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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보도 시상식 중계] 이달의 좋은 보도상, 취재기자와의 뒷담화(2016.1.11)
등록 2016.01.12 09:40
조회 1540

 

국정화 여론조작 폭로한 경향, “끝까지 기사로 남기는 게 우리 역할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매달 ‘이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 시상식 겸 간담회를 열고 있습니다. 간담회는 기자들의 취재과정과 보도에 실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물론,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이며,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많이 오셔서 좋은 기사를 쓰신 기자와의 대화에 동참하세요.

 

교과서 국정화, “반역사의 역사적인 시간”
 지난 12월 29일, 민언련 교육관에서 2015년 11월 ‘이 달의 좋은 신문‧방송보도’ 시상식과 간담회가 열렸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끝내 강행한 11월 3일 확정고시 이후 국정화 관련 보도량은 급격히 줄었다. 그렇게 국정화 이슈가 묻혀가던 14일, 경향신문은 <국정화 찬성 서명 차떼기 조작 동원 의혹>라는 단독보도로 정부의 국정화 찬성 여론 ‘차떼기’ 조작 정황을 폭로했다. 이후 총 11건의 보도로 ‘차떼기’ 서명의 주체인 ‘올역사’의 정체, 모르쇠로 일관하는 교육부 태도 등 핵심적 사실을 알렸다. 민언련은 관련 보도 11건을 ‘2015년 11월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했다. 시상식에는 주요 사안을 취재한 송현숙‧정원식‧김지원 기자가 참석했다.

 

△ 경향신문 정원식·김지원·송현숙 기자

 

수상소감은?
 송현숙 기자  올 한 해가 굉장히 팍팍했다.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해서 무력감과 우울증에 빠져 있었는데 민언련의 상이 큰 위로가 됐다. 최근 이런 저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가 2015년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많이 든다. 역사 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고 그 후 현장에서 채택 거부될 때도 기사를 많이 썼는데 그 때만 해도 내가 2년 후에 국정화 기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모두가 반대하는데 밀어붙이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너무 힘이 빠지고 분노, 허탈감이 느껴졌다. 또 (‘차떼기’ 여론 조작 정황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덮으려고만 했고 거짓말만 했다. 언론의 파장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열심히 문제를 들춰냈는데도 그냥 덮어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을 받게 되니 격려가 많이 됐다. 요즘 들어서는 역사 교과서 문제 보도를 하며 반역사의 역사적인 시간과 현장에 내가 서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결국 잊히고 거짓으로 덮이겠구나,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던 관심을 놓으면 안 되겠다고 다짐한다. 후배들이 교육부 상황을 충분히 취재를 해줬고 ‘올역사’라는 단체와 새누리당 간의 연관성을 밝혀줬다. 덕분에 더 촘촘하고 좋은 기사가 된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고맙다.

 

 취재 과정을 듣고 싶다.
 송현숙 기자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됐다. 세종에 있던 기자가 차떼기 의혹이 의심된다는 뉴시스의 사진이었다. 보는 순간 이걸 끝까지 밝혀내보자 라고 생각했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황을 많이 밝혔음에도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언론 뿐 아니라 의원실에서도 자료 열람을 요구했는데 교육부는 아무 것도 듣지를 않았다. 전반적인 취재 환경 자체가 안 좋아졌다. 대통령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인지, 불리한 기사가 나갈 것 같으면 아예 취재에 응하지 않고 무시하는 전략을 취한다. 황당함과 분노가 느껴졌다. 잘못되었음을 알리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야 한다. 안 그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김지원 기자  올역사, 그리고 올역사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드러난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 간의 관계를 주로 취재했다. 그런데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들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단체 대표와 얘기를 나눌 수도 없었고 검색을 해도 안 나오는 단체였다. 어떻게 서명을 받았는지 상식적 수준에서 질문을 던졌지만 제대로 대답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도대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아했다. 기자로서 비교적 그런 정보들에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잡히는 것이 없어 참 막막했다. 그래도 상식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했다.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언론의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원식 기자  현재 국정화 관련해서 올해 마지막 일정은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 밝히는 것인데 계속 늦춰지고 있다. 확정 고시 이후로 1달 지나면서 급격하게 국정화 이슈가 완전히 지워지고 있다. 교육부가 국정화 전환 가능성을 흘리고 행정예고를 하는 등 뭔가 행동을 하면 언론도 대응하면서 이슈화를 할 수 있지만 확정고시 이후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내년 연말쯤이 되어야 국정 교과서 실체가 드러날 텐데 언론이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보도를 할지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지원 기자 이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 교과서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관심을 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큰일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추진이 되고 있는데 설령 그렇게 정부 의지대로 된다 해도 우리는 할 때까지 했고 밝힐 것 밝히며 기사로 남겨야 한다. 그러면 후세가 역사로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찰의 과잉진압, “너무도 당연히 해야 하는 보도였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방송사들 중 JTBC만이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지적하고 물대포로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 가족의 입장을 전달했다. 민언련은 JTBC <민중총궐기 경찰 과잉진압 및 백남기 농민> 보도를 2015년 11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했다. 주요한 보도를 책임진 이호진‧김혜미‧백수진‧구동회 기자가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시상식에는 김혜미‧백수진 기자가 참석했다. 기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전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 JTBC 김혜미‧백수진 기자

 

 김혜미 기자는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보도는 마땅히 해야 할 보도이다. 하지만 언론이 외면하고 백남기 씨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폭로나 새로운 팩트가 아닌, 그저 계속 질문을 던지며 거기에 답변하는 이런 보도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JTBC 구성원들이 이 사안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지지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보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끝까지 봐주셨던 분들, 이렇게 선정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계속 질문하는 보도를 이어가겠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함께 수상한 백수진 기자는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을 인터뷰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처음엔 언론에 적대적이셨고 인터뷰할 의향도 없으셨는데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인터뷰한다고 해주셨다. 제가 뭘 잘한 게 아니라 JTBC가 그동안 충분히 믿음을 주는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걸 말하기 보다는 있는 사실에서 뭔가를 감추지 않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알리는 기자가 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