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역사 교과서 국정화 선언 이후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5.10.28)
국민 여론은 모른 채 하고 정권의 나팔수 노릇하는 언론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선언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균형성과 전문성, 다양성을 강조했고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는 이름의 국정 교과서 발행을 행정 예고했다. 예비고시일로부터 20일이 지난 11월 2일이 되면 해당 고시는 부분 확정되며, 11월 5일에는 확정고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관련 예산은 이미 예비고시 다음날인 13일 국무회의에서 44억을 예비비로 지출 결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화 교과서 집필진 역시 이르면 내달 중 꾸려질 예정이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족적 자긍심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정화 선언 이후 국민적 저항이 거세졌다. 야당과 대다수 학자, 시민사회는 국정교과서를 ‘정권 교과서’로 규정하고 권력에 의한 외압이라며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에 관한 기록은 결코 단일화·획일화할 수 없으며,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10월 22일까지 집필 거부를 선언한 역사전공 교수는 전국 62개 대학 420명에 이르렀고 한국역사연구회 등 학계에서도 반대 성명과 협조 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과 중‧고교생들도 매일같이 거리로 나가 국정 교과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의 반발이 이렇게 극심하다면 언론은 당연히 정부의 입장을 철저히 검증하고, 국민 여론을 제대로 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신문과 방송은 어떠했을까. 민언련은 국정 교과서 발표 이후 5개 신문과 6개 주요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의 국정화 관련 보도를 모니터했다.
조선일보 필두로 동아‧중앙, 축소‧왜곡 보도
- 보도량 비교, 경향․한겨레가 압도적으로 많고 중앙일보 매우 적어
- 국정화 이슈를 ‘1면 톱’ 할애한 일자, 경향 8일 VS 조선 1일
- 경향‧한겨레 ‘역사 쿠데타’ vs 조중동 ‘제대로, 새로 만들자’ 프레임
- 학계 집필 거부 선언 외면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 보도하는 조중동
- 박근혜 대통령, 조중동은 ‘국정화의 주변인’, 한겨레 경향은 ‘국정화의 주범’
- 조선일보 “모두 전교조·친북·좌익 탓”, 노무현 대통령까지 거들먹거려
- 조선·중앙, ‘몰래 편성’ 예비비 44억 보도도 침묵
- 현대사, 동아·중앙 ‘줄여야’ vs. 한겨레 ‘문제없어’
- ‘쉬워진 수능’ 놓고 자가당착 빠진 조선
방송모니터 키워드
의제설정 기능 잃은 지상파와 왜곡으로 얼룩진 TV조선
- 방송 보도량 비교, JTBC 72.5건 VS MBC 18건
- 국정화 발표된 날, 밑바닥 드러낸 한국의 방송사
- “국정화 멈춰라” 외치는 국민 목소리, JTBC만 들리나
- 여론 무시하고 받아쓰기에 몰두
- TV조선과 채널A, 또 좌파 마녀사냥
- 사라진 언론의 검증 기능
- 국정화 옹호하느라 왜곡까지 일삼은 TV조선
1. 신문모니터
조선일보를 필두로 동아‧중앙, 주요 정보를 축소‧왜곡 보도
보도량 비교, 경향·한겨레가 압도적으로 많고 중앙일보 매우 적어
국정화 행정예고 고시 이후 신문은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고시 다음날인 13일에 경향신문 17건, 동아일보 12건, 조선일보 10건, 중앙일보 9건, 한겨레 15건으로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모니터 기간 중 전체 보도 건수의 경우 중앙일보가 총 49건으로 가장 적었으며 동아일보는 6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조선일보는 같은 기간 총 72건의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128건, 124건으로 일평균 12건에 달하는 관련 보도를 이어나갔다.
이런 보도의 추이를 일자별로 살펴보면 10월 23일 당청 간 5자회담 주제로 국정화 이슈가 거론되면서 경향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의 전반적인 보도량이 증가했다. 중앙일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련 보도를 축소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자별 보도 비중의 격차가 다소 컸다.
국정화 이슈를 ‘1면 톱’ 할애한 일자, 경향 8일 VS 조선 1일
고시 다음날인 13일에 5개 신문사의 1면 머리기사는 모두 국정화 관련 보도였다. 그러나 관심의 지속 정도는 뚜렷하게 차이가 있다. 경향의 경우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연속해 1면 머리기사를 국정화 관련 이슈로 선정했으며 그 이후에도 23일에도 관련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모니터 기간 내 총 8건의 국정화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한겨레는 13일부터 16일, 그리고 20일과 21일에 걸쳐 총 6건의 국정화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같은 기간 13일과 14일, 15일 3일간만 국정화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올렸으며, 조선일보는 13일 이후, 중앙일보는 13일과 14일 이후 해당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지 않았다.
경향‧한겨레 ‘역사 쿠데타’ vs 조중동 ‘제대로, 새로 만들자’ 프레임
보도의 논조를 비교해보기 위해서 10월 13일 1면 보도를 비교해보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3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국정화 고시가 지닌 문제점에 집중했다.
경향신문은 야당, 역사학계, 교육계 등의 반발을 소개하며, 청와대가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번 결정이 과거로의 회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겨레는 박정희의 1973년과 박근혜의 2015년을 사진으로 대비하는 방식을 취했다. 한겨레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을 소개하고 △집필시간의 촉박함과 집필진 구성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현행 검정 교과서가 국정화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심각한 편향성’을 지니지 않았으며, 문제에 대한 책임 역시 집필진 등이 아닌 교육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동은 ‘독립 집필기구’(동아), ‘정치·경제·사회학자’(조선), ‘헌법정신·사실’(중앙)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국정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정화 전환을 설득하기 위한 조중동의 논리는 △기존 검정교과서와 체제 및 관계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단순 수정만으로는 이 같은 편향성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올바른’ 교과서 제작을 위한 온라인 검증이나 균형 잡힌 집필진 모집 등의 각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런 억지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다음에서 기술되어 있는 바와 같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 반면 역사학계와 교육계, 시민사회와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는 묵살했다.
학계 집필 거부 선언 외면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 보도하는 조중동
조중동은 ‘좌익’, ‘좌편향’ 등의 수사를 이용해가며 검정교과서의 ‘주체사상에 대한 무비판’과 ‘6.25 남북공동책임’론 등을 지적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교과서 집필진, 교육부 수정 명령에 불복 소송戰>(10/14, 5면, 정경화 기자) 기사에서는 “6.25 전쟁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자료”와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그대로 소개하지 말라”는 교육부의 지적에도 “7종 교과서 중 교학사를 제외한 6개 출판사 일부 집필진이 수정명령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南, 최루탄·곤봉에 피 흘리는 사진…北, 웃는 김정일과 로켓 발사>(10/15, 5면, 김성현 기자) 기사에서는 “한국사 검정 교과서 중에는 북한 핵 개발과 주체사상, 남북 관계 같은 날카로운 쟁점에 대해 양비론적 관점을 취하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구절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행 검정 교과서에는 실제 문제적 표현이 없거나 이미 교육부의 지도로 수정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한겨레는 <모든 교과서에 '김일성 주체사상 비판' 있다>(10/15, 1면, 전정윤 기자)기사를 통해 "모든 검정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비롯한 북한 체제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야 “좌편향 대목, 어떤 교과서 몇 쪽이냐”>(10/17, 6면, 유정인·조미덥 기자)에서도 6․25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다고 기술된 교과서가 있다는 정부 여권의 지적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미래엔, 지학사, 천재 교육 등에 분명히 ‘남침’으로 기술돼 있다”고 반박했으며, 황 국무총리 역시 해당 기술이 “지금은 바뀌었다”고 시인했다.
그렇다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역사학계의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을 신문사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표6>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보도한 것이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 ‘집필 거부’ 성명(10/13), 학자 770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역사연구회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10/17), 서울대 역사교수 36명의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10/22) 3건이다.
그러나 10월 16일에 발표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소속 교수 102명의 국정교과서 지지 성명은 10월 17일 조중동이 모두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10월 20일자 지면을 통해 해당 지지 성명을 발표한 교수 102명에 대해 이들이 소속과 전공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정부 여당에 우호적인 역사 외 전공 교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시종일관 무보도를 택하면서 학계 전반의 선언을 사실상 은폐한데 비해, 동아일보는 집필 거부에 나선 학계를 비판하는 보도를 실었다. 동아일보<집필 참여했다간 어용학자 낙인찍힐판>(10/15, 5면, 이은택 기자)에서는 “지금 분위기로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경우 교수로서의 경력이나 명예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주홍글씨’처럼 학계에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집필 거부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들도 주변의 평판이나 시선을 의식해 되도록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는 익명의 서울지역 한 사립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한다.
<집필거부 줄잇는 학계, 좌우로 갈려 4년간 토론한번 안 해>(10/16, 4면, 이은택·조종엽 기자)에서는 “기존 역사학계는 자신들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연구자들을 학술대회 등에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권희영 한국 중앙연구원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역사학계에 대해 “자기 세계에 갇혔다”고 표현한다.
그나마 중앙일보는 <고대‧경희대 역사교수 전원도 “국정 집필 불참”>을 보도하면서 국정교과서 집필 보이콧 내용(한국교원대 8명, 연세대 사학과 전원(13명), 경희대 사학과(9명), 고려대 서울캠퍼스 역사교수 전원(18명)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줬다.
대통령을 보는 시선 - 조중동은 ‘국정화의 주변인’, 한겨레 경향은 ‘국정화의 주범’
국정화 관련 보도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 대통령을 국정화 사태의 ‘주요 책임자’로 부각한 반면, 조중동은 박 대통령을 주변인으로 소극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언급하는 방식과 횟수 역시 매체 간 차이가 뚜렷했다. 모니터 기간 내 박근혜, 대통령, 정부, 청와대 등의 어휘를 제목에 사용한 기사수를 비교해보았다.
경향신문은 총 17건, 한겨레 신문은 12건으로 최소 하루에 1건 이상 기사 제목으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언급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아일보는 8건, 조선일보는 9건의 기사 제목을 통해 박 대통령을 언급했다. 경향신문의 절반 수준이다. 더 황당한 것은 중앙일보이다. 23일 5자회담 관련 기사 제목에서 박 대통령과 대통령을 한 번씩 총 2번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13일부터 22일까지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에서는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특히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사적인 욕망…그것을 파악한 관료들의 충성경쟁>(10/17, 5면, 구혜영 기자)과 <기자칼럼/‘스트롱맨의 딸’은 틀렸다>(10/17, 김진우 기자)에서, 한겨레는 <교과서 논란 불붙인 박 대통령 “정치문제 변질” 남탓>(10/23, 1면, 최혜정·송경화 기자)와 <사설/국정교과서 ‘억지 논리’만 되풀이한 박 대통령>(10/23)에서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어떤 내용에서 언급한 것일까’이다. 5자 회담 이슈를 제외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박 대통령을 제목에서 언급한 경우는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기사화하거나, △박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경우였다. 중앙일보는 <역사 교육 정쟁이 국민 갈라선 안돼>(10/14, 1면, 신용호 기자)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기사 제목을 뽑았지만, 여기에서도 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대명사는 제목이 아닌 소제목으로 처리되었다.
조선일보 “모두 전교조·친북·좌익 탓”, 노무현 대통령까지 거들먹거려
박 대통령이 사라진 보수신문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좌익’ 역사학자들과 전교조로 대표되는 ‘좌익’ 교사들이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모니터 기간 중 총 6건의 기사 제목에 ‘전교조’ 혹은 ‘좌익 교사’등의 어휘를 포함시키며 가장 적극적으로 현장의 역사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동아일보는 <편향 교사도 문제…수업중 “박정희 죽였어야” 동영상 틀어>(10/15, 4면, 김희균 기자), 중앙일보<집필진에 전교조 등 특정인맥 역사를 못난 역사로 가르쳐>(10/23, 1면, 신용호 김성탁 기자) 등의 기사에서 검정 역사교과서와 역사학자‧역사교사를 모두 현행 역사 교육제도를 망친 주역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실제 교과서 집필진의 절반 이상이 대학 교수인 만큼, 전교조 교사가 집필진 자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전교조나 ‘좌익’ 교사 등이 교실에서 끼친 악영향 자체도 별도의 추가 취재 없이 일부 극단적 사례를 강조해 보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조선일보는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을 제목에서 직접 언급한 기사를 2건 보도했다. <논란은 2003년 盧정부때 시작됐다>(10/13, 3면, 정경화 기자)에서는 현행 고교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성이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시기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으며, <盧정부땐 역사는 이념편향 우려돼 국정 유지한다더니…>(10/21, 10면, 김성모·정경화 기자)에서는 노 대통령 역시 국정교과서 체제를 옹호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 ‘몰래 편성’ 예비비 44억 보도도 침묵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 44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제작에 착수했다는 점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예비비는 정부가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 활용하는 예산으로,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번 예비비 편성을 ‘불법 꼼수’로 규정하고, 국가재정법 위반임을 지적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해당 예비비 편성에 대해 “야당의 반발에 대한 선제조치”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어떤 관련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현대사, 동아·중앙 ‘줄여야’ vs. 한겨레 ‘문제없어’
친일과 친북, 독재 등 국정화 이슈의 주요 논란거리가 포진해 있는 현대사에 대한 축소 주장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근현대사 비중 줄이고 사실 위주로…편향 악순환 끊어야>(10/14, 5면, 김희균 기자), <박성원의 정치해부학/현대사가 국사학자들의 전유물인가>(10/16, 31면), 등의 기사를 통해 근현대사가 논란거리가 된 이유를 “관련 인물들이 현재에도 생존해 있으며, 그 후손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이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근현대사는 간단히 기술”하고 부교재나 토론수업 등으로 이를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검증된 팩트만…근현대사 비중 더 줄이자>(10/14, 1면, 특별취재팀) 등의 기사를 통해 “현대사는 좌파와 우파 사이 이견이 많은 화약고”라며 “정설로 정해지기는커녕 좌우파간 논란이 심한 사안을 굳이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 자세히 실어야 할까”를 묻는다. 중앙일보는 그 대표적 예시로 남북한 간의 체제 경쟁 과정에서 북측이 실시한 토지개혁을 꼽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특집기사인 <굴욕의 현대사?…패배자로 등장하는 건 일제와 독재>(10/19, 5면, 전정윤 기자)를 통해 각 교과서의 근현대사 서술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다. 역사 교육의 목표는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와 미래에 다시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인 만큼 역사의 어두운 부분이나 과오에 대해서도 서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워진 수능’ 놓고 자가당착 빠진 조선
조선일보는 수능 관련 보도에서는 다소 특이한 태도를 보인다. 조선일보는 10월 14일 <혼란스러운 학부모들 단일 교과서가 수능 준비엔 좋겠죠>(10/14, 4면, 김성모 정경화 기자) 보도를 통해 학부모와 학부모 단체의 국정화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소개하며 수능과 국정 교과서 문제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엮는다. 그러나 10월 1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서울 강남지역 학부모들을 만나 국정화로 수능이 쉬워진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모임을 가지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조선일보는 <기자수첩/“우리 교과서 방안이 수능에 유리”…票밖에 모르는 한심한 정치권>(10/21) 등을 통해 두 개념을 엮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아일보는 <‘국정 한국사’ 수능은 현 중2부터>(10/14, 5면, 김희균 기자) 등을 통해 교과서가 국정이나 검정이냐에 따른 수능 영향이 적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앙일보 역시 <맹목적 암기보다 이야기 중심으로 입시부담, 검정 때와 큰 차이 없어>(10/13, 2면, 성시윤 기자)나 <성시윤 기자의 교육카페/교과서 국정화 공방에 제발 수능 좀 끌어들이지 마세요>(10/22)에서 사실상 수능이 쉬워지거나 어려워지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는 <한국사, 2020년 수능부터 국정으로…단순 암기과목 될 판>(10/14, 5면, 김명진 엄지원 기자), <“검정제 이후로 수업수준 천지차이로 향상”>(10/22, 5면, 이정아 진명선) 등의 기사를 통해 국정 체제 이후 역사 교과가 단순 암기과목으로 전락해, 사실상 아이들에게 더 힘든 과목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2. 방송 모니터
의제설정 기능 잃은 지상파와 왜곡으로 얼룩진 TV조선
방송 보도량 비교, JTBC 72.5건 VS MBC 18건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 방송사들의 보도량은 아래 <표8>과 같다. 보도량 산정에서 국정화라는 단어가 등장할 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안에 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 아닌 기사들은 제외했으며, 단신은 0.5건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JTBC는 72.5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를 했고 MBC가 18건으로 가장 적게 보도했다. JTBC의 뉴스시간이 타 방송사보다 길다는 점을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보도량이다. 특히 종편에 비해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건수가 전체적으로 적다는 점은,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 이슈에 대해서 지상파들이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화 발표된 날, 밑바닥 드러낸 한국의 방송사
정부의 국정화 선언이 있었던 10월 12일, 6개 방송사 중 TV조선과 채널A를 제외한 4개사가 이를 첫 보도로 내걸었다. TV조선은 2번째로, 채널A는 7번째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선언을 전했다.
이중 KBS와 TV조선의 보도 제목은 정부가 발표한 국정 교과서의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국민적 반발을 샀던 국정화가 결정되었는데 ‘국정 교과서가 올바르다’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이다. 특히 KBS의 경우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나팔수 역할에 그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채널A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받아 적는 대신, 기존 검정 교과서가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제목을 뽑았다. 이 역시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JTBC만이 국정화 결정이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함을 명시하고 있다.
“국정화 멈춰라” 외치는 국민 목소리, JTBC만 들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일어나고 있는데도 방송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보도를 찾기가 어려웠다.
JTBC만이 반대여론을 적극 소개했다. JTBC는 총 19.5건의 보도로 학계, 교수, 대학, 전 국사편찬위원장, 시민단체 등 다방면의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15일에는 <‘최대 역사학회’ 결정 주목>(10/15, 1번째 윤정식 기자) 등 2건의 보도로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의 회의를 현장중계하면서 학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국정 교과서 제작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채널A와 TV조선이 각각 3건, 2건만 반대여론을 보도했고 지상파 3사는 더 심각했다. KBS가 고작 1.5건을 보도한 가운데 MBC와 SBS는 반대여론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여론 무시하고 받아쓰기에 몰두
여론에 귀를 닫은 TV조선과 채널A, 지상파 3사의 선택은 받아쓰기 보도로 국정화를 옹호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받아쓰기 보도는 정부‧여당 입장만 전하는 보도와 찬반 입장을 나열하며 기계적 중립에 그치는 보도로 나뉜다. 정부‧여당 입장 받아쓰기의 경우 MBC가 38.9%의 비율로 가장 높았고 찬반입장 나열의 경우 KBS가 4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반대 입장 보도에 비해 턱없이 높은 비율로 받아쓰기 보도를 했으나 지상파 3사는 무려 70%에 달하는 보도를 모두 받아쓰기에 할애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 했다.
정부‧여당 입장 보도는 다시 이른바 ‘교과서와 교사의 좌편향’을 지적하는 보도와 정부‧여당 관계자 발언을 그대로 받아 적는 보도로 다시 나눠진다. TV조선과 채널A는 전자에, 지상파 3사는 후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 또 좌파 마녀사냥
TV조선과 채널A는 주요한 사건마다 자행해왔던 좌파몰이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을 놓고 좌우를 가리더니 기존 교과서와 교사들을 좌편향으로 매도했다. TV조선은 <‘북한 학살’ 없고…노동운동 부각>(10/12, 3번째, 송지욱 기자) 등 5건, 채널A는 <“6‧25 북침에” 응답에 ‘국정화’ 굳혔다>(10/12, 9번째, 송진욱 기자) 등 6건의 보도를 통해 기존 검정 교과서들이 북한을 찬양하고 이승만‧박정희 두 인물을 독재자라 비난하는 좌편향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기존 교과서에 그런 내용이 없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억지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TV조선은 10월 15일부터 ‘편향교사가 더 문제다’라는 연속기획으로 교사의 좌편향성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 <편향수업 신고…보수단체 항의>(10/15, 10번째, 이다솜 기자) 등 8건의 보도는 일부 교사들을 수업 중 발언을 근거로 종북이나 좌편향으로 매도한다. 하지만 수업 전체의 취지나 맥락없이 일부 발언만으로 교사의 이념을 문제삼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아예 근거가 없는 보도도 있다. 예컨대 <편향된 교사들 이런 발언도>(10/15, 11번째, 임유진 기자)는 “남한보다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훨씬 살기 좋다”, “남쪽 정부는 북쪽의 민주주의를 본받아야 한다”는 일부 교사들의 자극적인 말을 전하는데 녹취록, 자료화면, 증언 인터뷰 등 아무런 증거 없이 문자로만 그 발언을 보여준다.
△ TV조선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사라진 언론의 검증 기능
TV조선과 채널A, 지상파3사가 검정 교과서를 공격하는 정부‧여당 입장만 받아쓰고 있을 때, 국정화에 대해 실질적인 검증에 나선 것은 JTBC뿐이었다.
JTBC를 제외한 5개사의 교과서 국정화 관련 검증 보도량은 참담하다. 이들은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인 검증과 분석을 아예 행하지 않았다. 반면 JTBC는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JTBC는 <남은 건 17개월…졸속 우려>(10/12, 2번째, 이상화 기자) 등 7건에서 정부의 국정화 강행 절차 상의 문제를 다루면서 집필 기간, 예비비로 편성한 예산 처리, 역사전공자가 부족한 필진, 교육 과정 고시 위반, 반상회를 통한 구시대적 홍보 등 정부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앵커브리핑/ 열 번째 사람>(10/12, 2부 1번째, 손석희 앵커) 등 4건은 선택과 해석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국정화 논리, 국정화 강행 인사들의 편향성, 과거 사례에서 보이는 국정 교과서의 폐해 등 국정화 자체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불붙은 이념전쟁…청와대는 거리두기>(10/12, 8번째, 임종주 기자) 등 3건은 기존 교과서가 북한을 찬양하고 자학사관에 빠졌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직접적인 근거를 대며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불붙은 이념전쟁…청와대는 거리두기>에서는 “이념 전쟁이 벌어지면 보수층이 탄탄하게 결집하는 양상”이 있다며 여권의 노림수를 설명한 뒤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가 이른바 이념 갈등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정치가 이용한다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국정화 옹호하느라 왜곡까지 일삼은 TV조선
검정 교과서와 교사들에게 종북좌파 낙인을 찍어대던 TV조선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특정하여 왜곡 보도를 자행하기도 했다. 13일 <강남 고교서 “박정희 더 일찍 죽였어야” 수업…학생 반발>(8번째, 고서정 기자) 등 3건의 보도는 한홍구 교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그때 딱 죽어버렸으면 대통령 두 자리는 확실하게 바뀌어요”라며 저주를 퍼부은 동영상을 강남 한 고교에서 틀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하는거지”라며 국정 교과서를 정당화했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한 교수의 발언은 1948년 여순반란 사건 이후 숙청 책임자인 김창룡이 국군에 침투한 남로당 프락치였던 박정희를 같은 만주군 출신이라 살려준 덕에 우리 역사가 바뀌었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즉 “(김창룡이) 박정희를 그때 죽여버렸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죠”라는 말을 “박정희 죽었어야”라는 저주로 둔갑시킨 것이다. 해당 고교에서 동영상을 틀어준 시점도 9월 18일로서 이제 와서 논란으로 만드는 의도가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정화 추진 비밀 TF도 모르쇠한 방송사들
한편 10월 25일 밤에는 교육부가 국정화를 발표하기 전부터 비밀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서울 동숭동 소재의 TF팀 사무실로 찾아가 18시간 동안 대치를 벌였던 야당 의원들은 국정화를 위한 ‘청와대 하명기구’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여당은 정상적 공무 수행이라며 오히려 야당 의원들의 공무집행 방해죄를 주장했다.
10월 26일, 6개 방송사는 이 내용을 모두 보도했다. 이중 비밀 TF를 톱 보도로 내세워 사안의 중대성을 드러낸 것은 JTBC 뿐이었다. 지상파 3사는 모두 2번째 뉴스로 배치했고 TV조선은 6번째, 채널A는 12번째로 배치했다. 보도량에서도 5건으로 타사를 앞선 JTBC는 관련 의혹 보도에 3건을 할애했다. <청와대 보고…여론관리 정황>(2번째, 신혜원 기자) 등 3건은 행정예고 이전부터 행정절차 업무를 시작한 TF팀의 위법성과 청와대 개입 등 활동의 정당성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지상파 3사와 채널A의 보도는 청와대 개입설을 야당의 주장으로만 언급하는 기계적 중립에 그쳤으며 TV조선이 TF팀 문제점에 대해 1건(<논란 자초한 ‘역사교육지원팀’>(8번째, 임유진 기자)) 보도했으나 공식 인사 발령이 없었던 점만 다루는 반쪽짜리 의혹 보도였다. TV조선은 <국정화 공방 어떻게 풀까>(10/26, 13번째)에서 이영작 박사와의 대담을 통해 야당의원들의 TF팀 방문을 “무법천지”, “체포영장이나 수색영장도 없었던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새누리당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TV조선의 보도는 야당의원들이 나타나자 부리나케 상당량의 문건을 파쇄하며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TF팀 직원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이를 ‘감금’이라 우기는 새누리당 입장보다 더 나아간 선동이자 왜곡보도이다.
교육부가 국정화 공식 선언 이전부터 별도의 팀을 꾸려 청와대 지시대로 국정화를 추진한 정황이 ‘비밀 TF’의 존재로 밝혀지고 있다. 정당성도 합법성도 없는 정부의 강행으로 인해 국정화에 저항하는 여론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3사는 교과서 국정화 사태에 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하며 귀를 막고 있고 TV조선과 채널A는 정부‧여당을 따라 ‘좌편향’ 트집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국정화 관련 검증보도가 없었던 사실은 절망적인 우리 사회의 언론 지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JTBC가 고군분투한 가운데, 나머지 5개사의 왜곡과 은폐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주주의와 참된 교육을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끝>
2015년 10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