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3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6.4.19)‘북풍의 왕’ KBS, 3월의 나쁜 보도로 선정
민언련이 2016년 3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과 간담회는 4월 26일(화)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나쁜 방송보도, 종편 능가한 ‘북풍의 왕’ KBS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2월 11일 개성공단 폐쇄, 3월 7일 사상 최대 한미연합훈련 돌입, 4월 7일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까지, 지난 3개월 여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개성공단 사업 철수 등 독자적 대북제재까지 추진하면서 대화와 타협 대신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추진했다. 급격한 대치 상황으로 번진 한반도의 상황은 4‧13 총선 시기와 맞물려 ‘북풍’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의 경우 정부가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탈북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과 ‘북풍 공작’ 의혹을 동시에 낳았다. 선거 때마다 정부‧여당이 ‘북풍’을 악용하여 보수층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공영방송 KBS는 아랑곳하지 않고 ‘북풍몰이’에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평균적으로 하루 5건을 북한 보도로 채우고 있는 KBS는 특별한 북한 관련 이슈가 없을 때도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고 현실화하는 보도로 여론을 현혹했다. 특히 총선을 1달 여 앞둔 3월, KBS의 ‘북풍몰이’는 극에 달했다.
■ ‘총선’보다 ‘북한’…KBS ‘북한 보도량’ 압도적
그동안 북한 관련 보도의 위협 수위나 보도량에서 타사를 압도했던 방송사는 TV조선과 채널A였다. 2016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총선을 한 달 여 앞둔 3월, KBS의 북한 관련 보도는 그 보도량과 보도 배치의 우선순위에서 타사를 압도했다.
지상파 3사의 3월 한 달간 북한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KBS 총 155건, MBC 87건, SBS 81건을 보도했다. 같은 기간의 선거 관련 보도량과 비교해서 북한 관련 보도량이 더 많은 것은 KBS 뿐이다. KBS의 선거보도량은 총 보도량 대비 18.8%인데 비해, 북한관련 보도량은 22.6%로 3.8%나 많았다. SBS는 북한 관련 보도량에 비해서 선거보도량이 7.2% 더 많았고, MBC도 선거 보도가 4% 더 많았다. (<표1> 참조)
■ ‘우선순위’도 독보적…‘북풍의 왕’ KBS
보도량 뿐 아니라 배치의 우선순위에서도 KBS는 타사를 압도한다. 3월 7일,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자 KBS는 무려 9건의 보도로 TV조선과 함께 최다 보도량을 기록했다. 6건의 MBC와 7건의 YTN이 뒤를 이었고 JTBC는 단 1건으로 훈련 사실만 객관적으로 전했다. 이틀 뒤인 9일에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 KBS는 또 4건으로 7개 방송사 중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우선순위 역시 가장 높았다.
언뜻 보면 SBS가 북한 핵탄두 보도를 5번째 배치하여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KBS가 북한 보도에 앞서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결’을 6건이나 보도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록이 폭로되면서 여당의 계파 갈등 논란이 불거졌으나 KBS는 바둑 6건, 북한의 일방적인 핵탄두 소형화 주장 4건을 보도한 후, 한참이 지난 19번째에 가서야 단 1건으로 윤상현 의원 논란을 다룬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11일, 북한의 일상적인 포격 훈련을 톱보도 포함 3건 보도한 사실을 포함하여 KBS는 3월 7일부터 8일, 11일, 15일에 걸쳐 북한의 위협을 톱보도로 전했다. 열흘 동안 무려 4차례다. MBC 2회(7일, 8일), SBS 1회(7일), JTBC 0회, TV조선 1회(7일), 채널A 1회(11일), MBN 2회(7일, 10일), YTN 2회(7일, 11일)에 비해 독보적이다. 17일에도 KBS는 북한 소유로 ‘추정’되는 몽골 선박이 우리 영해를 통과했다며 톱보도 포함 6건을 ‘북한 위협’에 할애했다. 3월 내내 KBS는 북한 뉴스를 전면에 배치한 동시에 ‘물량 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 ‘객관적 사실’은 뒤늦게 언급, ‘대결 국면’은 전면에
보도 내용에서도 KBS의 ‘북한 위협’과 ‘남북 대결 국면’ 조장은 타사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11일에는 북한이 마치 당장이라도 부산과 포항을 포격할 것처럼 불안을 자극하는 보도도 나왔다. 톱보도 <노골적 핵 위협…“핵 공격 실험 계속”>(3/11, 고은희 기자)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핵실험을 계속하라’며 공개적, 노골적으로 추가 핵실험을 천명”했다며 북한의 위협을 조명한 KBS는 다음 보도인 <“부산‧포항까지 사정권”…계산된 핵 협박>(3/11, 김희용 기자)에서 “탄착점을 중심으로 그려진 반원을 연장해 보면, 우리 군의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과 포항이 사거리에 들어갑니다”라며 “북한이 이례적으로 공개한 ‘전략군 화력 타격계획’이란 지도”를 화면에 담았다. “한반도 남쪽까지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걸 과시하면서 우리 사회에 불안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KBS가 화면에서 보여준 북한군의 지도에는 일본 방향으로 사정권이 표시되어 있고 부산이나 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지 사거리를 예상해볼 때 부산과 포함도 포함될 뿐이다. 북한이 부산과 포항을 겨냥하고 있다고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에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 북한인지 KBS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모든 군은 적을 타격하기 위해 존재하며 우리 군의 미사일 역시 언제든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현재 한미연합군은 ‘참수 작전’이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통상적인 북한군의 모습을 침소봉대하여 당장이라도 부산과 포항이 포격을 당할 것처럼 보도한 KBS의 보도가 ‘안보 장사’에 불과한 이유이다.
이렇게 ‘대결 국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이 확인된 사실이 아님을 주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는 무시됐다. 9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자 KBS는 <핵폭탄 모형 공개…“소형화 성공” 주장>(3/9, 7번째, 강나루 기자), <“북 공개 핵폭탄 ‘내폭형 핵폭탄’ 모형”>(3/9, 8번째, 장덕수 기자), <북 노림수는?…“핵 위협 높여 압박 맞불”>(3/9, 9번재, 김학재 기자) 등 3건의 보도를 통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과 그 위험성을 잔뜩 늘어놓았다. 그 후 10번째 보도 <앵커&리포트/북핵 능력 어디까지…방어 대책은?>(3/9, 김희용 기자)에서야 국방부가 이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 보도도 ‘북핵 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보도가 아니었다. 김민정 앵커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지도 10년이 된 만큼 소형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운을 뗐고 김희용 기자는 “군은 이와 함께 킬 체인과 KAMD를 통합 운용할 가칭 ‘K2 작전수행본부’를 이르면 다음달 공군 작전사령부에 편성할 계획” 등 우리 군의 군사적 대응을 조명했다. 소형화 가능성이 충분하니 군사적 준비에 만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KBS 북한 보도의 위협수위와 ‘물량공세’는 독보적인 수준이며 지금도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다. 4월 8일 있었던 정부의 이례적인 집단 탈북자 공개에 ‘북풍 공작’ 의혹이 쏟아졌지만 KBS는 자사의 ‘북한 해외 운영 식당’ 단독 보도 덕분이라며 ‘자화자찬’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이런 ‘북풍 몰이’는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하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한반도 평화라는 최우선 가치를 은폐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보도’라 할 만 하다. 합리적 이성을 되찾고 객관적 보도에 매진할 것을 KBS에 촉구한다.
총선을 앞둔 3월, 모든 방송사가 각 정당의 계파 갈등과 공천, 지역 판세에만 집중했을 뿐, 후보자 검증과 정책 및 공약 보도에는 완전히 무관심했다. 1월 13일부터 4월 12일까지, 8개 방송사 전체 선거 보도 중 공약 관련 보도의 비중은 1.8%에 그쳤고 후보자 검증은 0.3%에 머물렀다. 사실상 ‘해야 할 보도’를 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보도’가 나올 리 만무했다. 그나마 JTBC가 새누리당의 비상식적 계파 갈등에 일침을 놓는 보도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앵커브리핑>으로 고군분투했지만 이는 ‘좋은 보도’가 아닌 ‘정상적 보도’라는 것이 심사위원단의 판단이었다. 이에 민언련은 2016년 3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를 선정하지 않았다.
좋은 방송보도, JTBC 고군분투했으나 선정작 없음
선거 보도가 주된 사안일 수밖에 없었던 지난 3월, 8개 방송사의 선거 보도는 참담했다. 유권자에게 핵심적 정보가 되는 정책‧공약 보도와 후보자 검증 보도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2016총선보도감시연대의 <21차 주간보고서 : 신문방송 선거보도 양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월 13일부터 4월 12일까지 8개 방송사의 선거 보도는 대부분 공천, 선거전략, 정당 내부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거보도의 대부분이 정당공천과 판세 분석 관련 보도였다. 아래 <표3>에서 ‘정당 공천’보도는 특정 당파나 정당의 내부갈등, 후보자 선출, 지명, 경선, 공천, 정당 선거 전략을 포함한 것이고, ‘판세 분석’은 선거 판세분석, 여론조사, 민심탐방, 시민반응을 포함한 것이다. ‘정당 공천’과 ‘판세 분석’ 보도를 합한 수치를 보면 71.5%(4,433건)이나 된다. 이에 비해 공약정책 관련 보도는 고작 1.8%(74건)뿐이었다. 후보자 검증 관련(토론회 보도 포함) 보도도 13건(0.3%)에 그쳤다. 한마디로 방송에서 당연히 보도되어야 마땅한 ‘공약정책’과 ‘후보검증’은 실종되고, 후보 선출과 정당 동정, 판세만 따라다니는 ‘깜깜이 보도’만 만연했음을 알 수 있다.
■ JTBC 고군분투…당연한 보도 했을 뿐
공약 분석과 후보 검증 대신 계파 갈등을 가십처럼 전달하기 바빴던 방송 보도로 인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좋은 보도’는 나올 수가 없었다. 그나마 고군분투한 방송사는 JTBC다.
3월 10일, 당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록이 폭로되었으나 지상파 3사는 단 1건으로 처리하며 무관심했고 채널A, MBN 등 방송사는 윤상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갔다. 유일하게 ‘비정상’을 지적한 것은 JTBC였다. JTBC는 <‘공천 암투’ 진짜 피해자는?>(3/10, 유한울 기자)에서 “공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에 당원과 유권자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라며 “권자들이 무섭다는 것을 아직도 새누리당에서 잘 인식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유권자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정당은 선거에서 큰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라는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앵커브리핑/ ‘구화지문 설참신도’>(3/10, 손석희 앵커)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결코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 스워드 라인(Sword line)”을 언급했다. 이어서 “‘진박’의 실세. 그가 겨눈 건 당대표이자 비박계의 수장. 계파 간 공천 갈등은 폭발했고, 그 도화선은 ‘뒷배’의 든든함에서 나온 용감함” “그 덕분에 이른바 ‘취중진담’은 ‘취중실수’로 그 프레임이 바뀌어가는 것일지도”이라며 욕설 파문으로 번진 공천 갈등의 배후에 대통령이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또 이런 상황을 “민주사회의 품격을 지켜줄 스워드라인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정리하면 새누리당의 행태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임을 강변했다.
이외에도 JTBC는 새누리당의 ‘유승민 찍어내기’에 대해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정치 행태냐에 대한 비판”을 전하는 등 타사와 차별화된 비판적 관점을 보였다. 손석희 앵커는 <앵커브리핑/ '보이는 게 한심해도…'>(3/29, 손석희 앵커)에서 “보이는 게 한심해도 투표는 바로 하자”는 자사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소개하고 다음 날 <앵커브리핑/ 정치는 비뚤어졌어도…'Pick me up'>(3/30, 손석희 앵커)에서도 “정치는 비뚤어졌어도 투표는 바로하자!”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JTBC가 선보인 비상식적 계파 갈등에 대한 비판이나 투표 참여 독려는 타사의 ‘직무유기’로 더 빛이 난 ‘정상적 보도’였을 뿐이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집권 여당, 그리고 그로 인해 짙어지는 국민의 ‘정치 혐오’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지적해야 할 사안이다. 유일하게 제 역할을 다한 JTBC는 박수 받기 충분하지만, 타사의 ‘직무유기’에 대한 질타가 더 절실한 이유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