고 <김영란法에 시름 커진 농·어민>, <‘5만원 넘는 선물 금지’로 한우 8000억원 판로 막혀> 등의 부제를 달고 있다. 보도 전체가 “김영란법으로 더 먹고살기 어려워졌소”라는 농어민들과 소상공인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이 기사의 의도는 ‘5만원에 맞춰 선물 세트 만들어 보니’라는 이미지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기존의 25만원짜리 한우등심 선물세트와 24만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를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선물 5만원’ 한도에 맞춰 재구성해 5만 원짜리 선물이 얼마나 ‘초라한 꼴’이 될지를 미리 ‘맛 보여준’ 것이다.
‘뇌물에 대한 우려’가 아닌 ‘선물에 대한 우려’는 <굴비 2마리, 사과 7개를 선물하겠나… 야속한 法>(5/12, 3면, 손진석 기자, https://me2.do/5J7MGIPf)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한우·인삼·굴비·난·화환 등 명절이나 경조사 때 선물로 주고받는 품목을 생산하는 농어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으며 “이런 품목은 선물이 보통 10만원대 이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5만원 이하 선물은 시중에 내놓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중국産만 살판났네>(5/12, 3면, 양모듬 기자, https://me2.do/F4cFLdHv)는 기사는 김영란법 덕분에 저가 중국산 제품들만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혀 본질과 상관없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것이 과연 김영란법에 대한 적절하고도 정당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기사일까? 김영란법의 탄생 배경은 “뇌물을 매개로 한 부패를 막지 못하면 자원 분배를 왜곡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사회를 분열시켜 결국은 나라를 망친다”는 심대한 문제의식이다.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뇌물을 막으면 고가 선물을 주고받을 수 없고 고급 향응을 주고받을 수 없어 농어민이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앞세워 김영란법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는가. 만일 조선일보가 정말 뇌물로 인한 부패, 부패로 인한 나라의 장래가 걱정할 것 없다고 믿는다면 차라리 “그 정도 선물은 뇌물도 아니고, 이 나라가 그 정도 선물로 부패하지도 않으며 망하지도 않는다”는 논지의 기사를 당당하게 펼쳐야 할 것이다.
내수가 위축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김영란법이 내수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과감한 예단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이중적 자세를 보인다. <내수침체 더 촉발 vs 나쁜 비용 줄어 경제효율성 상승>(5/12, 3면, 양모듬 기자, https://me2.do/5TIKQyui) 기사가 그렇다. “장기적으로 경제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수 위축의 증거로 제시되는 것마저도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영란법 도입에 따라 기업 접대비가 연간 4503억원 감소한다”는 추정이 전부다. 그 외에는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의 ‘아마도 이럴 것이다’는 식의 주장이 소개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정말 내수에 마이너스라는 주장에 별 이견이 없는 것일까?
JTBC는 전혀 ‘아니다’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되면 내수 위축? “충격 없을 것”>(5/11, https://me2.do/FuM4NNMq)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미 김영란법이 시행되어도 “대표적인 피해 업종이라고 알려진 화훼산업에 대해선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권익위는 “행동강령을 위반한 공무원의 숫자 등을 대입해 시장 수요를 조사해봤더니, 많아야 0.86% 정도가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선물 수요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보도에서 JTBC는 오히려 “기업의 접대비 감소가 노동자의 임금 상승 등으로 연결될 수 있고 부패 척결로 지하경제가 양성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상직적으로 생각해 봐도 선물은 공무원이나 언론인들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조선일보는 공무원이나 언론인들이 얼마나 비싼 선물들을 많이 받아먹는다고 생각하길래 이들에 대한 비싼 선물을 금지하면 내수가 위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을까.
JTBC의 해당 보도는 조선일보의 김영란법 관련 보도 전날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김영란법’을 반대하고픈 마음이 앞서 ‘보고 싶은 근거’에만 주목하고 값싼 ‘감성 팔이’에 나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농어민과 소상공인들을 팔아, 선물을 주고받는 기득권층의 의식 수준에 맞춰 그들의 이해와 정서를 대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김영란법 내수위축> 관련 보도 5건을 2016년 5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