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지상파 뉴스, 대통령은 ‘있고’ 노동자는 ‘없고’(이기범)
등록 2016.02.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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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2016년 1월 지상파 3사 저녁종합뉴스의 노동관련 보도 비교
지상파 뉴스, 대통령은 ‘있고’ 노동자는 ‘없고’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노동 환경을 크게 바꿔 놓을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며 소위 ‘노동 개혁’의 입법 처리를 주문했다. 지난해 온갖 광고 등 홍보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가 해를 넘기자, 1월 18일 대통령은 재계가 주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법 처리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1월 22일 정부는 ‘정부 지침’으로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발표했고, 1월28일 공기업에서 성과연봉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강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은 ‘노동개악’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혀왔다. 1월19일,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합의가 파기됐으므로 무효를 선언하며 노사정위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1월 22일, 민주노총은 정부의 양대 지침 발표를 시점으로 총파업 투쟁을 선포해 놓은 상태다.


노동 정책을 놓고 정부와 노동자 계급이 크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어떤 보도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특히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공영방송은 어떠해야 하는가? ①정부 정책을 보도한 뒤 노동계 반응을 전한다. ②정부정책 반, 노동계 입장 반 ③노동계 입장을 주의 깊게 보도 한다 ④정부 정책을 검증하고, 노동계 입장을 전한다 ⑤자사 유불리와 상황을 따져 보도 방향을 정한다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언론은 그동안 부동산 금리 교육 등 노동을 제외한 다른 정책을 전할 때 일반적으로 설명한 뒤 검증한다. 그리고 그 정책으로 가장 영향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계자의 입장과 처지를 전하거나 전문가들의 입장을 전한다. 물론 이런 방식이 형식적이거나 특정 계층의 입장을 전달할지라도 그런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유독 ‘노동 정책’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묻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책이 결정됐으니 그대로 따르라”는 식의 계도(啓導)형 보도가 주를 이뤘다.

 

지상파 뉴스는 누구의 목소리를 다루나
2016년 1월 한 달간 지상파 3사의 저녁 메인뉴스의 아이템을 살펴봤다. 노동정책과 관련 큰 보도의 흐름은 대통령 발언을 중심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정부 지침을 분석하기보다 전달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 노동자들의 반대 목소리는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입장인 ‘기득권의 저항’과 ‘불법’으로 치부됐고, 반론은 없었다.


먼저 ‘노동 정책’ 관련 대통령의 발언이 단독 기사로 배치된 경우를 살펴보니 KBS, MBC, SBS 모두 4건씩 있었다. 모두 같은 날짜에 배치됐다. 노동계의 반대가 있다고 하며, 기득권이 저항한다고 전하면서 정작 ‘노동’의 입장과 처지는 반영이 되지 않았다.

 

 KBS

MBC

 SBS

 <노동개혁 4법. 경제활성화법 절박성 호소>(1/13)
<반드시 노동개혁…노사 결단 기대>(1/20)
<쉬운해고 없어…흔들림없이 노동개혁>(1/25)
<청년 구직자 격려…“채용문화 달라져야”>(1/28)

 <“노동개혁 시급…고통분담 있어야”>(1/13)
<“청년 일자리 절박-고통분담해야”>(1/20)
<“쉬운 해고 없다…국민과 함께 개혁”>(1/25)
<“일자리 많아지게…노동개혁 매진”>(1/28)

 <기간제법 뺀 노동4법이라도>(1/13)
<“한쪽 주장만으로 시간 끌 수 없다”>(1/20)
<박 대통령 “기득권 저항해도 노동개혁 계속”>(1/25)
<“스펙 중심 채용관행 바꿔야”>(1/28)

△ <표1> ‘노동 정책’ 관련 대통령의 발언이 단독 기사로 배치된 경우 (2016년 1월)

 

그나마 노동계를 중심으로 한 단독 아이템은 1월 19일 KBS <한국노총 반발 … 대타협 파국 위기>, MBC <노사정 대타협 넉달만에 파기 선언>, SBS <노사정위 넉달만에 파국 맞았다> 등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합의 파기 선언만이 꼽힐 뿐이다. 양대 지침 관련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총파업 선언 소식을 MBC에서 <민주노총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1월23일)이란 제목으로 짧게 다룬 것이 전부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토’를 달지 않는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도는 또 있다. 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법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내용이다. KBS <“국민의 호소… 입법 서명운동 동참”>(3번째), SBS <입법 촉구 1천만 서명운동 동참>(3번째), MBC <민생법안 촉구, 1천만 서명 운동 동참>(5번째)이란 제목을 달고 대통령의 움직임을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과연 문제는 없는지 토를 달지 않는다. 또 경제활성화법이 어떤 내용인지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심지어 ‘민생법안’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1월 18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이 같은 대한상의 등 재계를 중심으로 한 서명운동 소식은 1월 한 달 동안 계속해 나온다. 야당의 문제제기는 덧붙이는 수준으로 다룬다. MBC는 18일 이후 19일 <경제활성화법 처리 1천만명 서명>, 20일 <사흘 만에 8만명… 문 “관제 운동”>, 26일 <서명운동 열흘째 중소기업으로 확산>에 걸쳐 4번 전했다. KBS 20일 <“대통령 입법 서명 동참”…여야 공방 팽팽>, 22일 <입법촉구 서명 닷새만에 20만명 돌파>라는 제목을 달았고, SBS는 19일 <“국민도 서명운동 동참해 달라”>, 21일 <서명운동 재계 확산‥야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전했다.

 

정부지침 발표 관련 보도에서도 이해관계자 입장은 살피지 않아
1월22일 정부 지침 발표에 맞춰 보도를 하면서도 이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KBS

 MBC

 SBS

 <저성과 해고 취업규칙 변경 ‘지침’ 발표>(톱보도)
<정부 “노동개혁 조속 실천”… 노동계 “우려”>(2번째 보도)
 <노동개혁 ‘양대지침’ 최종안 발표>(5번째 보도)
 <‘저성과자 해고’ 내주부터 전격 시행>(톱보도)
<“노동개혁 더 못미뤄” VS 노동계 반발>(2번째 보도)

△ <표2> 지상파3사의 노동 관련 ‘정부 지침’ 발표 관련 보도 (2016년 1월 22일)


KBS는 22일 KBS는 첫 기사에서 정부 발표 내용을 자세히 전했고, 두 번째 정부가 지침을 발표한 배경을 중심으로 기사를 풀어낸다. 그리고 3번째 기사에서 <입법 촉구 서명 닷새만에 20만명 돌파>라는 기사를 내보내 사실상 정부의 ‘노동개혁’에 무게를 싣는다. MBC는 “정부가 업무성과가 현저하게 낮은 직원을 해고할 수 있고 취업규칙도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양대지침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고 한 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한다고 전했다. 단 하나의 기사 안에 정책 설명과 노동계 반응 등을 모두 전했다. 기사에서 한국노총은 ‘양대지침이 실제 시행되면 각 기업 노조에 법률 지원을 하겠다’고 했고, 알바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로비 점거해 항의농성을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28일 방송 3사는 공기업 성과연봉제 확대 소식을 “공공기관이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하는 전환점으로 삼고, 일하는 분위기를 정착하고자 하는 것”(MBC), “공공기관 생산성은 민간기업의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SBS) “현재와 같은 동기부여가 안 되는 연봉서열적인 임금구조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KBS)이라며 정부 및 사측의 입장을 전했다. 물론 이들 기사 말미에 공기업 노동자들의 “반발”을 덧붙였다.

 

지상파의 노동 보도의 중심에 노동자가 사라진지 꽤 오래 됐다고 할지 모른다. 종편 보도에 비하면 ‘양반’이라며 감내하거나 ‘단신’ 또는 ‘덧붙이는 내용’이 있는 것이 어디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보도를 내보내는 언론노동자들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즉 MBC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해고’와 각종 평가시스템, 노조의 반대에도 임금 피크제를 강행한 KBS, 성과연봉제를 강제하려하는 SBS. 무너져 가는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무시 양상에 맞서 언론사 소속 노동조합은 하루하루 피 말리며 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보도에서는 노동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얼굴만 자꾸 등장하고 있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