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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 ‘일베’ 조각상 논란이 ‘좌우 대립’? MBC의 이상한 시선(2016.6.2)
등록 2016.06.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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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
MBC <작품 ‘맘에 안 든다’ 파괴해도 되나?>(24번째, 김나리 기자,
https://me2.do/FfzjkvRP), KBS <“예술 표현” “일베 홍보”…논란 속 작품 파괴>(17번째, 옥유정 기자, https://me2.do/FjqIvgf2)
지난 5월 30일,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라는 제목으로 ‘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 조각상이 설치됐다. 홍익대 학생이 수업의 일환으로 학교의 허가를 받아 전시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작품 의도를 “일베라는 건 실재하지만 그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가상의 공동체 같은 것인데 그걸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체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하면서 ‘일베’를 옹호 또는 비판하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작품이 설치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을 일었다. 민주주의 훼손과 약자에 대한 폭력을 일삼는 ‘일베’의 상징은 작품으로서 부적절하니 철거하라는 요구와, 예술 작품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히는 와중에 1일 새벽, 남성 3명이 작품을 파괴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SNS와 인터넷 매체에서 ‘일베’ 작품의 적절성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1일, 7개 방송사중 공영방송 KBS와 MBC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양사 모두 ‘일베’ 조각상 파괴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면서,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잃었다.


특히 MBC 보도의 문제가 크다. 제목부터 비교하면, 양측 입장을 모두 명시한 KBS <“예술 표현” “일베 홍보”…논란 속 작품 파괴>와 달리, MBC는 <작품 ‘맘에 안 든다’ 파괴해도 되나?>라는 제목으로 작품 파괴에 부정적인 자사의 입장을 드러냈다. 작품 파손자가 “표현의 자유라면서 6월 한 달 동안 그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 “작품의 모양을 임의로 바꿔서 대중들이 쉽게 작품의 진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등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그의 의도를 ‘맘에 안 든다’는 단순 주장으로 갈음하기도 했다. 리포트 내용에서도 이런 편파성이 그대로 반복됐다. 파손자 측 입장은 인터뷰 한 마디도 싣지 않았지만 작가의 입장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나리 기자는 “석고상을 만든 학생은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아 일베를 작품대상으로 했을 뿐 자신은 이를 옹호하는 것도 비판하는 입장도 아니라고 밝혔습니다”라며 작가의 입장을 전한 뒤, “저렇게까지 파손할 줄은 예상 못 했고요. 범법행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라는 제작자 인터뷰도 녹취 인용했다.

 

△ MBC <작품 ‘맘에 안 든다’ 파괴해도 되나?>(6/1)

 

한편 KBS는 비교적 중립적 제목을 택했고, “'표현의 자유다'라고 말하는 게 제 생각에는 옳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경각심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작품 파손자 측의 인터뷰도 담았다. 하지만 KBS도 ‘작품 파괴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KBS는 “(작품이) 공공성에 위배된다거나 공적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 이상은 결국 물리력 행사를 통해서 파괴한다는 것은 공적 질서를 파괴하는 심각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겠죠”(박창호 숭실대 교수)라는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일베’ 조각상 파괴를 ‘심각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이에 대한 반박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보도 첫 머리에서 나온 황상무 앵커의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는 우리사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라는 말이나, 기자가 보도 말미에 덧붙인 “편가르기식 흑백논리에 의해 작품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는 우려는 모두 ‘일베’ 조각상 작가를 옹호하는 입장에 해당한다. KBS가 MBC보다 충실한 보도를 한 것 같지만, 파손자 인터뷰를 제외하면 모든 내용이 ‘일베 조각상 옹호’에 쏠려 있는 셈이다.


KBS와 MBC가 ‘일베’ 조각상 파괴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몰아붙인 것과 달리 ‘일베’ 조각상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히 첨예하다. KBS도 보도에 인용했듯이, 작가가 작품 의도를 “우리 사회에 존재는 하지만 이게 실체는 없어서 저는 이걸 실체로 만들어서 그 일베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면, 파괴 역시 작품의 일부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파괴도 ‘일베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반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는 “사람들의 반응이 의도”라고 말하기도 했고 파손자 역시 이 작품은 파괴됨으로서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KBS는 이런 입장은 모두 배제했다.


파손자 입장조차 언급하지 않은 MBC는 부연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황당한 부분은 MBC가 보도 말미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작가는 어느 편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작품은 낙인찍기 논란 속에 파괴됐고 좌우 진영 간 표현의 자유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라고 정리한 대목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좌우 대결’을 들먹이며 색깔 논란을 부추기는 태도는 전형적인 ‘극우’의 논리이다.

 

 

MBC가 보도한 것과 달리 ‘일베’ 조각상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논쟁은 정치적 이념과 무관한 민주주의 원칙 및 기준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 씨는 SNS을 통해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에 물리력을 동원한 실력행사까지,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강한 비판으로 ‘표현의 자유’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했다.


조각상 파괴를 옹호하는 쪽의 주요 논지는 여성 혐오, 광주 민주항쟁 모독, 노무현 대통령 비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비하 등 반민주주의적 행태는 물론 약자에 대한 폭력을 일삼아 온 ‘일베’의 상징물은, 민주주의 기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친정부적, 보수적 편향으로 기울어버린 우리 언론이 ‘일베’처럼 ‘보수’의 탈을 쓴 ‘비상식’을 ‘중립’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KBS의 경우 지난해 ‘일베’에서 고정 ID를 가지고 “생리휴가 가고 싶은 여자는 사진으로 인증해라”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자들은 공연음란죄다” “밖에서 몸을 까고 다니는 여자들은 호텔가서 한 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게시물을 수없이 작성한 이 모 씨를 기자로 채용하더니, 끝내 보도국으로 발령까지 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KBS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과연 KBS가 보도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표현의 자유’를 놓고 ‘좌우 대결’을 언급한 MBC도 ‘자격 미달’임은 매한가지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
‧ TV조선 <“부채 0원”…보여주기 논란>(20번째, 이성진 기자,
https://me2.do/xinHWpUI)
경상남도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빚을 모두 갚았다고 발표했다. 1일에는 ‘채무 제로’ 선포식까지 열어 홍준표 도지사 임기 3년 6개월 동안 행정과 재정 개혁을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2013년 기준 1조3000억 원으로 하루 이자만 1억 원을 넘어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 폐지보조사업 재정점검, 산하기관 구조조정, 복지누수 차단, 지역개발기금의 효율적 운영, 낭비성 예산 구조조정 등으로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경남지방의원협의회는 “시·군 당 200억원씩 지원한 모자이크 프로젝트 사업에 누락 된 사업은 1575억원에 달하고 먼저 추진하는 사업도 경남도 담당자의 주관적인 평가로 객관성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다”며 ‘채무 제로’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일축했고 정의당 경남도당도 “도가 공공의료기관 폐업, 양성평등기금 등 각종 사회적 기금 폐지,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18개 시·군 교부금 미지급 등으로 채무 제로를 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도가 도청 정원에 사과나무를 심는 퍼포먼스와 함께 ‘채무 제로 선포식’을 열자 TV조선과 MBC가 이를 보도했다. 이 중 TV조선의 보도에서 편파성이 드러났다. 보도 제목에 ‘보여주기 논란’이라고 명시했지만 정작 리포트에는 ‘보여주기 논란’이 설명되지 않고 홍준표 도지사에 대한 칭송이 엿보인다. 이하원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경상남도가 전국 광역시도 중에선 처음으로 빚 없는 자치단체가 됐습니다. 홍준표 지사 취임 3년 6개월 만에 1조원이 넘던 채무를 모두 갚은 겁니다”라며 반색했다. 채무 탕감의 진위 여부는 “예상대로 야권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언급으로 갈음해버렸다. 리포트도 마찬가지이다. 이성진 기자는 “지난 2013년 1월 경상남도의 채무는 1조3,488억원. 하루에 이자만 1억원”이었지만 “홍준표 지사는 선심성 사업을 없애고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등으로 빚을 모두 갚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과 시민단체의 주민소환 추진 등으로 숨을 죽여 왔던 홍지사”가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보여주기 논란’은 야당의 ‘평가절하’로 규정했다. 채무 탕감의 진위를 “야권은 채무 상환을 '사상 누각, 빚 좋은 개살구'로 평가절하했습니다. 각 시군에 교부금을 주지 않고 달성한 건 보여주기식 성과라는 겁니다”라는 언급으로만 갈무리했다.


같은 사안을 보도한 MBC와 비교하면 TV조선이 경남도의 입장을 지나치게 부각했음을 알 수 있다. MBC는 <집중취재/경남 채무 ‘제로’ 선언…모범 사례 될까?>에서 “전국 최초로 재정점검단을 만들고,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 축소, 진주의료원 폐쇄 등으로 갚은 채무는 6400여억 원” “재정개혁으로 상환한 채무는 7000여억 원” 등 경남도의 성과를 전한 뒤 경남도와 달리 행정자치부는 “경남도지사 명의로 발행한 지방채로 도내 시군이나 공기업 등에 융자해 준 돈은 채무” “따라서 경남도는 여전히 5천914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고 대조했다. ‘친여당 편파성’으로는 TV조선에 뒤지지 않는 MBC도 최소한의 균형은 지킨 것이다. 한편 더민주, 정의당, 녹색당 등 야권 진영은 지난 30일부터 경남도의 채무 탕감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군에 지급해야 할 교부금을 주지 않거나 지원 비율을 일방적으로 낮춘 점, 진주의료원 폐업 등의 조치는 채무의 부담을 도민들에게 지운 ‘공공성 말살’이라는 비판이 많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 강추 방송보도들(6/1) :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