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당청 관계 회복’ 외친 KBS와 ‘박유천 성추문’에 이성 잃은 채널A(2016.6.20)■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7~19)
‧ 채널A <화장실에 감금했나…곧 소환>(6/18, 3번째, 김기정 기자, https://me2.do/5NkNWSlf), <“출연 영화 어쩌나” 골머리>(6/18, 4번째, 황순욱 기자, https://me2.do/GRbiJsoX), <열성팬도 등 돌리고 조롱>(6/18, 5번째, 김지환 기자, https://me2.do/FuMkGbYv), <그림 속 ‘화장실 애착’>(6/18, 12번째, 윤수민 기자, https://me2.do/56LwdE6x)
지난 14일 가수 박유천 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 고소 건이 알려진 뒤, 연이어 3건의 성추문이 더 이어졌다. 그러자 TV조선, 채널A, MBN은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서 박유천 성추문을 연일 대서특필하며 관음증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고 17일 이후에는 저녁종합뉴스에도 이 같은 행태가 나타났다.
17일부터 19일까지 방송사의 박유천 보도량은 <표1>과 같다.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의 박유천 성추문 관련 보도량은 8건이나 된다. 그나마 4건을 보도한 TV조선은 박유천 씨의 추가 성추문을 단독보도하면서 3건을 기록한 SBS와 비슷한 보도량이다.
다른 굵직한 현안에 대한 보도량을 박유천 성추문 보도량과 비교하면 채널A와 MBN의 부적절한 태도는 더 두드러진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최유정 변호사(전 부장판사), 홍만표 변호사(전 검사장)의 법정 공방에서 시작된 이른바 ‘정운호 법조 게이트’의 경우 18일, 정운호 대표가 현직 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하고 19일에는 핵심 브로커인 이동찬 씨가 체포되면서 현직 법조인들의 비리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채널A와 MBN은 이 사안을 3건으로 다뤘다. 박유천 성추문을 8건이나 보도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해 비자금 조성 수사까지 이어지고 있는 롯데그룹 파문에서 MBN은 그나마 이 건에서 7건을 보도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채널A는 단 1건 보도로 철저한 무관심을 보였다.
이외에 다른 사안에서는 다른 방송사들의 직무유기도 드러났다. 존 리 옥시 전 대표가 불구속 기소되고 정부와 옥시 본사의 책임 규명은 모두 묵살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KBS와 TV조선만이 1건의 보도로 겨우 현황만을 전했다. 삼성과 MBC의 노조탄압 및 공권력의 집회 탄압 등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가 탄압받고 있다고 보고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발표는 JTBC만이 조명했다. 세월호가 제주해군기지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철근을 과적했다는 의혹은 7개 방송사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3일 간 8건을 할애한 채널A는 보도 내용에서도 저급함을 드러냈다. 민언련은 TV조선, 채널A, MBN이 자사의 시사 토크쇼에서 해당 유흥업소의 영업 관련 세부사항을 과도하게 조명하고 “화장실에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여종업원이)2차를 나갈 마음이 없었던 거 아니냐”와 같은 자극적인 인터뷰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성매매라는 사태의 본질을 은폐하는 동시에 성범죄를 희화화하는, 극단적인 황색 저널리즘에 해당한다. 채널A는 비슷한 내용을 고스란히 메인뉴스에 옮겼다.
채널A <화장실에 감금했나…곧 소환>는 박유천 씨의 피해자 화장실 감금 여부를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굳이 화장실을 포함한 유흥업소 내부 구조를 세세히 보여줬다. <“출연 영화 어쩌나” 골머리>는 “이번 사건의 불똥이 박유천 씨가 출연한 영화에도 튀었”다며 영화계의 우려를 전했고 <열성팬도 등 돌리고 조롱>는 해외 팬들의 반응을 보여준다는 명목 하에 “한국이지? 별로 이상하지 않아. 여성차별, 매춘의 나라잖아” “응큼한 녀석, 화장실을 너무 좋아하네”와 같은 자극적인 SNS글을 노출했다.
선정적 보도의 극치는 <그림 속 ‘화장실 애착’>에서 나타났다. 기자와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이 보도는 박유천 씨의 ‘화장실 집착’을 자세히 다뤘다. 2008년 박 씨가 일본의 라디오에 출연해 아름다움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한숨, 화장실, 대화를 꼽은 뒤 그림으로 그렸”고, “속옷만 입은 사람과 변기가 그려져 있는” 종이컵 낙서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운데 얼굴이 여자다. 입이 엑스니까 말을 못하는 거다. 본인도 일정부분 죄책감은 있다. 본인도 자신이 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 변기와 여자 변기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 위에 쌍으로 키스하는 모습” 등 박 씨 그림에 대한 전문가 해석도 덧붙였다. 시사 프로그램과 똑같이 성매매라는 박유천 성추문의 본질은 외면하고 온갖 저급한 가십으로 보도를 덧칠한 것이다. MBN도 17일부터 19일까지 8건을 보도했으나 채널A처럼 해외 팬의 SNS 반응이나 박 씨의 ‘화장실 집착’까지 다루지는 않았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6/17~19)
‧ 채널A <반기문‧JP 업고 밀어 붙이기>(6/17, 2번째, 이현수 기자, https://me2.do/xETFCkJL), <‘이해찬 뇌관’도 아슬아슬>(6/17, 4번째, 김경목 기자, https://me2.do/GhX0Uqlo)
‘더 이상의 계파는 없다’던 새누리당의 선언이 무색하게 됐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6일, 유승민 등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다. 복당 문제를 논의하던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강력하게 표결을 주장했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이런 문제는 표결로 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으나 정 원내대표 등 내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이건 위원장님이 혼자 정하는 게 아니라 위원회가 정하는 것”이라며 “이럴거면 뭐 하러 위원장을 하셨냐”고 했다. 격론이 벌어졌고 정 원내대표와 권성동 사무총장, 김영우·이학재 의원 등 내부 비대위원 중 다수가 일괄 복당에 찬성하면서 일단락됐다. 친박계는 ‘복당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복당 결정 철회를 요구했지만 당헌‧당규 상 비대위 의결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는 점과 더 이상의 내분은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인해 한 발 물러섰다. 17일 친박계는 회의를 거쳐 정 원내대표의 사과와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다선 의원들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수위조절에 나섰다. 친박계의 입맛에 따라 구성된 비대위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던 청와대도 일단 복당을 받아들이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반복되는 갈등에 계파 청산이라는 새누리당의 대국민 선언과 ‘협치’라는 청와대의 약속이 모두 위기에 처하면서 모든 방송사들이 이를 대서특필했다. 16일에는 7개 방송사 모두 긴박했던 비대위의 일괄 복당 결정 과정에 집중하면서 논조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17일 보도에서는 채널A가 본색을 드러냈다. 채널A는 갖가지 ‘물타기’를 선보였다.
채널A <반기문‧JP 업고 밀어 붙이기>는 복당 결정을 주도한 정진석 원내대표에 초점을 맞추더니 뜬금없이 ‘반기문 대망론’을 갖다 붙였다. “사사건건 친박계와 대립”하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유승민 복당'이란 깜짝 카드”까지 꺼내들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아버지 JP와 반기문 대망론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정부 결정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도 "경유값을 올릴 게 아니라 휘발유값을 내려야한다"고 쓴소리” 등 정 원내대표의 ‘소신행보’에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충청대망론'과 연결짓는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의 후진적인 계파 갈등을 전하면서도 ‘반기문의 충청대망론’을 띄우는 채널A의 ‘정치적 보도’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채널A <‘이해찬 뇌관’도 아슬아슬>은 “더민주도 '복당 파동'에 휘말리게 생겼습니다”라며 그 이유를 “‘친노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을 복당시키자는 논란”이라고 전했다. “친노 당권 주자들이 군불을 때고 있지만, 김종인 대표는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다. 채널A는 “더민주 계파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덧붙였는데 이해찬 복당은 현재 공식적인 논의조차 없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인 행태이며, 여당의 계파 갈등을 야당의 계파 갈등으로 덮으려는 ‘물귀신 작전’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날 ‘이해찬 복당’ 논란을 보도한 것은 채널A와 MBN뿐인데 MBN은 “아직까진 복당 논의에 별다른 진척이 없어 보입니다” “이르면 9월쯤 복당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단 분석”이라며 객관적으로 드러난 논의의 진행 상황만 보도했다.
‧ KBS <허 찔린 청 ‘침묵’…당청 관계 변화 오나?>(6/17, 2번째, 김병용 기자, https://me2.do/5ilXFRRG) 새누리당의 복당 파문과 관련해 채널A가 ‘물타기’에 나섰다면 KBS는 ‘청와대 비호’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청와대 의중을 살피면서 ‘당청 관계 회복’을 예단한 것이다. KBS는 17일, 새누리당 복당 사태에 2건을 할애했는데 톱보도에서는 비대위 표결이 비민주적이었다며 당무를 거부했던 김희옥 비대위원장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 내용은 방송사가 모두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문제는 다음 보도이다. KBS는 이례적일 정도로 청와대의 의중에 집중했다. 같은 날 타사의 경우 MBC, SBS, 채널A, MBN은 청와대 입장을 따로 전하지 않았고 JTBC는 “복당 결정은 수용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는 분위기”라고만 언급했다. TV조선의 경우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에 이어 박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복당 결정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나오면서 당청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질 가능성” 수준까지만 추측했다. 반면 KBS <허 찔린 청 ‘침묵’…당청 관계 변화 오나?>는 ‘당청 관계 회복’을 노골적으로 내세웠다. 황상무 앵커는 “내부적으론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과 각을 세울 수도 없어서 향후 당·청 관계를 고심하는 분위기”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병용 기자는 “(청와대)내부적으론 1차 혁신위와 비대위 구성 때에 이어 다시 한번 당 지도부에 당했다는 배신감과 당혹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균형적인 당청관계를 강조해온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비대위의 누구도 복당 결정에 대해 청와대에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 “국회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신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청와대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KBS는 또한 “다음 주로 예정된 신공항 부지 발표에 따른 여론 수습과 박 대통령이 국회에 협조를 요청한 법안의 처리 등을 위해 여당 지도부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울 수도 없”다고 박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다. “따라서 약간의 냉각기를 거친 뒤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거취 등 당의 수습 상황을 지켜보면서 청와대가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당청 관계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진단으로 보도는 마무리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라며 찍어 누른 일이 불과 1년 전이다. 탈당사태를 일으킨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청와대가 이번 복당 결정을 받아들였다 해도 향후 당청 관계 회복을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KBS는 ‘당청 관계 복원’가 금방이라도 쉽게 이루어질 것처럼 강조하며, 새누리당의 혼란스런 분위기를 대신 수습해주는 태세를 보인 것이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