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종편의 ‘친박프레임’은 불공정한 선거 개입이다(이병남)
[유권자 아닌 대통령 중심의 방송 보도]
종편의 ‘친박프레임’은 불공정한 선거 개입이다
이병남(민언련 정책위원)
언론은 특정 이슈에 대한 ‘사실’과 ‘해석’을 전달한다.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무수한 사건들 중 언론이 ‘선택한 사실’과 다양한 시각이나 평가 중에서 언론이 나름대로 ‘선택한 해석’을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정치, 선거 뉴스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미디어는 정치를 공정하게 다루고 있나?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즉 진위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사실과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점에서 여러 매체 중 특히 방송에서는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하도록 요구받는다. 그러나 요즘 방송에서 접하는 정치 선거 이슈는 위험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가고 있다.
특히 종편을 중심으로 한 방송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특정한 프레임으로 전달되는 대통령의 찬양과 새누리당의 친박 선긋기는 계파분류를 넘어서 불공정한 선거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정치혐오마저 불러오고 있다.
언제부터 한국 방송이 이렇게 특정 정치계파와 대통령에 편파적 우호성을 드러내도 아무렇지 않아진 것인가? 선거의 직접개입이나 다름없는 편향된 선택보도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비판의 목소리도 울리지 못하고 있는 언론 현실은 누추하기만 하다.
대통령만 남은 선거보도
채널A 뉴스스테이션(2월6일)에서는 대통령의 신분이라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근혜가 돕는 법’으로 해외특사 파견이 ‘진박 감별’ 수단이라고 방송했다. 또한 특사파견 경험이 있는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을 박대통령이 끔찍하게 예뻐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윤 의원은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부르는 관계로까지 설명했다.
△ 채널A <뉴스스테이션>(2/6) 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친박이라고 생각’(TV조선, 2월13일) 하느냐고 질문하였으나 이에 대한 답변을 분명하게 얻지 못하였는데도 다음날 방송에서는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을 ‘친박’이라고 규정”(TV조선, 2월14일)했다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배제가능성을 언급했다. 선거의 중심은 박대통령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납득할만한 공정한 룰이 아닌데도 비판적 시각은 전혀 없다.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끝난 이후 “인사하려는 친박계 의원들이 통로 좌우로 몰려들어 인간 터널”이 만들어졌다며 박대통령에 눈도장을 찍고, 함께 찍힌 사진 한 장이라도 SNS에 올리려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방송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과 화해할 수 없는 관계가 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뒷짐을 지고 멀찍이서 대통령의 퇴장을 바라봤”(TV조선, 2월 16일)다라며 ‘비박계’ 유승민 의원을 대조했다. 유의원과 대통령의 관계는 채널A와 MBN도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다.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의 친분과시를 도와주고 ‘친박 마케팅’에 여념 없는 종편은 17일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린 대구 홍지만 의원의 ‘대통령 국정 연설이 시의적절했다’는 인터뷰까지 방송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양새까지 갖추었다. 계파분류 문제가 불공정한 선거를 유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을 중심에 둔 보도내용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방송들은 보수 유권자의 정치인 선택 기준을 ‘친박’으로 프레이밍하고, 사실상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낸다.
종편 채널의 방송대로라면 대통령의 친분여부가 공천과정에 중요 자격으로 작용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사랑을 받은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 그것은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현실이다.
종편의 선거·정치방송에 농락당하지 않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권자가 지역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대리정치에 참여할 후보자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정치인의 현실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을 수 있는 유권자, 국민의 현실이 반영되어야 한다.
종편의 방송 카메라에 잡힌 ‘팩트’는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손잡아 탄생된 것이며, 종편방송의 ‘해석’은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된 권력에 가장 근접한 하나의 시각이다. 다양성과 공공성이 배제된 종편의 선거∙정치방송에 유권자와 시청자는 더 이상 농락당하지 말아야 하는데,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