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과해도 너무 과한 ‘북한 위협’ 보도 KBS, TV조선이 부러웠나? (정연우)
<시시비비> 도를 넘어선 KBS의 북풍몰이 보도
과해도 너무 과한 ‘북한 위협’ 보도 KBS, TV조선이
정연우(이사, 세명대 교수)
KBS가 북풍몰이에 선봉에 섰다. 최근 열흘 동안 무려 4차례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위협을 톱으로 내보냈다. 기껏 한 번에 그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은 언론보도의 기본이다. 물론 진실인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에 쫒기거나 감추어진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에도 진실인지를 확인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언론의 기본임은 말할 나위 없다.
어차피 확인 안 되는 북한 보도…더 자극적으로 위기의식 부추겨
사실 북한 관련 정보는 취재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온갖 첩보성 정보나 소문들이 무성하다.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맘대로 추측한 정보가 마치 진실인양 둔갑하여 보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차피 확인이 잘 안되니 좀 더 자극적으로 부풀려서 보도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북한 위협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어떡하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들일까만 골몰한다. 저널리즘 원칙은 상업적 이익 앞에 거저 귀찮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북한과 국정원, 국방부는 전쟁과 도발에 대한 위기와 겁주기, 허풍에서는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전쟁 능력을 과시하거나 위험을 강조할수록 권한과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 공존인 셈이다. 북한 관련보도는 극우 상업 매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장사거리이다.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3대 세습을 비롯하여 비정상적인 북한의 지배체제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반공 교육과 언론의 반북 보도, 북한과 대치한 군복무 경험 등이 쌓여온 결과이다. 이들에게 북한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보도는 체제 우월감을 확인하고 욕구 불만과 좌절에 따른 증오감의 배설구이다. 이러니 북한 지도부를 호전적인 악마처럼 그려내는 보도는 솔깃하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더라도 별 탈이 없다. 허위로 밝혀져도 여론이 그리 비난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놈들은 나쁜 놈들이니까 그들을 공격하는 악의적인 보도를 퍼붓고 진실이 아닌들 어떠냐는 심리가 만연되어 있다. 의도적으로 국정원이 흘리는 정보가 그런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어차피 이를 제소할 사람들도 없다. 피해 당사자인 북한이 이런 악의적 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꾸며지고 과장된 내용을 소재로 시청자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대로 만들어 내보내면 그만인 것이다. 진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품을 들일 필요 없으니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국정원 정보나 뜬소문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포장하기만 하면 된다. 취재진을 내보낼 필요도 없다. 정상적인 보도라면 단 하나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거나 수많은 자료를 뒤지고 숨겨진 정보를 캐내야 한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 있다. 북한 관련 정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어떡하면 더 자극적으로 가공하여 관심을 끌게 만들 것인가이다. 최소한의 금도마저 지킬 필요가 없다. 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북한을 보도해야만 더 상품성이 높아진다. 자극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것은 심드렁하여 흥미를 주지 못한다. 북한의 전쟁 위험을 부풀리는 주요 정보원으로 북한 발표와 주장도 흔히 이용된다. 평소에는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더니 북한이 허풍으로 전쟁 위협하는 것만은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북한은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전쟁 능력을 부풀려왔다. 내부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한편 대외적으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허세인 경우가 많다. 우리 언론이 이것을 마치 사실인양 크게 보도해주는 것은 북한이 언제 도발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안보장사로 재미 보는 종편방송…한술 더 뜨는 KBS
한반도에 전쟁 먹구름을 잔뜩 끼게 만드는 보도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2016년 한미연합 키리졸브 독수리연습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핵추진 항공모함, 스텔스 상륙함,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등이 총출동한다. 한방에 한반도 전체를 핵 전쟁터로 만들 수 있는 무시무시한 화력이다. 특히 이번 군사훈련은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및 '탐지참수작전'으로 불리는 북한 수뇌부 제거를 담고 있다. 북한에 선제공격과 진격훈련까지 포함했다. 이는 여차하면 쳐들어가는 전쟁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첨단무기의 위용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든든한 미국, 세계 최고의 첨단 무기까지 동원되었으니 이제 북한은 꼼짝 못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살상과 파괴 능력을 과시하는 셈이다. 한미연합군의 전쟁 능력이 마치 자랑거리인 양 으스대는 듯하다. KBS는 한미 연합군 얼마나 전쟁을 잘 치를 수 있는가를 부각시켰다. 그저 힘센 나라에 기대어 같은 민족 앞에 어깨를 으쓱이며 힘자랑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상할지 그리고 이 땅을 파괴할 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게 만든다. 참혹한 전쟁의 실상은 가려지고 마치 군사놀이 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군사작전이 가져올 위험성,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위협과 우려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 KBS <뉴스9> 3월 17일 화면 갈무리
그동안 북한에 대한 적대감, 혐오, 공격은 종편의 주요 먹잇감이었다. 특히 거의 욕설에 가까운 막말과 근거 없는 왜곡으로 북한을 비방하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났다. 저질의 토크 프로그램은 싸구려 패널들 몇 명만 있으면 별 제작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공장 식당이나 터미널 등에서
이제는 공영방송 KBS가 그게 부러운 것일까. ‘전쟁몰이 보도 장사’에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한 술 더 뜨고 있으니 말이다. 주요 뉴스만 보면 평화와 공존을 만드는데 앞장서야할 공영방송이 오히려 더하다. KBS는 2016년 방송의 기본방향에서 “평화통일 시대로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민족의 동질성 회복, 새로운 평화 질서 구축 등 통일 한국을 위한 지혜를 제시한다”고 선언했다. 전쟁의 기운으로 뒤덮는 보도가 정녕 평화통일로 가는 길을 만든다고 믿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