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방송모니터위원회]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모니터보고서(2016.3.25)
‘국민 프로듀서’ 허상, 합격자 화면 노출이 탈락자의 4배
시청률 3% 전후를 유지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종방을 향해가고 있다. <프로듀스 101>은 화제가 되는 만큼, 많은 지적도 받아왔다. 앳된 아이돌 지망생 101명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나를 뽑아달라며 “Pick me”를 부르고 춤추는 장면은 기괴한 느낌까지 주었다. 데뷔를 위한 압박으로 수시로 우는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씁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프로듀스 101>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이미 많이 회자된 상황에서, 선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았다.
진짜 ‘국민 프로듀서’가 성립되려면 전제되어야 할 조건
<프로듀스 101>은 현장 관객과 온라인 투표만으로 당락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 프로듀서’ 방식을 표방하고 있다. 국민투표와 심사위원 점수 합산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종전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네티즌의 투표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100% 국민이 직접 누리집에서 투표한 순위로 결정된다”며 공정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일정 기간 동안 방송을 보여주며 매일 투표를 할 수 있게 하고, 그 투표 결과를 합산해서 일정 숫자의 연습생을 계속 탈락시켜 결국 11명을 데뷔시킨다는 것이다. 3월 18일까지 두 차례의 탈락자 선별을 거쳐, 101명이었던 아이돌 연습생 중 35명이 남은 상태이다.
하지만 선발 절차의 공정성은 이미 수 차례 문제가 되었다. 지난 3월 2일 노컷뉴스 <‘프로듀스101’ 부정투표에 무방비…공신력 추락>(3/2, https://me2.do/F0bC6n4y)에서는 부정 투표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컷뉴스에서는 “취재결과 가상의 이메일을 입력해 트위터 계정을 생성한 뒤 '프로듀스101' 홈페이지에서 동의 절차를 거치면, 한 명이 얼마든지 연달아 투표하는 것이 가능”하며 “중복 투표를 할 수 있는 허술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연습생 101명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 것이었을까?
시스템이 완벽하더라도, 과연 <프로듀스 101>의 당락결정 방식은 공정한 것일까?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방송에 조금이라도 더 노출되고, 상세한 사연이 부각되는 연습생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따라서 연습생 101명에게 최대한 공정한 기회를 주어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애초 ‘공정한 대국민 투표’는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이 되고, 많은 연습생을 들러리세우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이런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서 <프로듀스101> 1회부터 7회 출연자들의 방송 화면 노출 시간과 순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방송은 5회(2/19)와 8회(3/11) 두 차례에 걸쳐 연습생 ‘방출평가’를 했다. 평가는 매회 시청자들이 11명에게 온라인 투표한 누적 득표와 방출 평가 당시 무대 현장 투표를 합산하여 이뤄졌다. 이에 따라 1차 방출평가 전에 방송된 1회~4회까지 각 연습생의 방송 노출 시간과 1차 방출 평가 득표 순위를 비교했다. 이어 5회부터 7회까지의 방송 노출 시간과 2차 방출 평가 득표 순위를 비교했다. 노출 시간 산정 기준은 단독 화면이면서 해당 연습생의 목소리가 나오고, 연습생이 누군지 나타내는 이름표나 자막이 들어간 장면으로 한정했다. 단체 무대영상은 제외했다. 3,5,7회의 경우 이름표나 자막이 없는 장면이 대부분이어서 자막에 관계없이 단독 샷과 목소리가 나오면 노출로 인정했다.
△<그래프1> ‘1차 방출’ 당시 연습생 순위와 노출시간 비교
합격자 노출 시간, 탈락자보다 최대 7배까지 많아
그 결과, 전체적으로 출연 연습생의 노출빈도가 많을수록 순위가 높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래프 1>은 5회에 있었던 ‘1차 방출평가’ 의 연습생 순위와 그들이 1~4회까지 방송에 노출된 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개인 사연이 소개된 김소혜, 김주나, 윤서형 연습생은 각각 11등, 19등, 29등으로 비교적 순위가 높았다. 4회 때 방출된 연습생과 그렇지 않은 연습생의 출연빈도는 차이가 컸다. 62~97등까지 방출된 연습생 36명의 평균 노출 시간은 12.52초다. 반면 상위 36명의 평균 노출 시간은 58.52초로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데뷔할 자격이 주어지는 상위 11명의 평균 노출 수는 80.45초로 방출된 연습생에 비해 7배가량 차이가 났다. 방출 연습생 중에는 지금껏 대중이 이름도 모르는 연습생이 적지 않다.
연습생 순위와 방송 노출빈도의 비례성은 8회 ‘2차 방출평가’에서도 비슷했다. <그래프 2>를 보면 일부 연습생을 제외하고 합격자와 탈락자의 노출 빈도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생존자 35명의 평균 노출 시간은 41.71초다. 반면 탈락자 26명의 평균은 15.38초다. 탈락자 중 가장 노출 빈도가 높은 황아영 연습생은 1차 방출 평가 당시 생존자 중 가장 낮은 등수인 61등이었기 때문에 주목받았다. 이 연습생의 노출 시간을 제외하면 탈락자 평균은 12.52초에 불과하다.
△<그래프2> ‘2차 방출’ 당시 연습생 순위와 노출시간 비교
이 결과를 다시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그림1>, <그림2>로 표현해보았다. 방송에서 노출된 시간이 많은 출연자일수록 큰 글씨로 보이게 된다. <그림1>에서 이름이 가장 두드러지는 김주나의 경우 노출 빈도 1위, 평가 순위 19위를 기록했고 전소미는 노출빈도 3위, 평가 순위 2위에 올랐다.
노출 빈도가 높은 출연자는 대부분 상위권에 포함된 것이다. 반대로 이름을 거의 알아보기 힘든 나와 시모리, 남수진 등은 방출됐다. 노출빈도가 높았음에도 순위가 낮은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는데, 이 경우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노출된 경우다. 73등 김미소 연습생과 74등 김우정 연습생은 방송분량이 많았지만 탈락했다. 김미소 연습생은 체력적 한계가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자주 비춰졌고, 김우정 연습생은 센터가 별게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갑’도 ‘을’도 아닌 ‘병’을 위해 필요한 건, 공정함이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제작진이 주장하는 ‘공정한 국민 프로듀서’는 허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연습생들은 제작진이 허락한 시간만큼, 제작진이 만든 이미지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이 돼야 할 ‘실력’은 변방에 머물 뿐, 얼마나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지,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비춰지는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선발 방식의 공정성이 허상일 수 있음을 방증한다. 제작진이 만든 화면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여부가 시청자의 판단을 결정한다면 이는 새로운 방식도, 공정한 방식도 될 수 없다. 오락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더 자극적인 재미를 위해 최소한의 공정함마저 포기한 건 아닌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101명의 꿈을 좌우하는 일에서는 특히 그렇다.
게다가 일간스포츠 <‘프로듀스101’ 계약서, 악마의 편집 법 책임無 출연료無>(2/16, https://me2.do/FBdmOSSV)에서 공개한 계약서는 연습생의 절박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계약서 상 연습생은 ‘병’으로서, 그들은 본인의 초상 및 음성이 포함된 촬영분에 대해서 어떠한 사유로도 이의나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와 유사한 계약서를 통해서 ‘악마의 편집’ 등 폭력적 프로그램 진행을 하면서, 법적 도덕적 책임을 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공개된 계약서(출처 : 일간스포츠)
시청자에겐 하루의 즐거움으로 끝나는 TV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게는 일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이런 절박함을 빌미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여러 가지 ‘장난’과 ‘희롱’을 해도 모두가 눈 감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제작자, 출연자, 시청자 모두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와 인격권 침해 방지를 위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방송 내내 눈물을 글썽이며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던 62명의 방출된 연습생들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에 털어놔야 할까. <프로듀스 101>을 만든 제작진과 이를 즐기는 우리도 ‘공정’과 ‘인권’이라는 가치를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리 : 방송모니터위원회 김주리 회원
(사)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