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세월호 참사 2주기’ 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6.4.19)
‘세월호 참사’ 외면한 MBC, ‘해양 안전’ 완비됐다는 TV조선
4월 16일, 온 국민이 비탄에 잠긴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2추기 추모제’가 열렸다. 팽목항부터 광화문광장까지, 수많은 국민들이 진상규명과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을 외쳤다. 하지만 국민의 바람과 달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후조치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진상규명, 안전사회건설, 희생자 가족 등을 중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참사 직후 세모그룹 회장인 유병언 씨를 검거하기 위해 검찰‧경찰‧군대까지 총동원하며 혈안이 됐을 뿐,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는 지속적으로 훼방을 놓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에는 “BH(청와대) 조사 관련 사항은 적극 대응한다”라는 방침 아래 정부와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건의 계획대로 새누리당 추천의 이헌 특조위부위원장 등 여당 측 위원들은 사퇴한 상태이다. 정부는 오는 6월, 특조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특조위는 7월 예정된 세월호 인양 작업조차 지켜보지 못 한 상태로 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와 4‧16연대 등 시민단체는 특조위의 활동 연장 및 인양 조사 권한 확보를 위한 ‘세월호참사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 ‘청문회’부터 ‘2주기’까지, MBC는 철저한 ‘외면’
방송사들은 세월호 참사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 여당의 횡포에 힘을 보탰다. 지난 3월 28일과 29일 열렸던 ‘세월호 참사 2차 청문회’에 대한 7개 방송사의 태도는 철저한 ‘외면’이었다. 28일과 29일 이틀간, JTBC만 2건을 보도했을 뿐,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 MBN은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방송행태는 ‘세월호 참사 2주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세월호 2주기’를 ‘특조위청문회’처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4월 15일부터 18일까지, 7개사가 모두 관련 보도를 했고 JTBC는 평균 하루 2건의 보도로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MBC는 단 2건으로 가장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MBN은 단 1건에 그쳤다. 2주기 하루 전인 15일, 국민에게 다음날 추모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도 MBC, MBN 두 방송사뿐이다. 타사 역시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충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답보상태인 ‘진상규명’을 다룬 방송사는 SBS와 JTBC뿐이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은 JTBC에서만 볼 수 있었다.
■ 그나마 2건도 ‘반쪽짜리’에 그친 MBC
세월호 관련 보도 중 가장 부실한 방송사는 MBC였다. 그나마 2건 마저도, 사실상 ‘반쪽짜리’ 보도였다고 평가된다. 16일, 7개사가 모두 팽목항,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광화문 광장 등 전국에서 열린 ‘추모제’ 분위기를 전한 가운데 KBS, MBC, MBN은 정부의 ‘안전의 날 행사’도 언급했다. 이 중 유독 MBC만 <세월호 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4/16, 12번째, 정동훈 기자)에서 “그동안 마련한 (안전) 대책들이 현장에서 빈틈없이 작동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라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발언을 화면에 담았다. MBC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전하는 화면에서도 타사와 차이를 보였다. 타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의 모습을 카메라로 비춘 반면, MBC는 피켓을 든 일부 시민의 모습을 잠시 보여줬을 뿐이다.
■ ‘추모’만 전한 타사도 아쉬워…정부 비판한 JTBC ‘군계일학’
보도의 절반 이상을 모두 ‘추모’에만 집중한 7개사는 정작 ‘추모제’에서 터져 나온 ‘진상 규명 요구’ 및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의 목소리는 전하지 않았다. 진상규명 관련 보도는 SBS와 JTBC에만 있었고 ‘해상 안전’의 개선을 짚는 보도도 KBS, SBS, TV조선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JTBC가 2건의 보도에서 충실한 ‘진상규명’ 의지와 정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드러냈다.
JTBC <탐사플러스/ 추적, 세월호 48시간…무슨일이 벌어졌나?>(4/17, 6번째, 김태영 기자)는 “174차례. 주로 청와대가 해경에 전화했고, 특히 초기 구조에 집중해야 할 때 사진과 영상을 반복적으로 요구”가 있었다며 구조 초기, 해경이 구조보다 ‘청와대 핫라인’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청해진해운 직원 이모씨는 자신의 수첩에 당시 국정원의 압박이 상당했다고 암시” 등 국정원이 참사에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음날 <앵커브리핑/4월 16일, 그 배…‘사:과와 은행나무’>(4/18, 2부 톱보도, 손석희 앵커)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유가족을 비난하는 시위에 일당 2만원을 받은 탈북자들이 동원됐고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는 초라했습니다. 심지어 여당이 추천한 특조위원 일부는 총선 출마로 시끄러웠습니다”라며 참사를 묻으려는 일부 보수집단과 여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서 “국정원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던 청해진 해운이 선내 대기방송을 지시했다는 증언들” “아이들이 전부 수장된 이후에야 전달된 '한명도 인명피해가 없게 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이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선명한 비판적 관점을 드러낸 보도이다. SBS도 <내일 참사 2주년…여전한 진실공방>(4/15, 20번째, 한상우 기자)에서 “진상 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일은 여전히 답보상태”라고 전했으나 자체적인 문제제기는 없었다.
■ ‘안전 대책 완비’? TV조선의 왜곡
한편 5건의 보도로 MBC보다 충실한 보도량을 보인 TV조선은 교묘한 왜곡으로 ‘은폐’ 의도를 드러냈다. TV조선 <제주행 여객선 ‘안전’ 달라졌나>(4/16, 17번째, 박성제 기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상 안전 제도가 개선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제주로 가는 여객선을 타고, 안전을 점검”하는 보도였다. 박성제 기자는 여객선에 오르며 “깐깐한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짐을 보여줬고 “비상시 대피안내 표지가 곳곳에 붙어있고 소화기도 거의 10미터마다 설치”되어 있다며 “안전장비 점검도 꼼꼼히 이뤄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자동차의 경우 이렇게 튼튼하게 묶여있고 화물 역시 단단히 고정돼 있습니다”며 “세월호 침몰 원인중 하나였던 화물 결박 상태”도 개선되었다고 전했고 “모든 시설이 완벽하고 너무 흡족한 것 같아요”라는 시민 인터뷰를 더해, 마치 선박 안전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듯 보도를 마무리했다. 리포트 내내 화면 상단에는 “구명 장비 완비”라는 자막도 노출됐다. 이 보도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내륙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노선은 6개에서 4개로 줄었습니다”라는 터무니없는 내용 단 하나였다. 이 보도의 의도가 ‘제주행 여객선’의 안전만 특정하여 점검하려는 것이라 해도 1개 선박의 일부 모습만으로 ‘제도 개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깃장이다.
같은 날 타사의 보도와 비교하면 TV조선의 왜곡이 당장 드러난다. KBS <앵커&리포트/ 음주‧불법 낚시…해양 안전 ‘나몰라라’>(4/16,14번째, 유지향 기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해체돼 국민안전처로 흡수”됐지만 “지난해 9월 낚싯배 돌고래호가 전복돼 18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중소 선박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단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여전히 해양 안전 관리가 미흡함을 강조했다. 리포트에서는 “올해부터 신분증 확인이 의무화됐지만 배에 탈 때까지 확인 한 번 없습니다” “출발 전부터 술자리가 펼쳐지고” “속해야 할 해경 경비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등 TV조선 보도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 이어진다. KBS는 “지난해 발생한 해양 사고 건수는 2천 백여 건에 사상자는 약 4백명, 세월호 참사 이전에 비해 오히려 늘었습니다”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SBS <참사 겪고도…선장이 만취했다>(4/16, 11번째, 박상진 기자) 역시 만취 상태로 배를 운항하던 선장의 체포 소식을 전하며 ‘해상 안전 불감증’을 전했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