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5.10.19)
등록 2015.10.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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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 입막음하는 정부 행태 고발한 JTBC

 


 민언련이 2015년 9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가 입막음하는 정부 행태 고발한 JTBC

 

 JTBC는 9월 9일, 2건의 단독보도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계 ‘정치검열’ 정황을 폭로했다.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가 연극 지원 사업에서 현 정권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연출자 박근형 씨의 작품만 당선작에서 탈락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문예위는 다른 당선작에 대한 지원 중단까지 운운하면서 심사위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시대에나 있을 법한 정권의 문화계 탄압을 JTBC가 수면 위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JTBC 탐사플러스 <창작지원 ‘정치검열’ 파문> 등 관련 보도 3건을 2015년 9월 이 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충격적인 ‘정치검열’, 생생한 현장 증거 보여준 JTBC 단독보도
 지난 9월 9일, JTBC는 박근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충격적인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연극 작품에 최대 2억 6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창작산실’ 사업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작품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JTBC는 탐사플러스 2건으로 이 사실을 폭로했다.

 

 <탐사플러스/ 창작지원 ‘정치검열’ 파문>(9/9, 28번째, 강신후 기자)는 문예위 직원들이 ‘창작산실’ 사업 당선자 중 연출자 박근형 씨를 배제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압박한 정황을 인터뷰와 녹취록으로 생생히 드러냈다. ‘창작산실’의 한 심사위원은 인터뷰에서 “박근형만 빼주면 나머지는 봐주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심사위원 전원이 그건 말도 안 되고, 우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문예위 직원과의 갈등을 전했다. 박근형 씨 작품 배제의 이유는 그의 작품 <개구리>가 “대사에서 ‘수첩공주’는 대통령을 ‘시험 컨닝’은 국정원 대선개입을 빗대며 현 정권을 비판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취재기자인 강신후 기자가 확보한 녹취록은 당선작 발표가 미뤄지자 심사위원들을 모집하여 회의를 연 문예위 직원들의 발언을 그대로 담고 있다. 여기서 문예위 직원은 “5공화국도 아닌데 우리가…”라며 맞서는 심사위원에게 “5공화국 때나 유신 때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잘라 말하고 “정치적인 이유일 것이다 하는 것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뻔뻔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씨가 탈락되지 않으면 다른 당선작에 대한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태의 당사자인 박근형 씨는 “청와대에서 하는 거예요. 그 직원들이 저한테 다 이야기했어요”라며 문예위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청와대 지시임을 강조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 JTBC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문화계를 장악하려는 권력의 그림자
 같은 날 2번째 탐사플러스인 <정권마다 무대 뒤 ‘검은 손’>(9/9, 29번째, 강신후 기자)는 문예위의 선정 과정 개입이 청와대에서 내려진 명령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을 폭로했다. 박근형 씨에게 찾아가 선정 포기를 권유한 문예위 간부가 직원들에게 보낸 ‘상부 지시사항’에 “현 정권을 비판한 작품을 전시한 게 논란이 됐다며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심사위원은 “중요한 지원들에 대해서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대본검열을 한다든가”라며 정부기관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조직적 사전검열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JTBC는 이런 폐단이 비단 박근혜 정권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 씨가 석연찮은 이유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노무현 정권에서도 2002년 대선 당시 박철, 심현섭 등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방송인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안시대에나 벌어질 ‘정치검열’, 타사는 모르쇠
 JTBC는 문예위의 정치검열을 최초로 폭로한 탐사플러스 2건에서 “우리 근대사에서 부끄러운 유산으로 남은 사전검열, 그 그림자가 다시 문화계에 드리워지고 있습니다”라는 기자의 말과 “지금은 60년대, 70년대 공안시대임에는 틀림없어요. 정부에선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했는데 정상의 비정상화가 이뤄지는 거죠”라는 문화평론가의 인터뷰로 정치검열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문화예술계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정권의 행태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사 뉴스 모두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나마 신문에서는 이 소식을 전했다. 9월에 경향신문이 2건, 한겨레가 4건의 보도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 검열 정황과 예술인들의 반발을 전했다. 한겨레의 경우 <유신시대 방불케 하는 문화예술 검열>(9/14)라는 사설을 통해 “폭력을 동원하든 예산으로 통제하든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이란 점에서 본질은 다를 게 없다”며 현 정권의 행태를 과거 군부독재 정권의 빗대어 비판하기도 했다.
 
 JTBC는 시리즈 이름인 <탐사플러스>에 걸맞게 권력의 은폐된 부정을 폭로하면서 언론의 사명을 다했다. 정치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도 가능해야 하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현 정권의 탄압은 충격적일 따름이다. 타 방송사는 이에 침묵했으나 JTBC는 9월 11일에도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정치검열 문제를 후속보도(<문화계 ‘정치검열 의혹’ 파문 확산>(5번째, 주정완 기자))로 전하며 꾸준히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민언련은 JTBC 탐사플러스 <창작지원 ‘정치검열’ 파문> 등 관련 보도 3건을 2015년 9월 이 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방송보도, 불공정한 보도로 박원순 시장 죽이기에 나선 MBC

 

 최근 다시 불거진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병역 비리 의혹을 공영방송인 MBC는 편파적으로 보도했다. 이미 2013년, 박 시장 아들 주신 씨가 병역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판정 받은 사실과 계속해서 병역 비리 의혹을 주장한 일부 인사들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 유죄가 선고된 사실은 빼놓고 양승오 박사의 MRI 바꿔치기 의혹만 부각시켜 보도한 것이다. 이는 박 시장에 대해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에 민언련은 MBC ‘박원순 시장 병역 비리 의혹’ 관련 보도 2건을 2015년 9월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최근 불거진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병역 비리 의혹은 2011년 말,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가 신체재검을 받을 때 제기되었던 것이다. 현재 주요 의혹을 제기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양승오 박사 등도 그때부터 등장한 인물들이다. 양 박사 등이 계속 MRI 영상 바꿔치기를 주장하며 박주신 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박주신 씨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검증을 행했다. 그 결과 2013년 5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박주신 씨의 병역법 위반을 무혐의 처분했다. 문제는 검찰의 공식적인 무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양 박사 등이 병역 비리 의혹 주장을 멈추지 않았고 일군의 시민들이 재차 박주신 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인 MBC는 2011년부터 진행된 제반사항을 배제한 채 양 박사의 의혹 제기가 두드러지는 보도를 통해 박 시장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왜곡된 여론몰이에 나섰다.

 

 주요 사실 숨기면서 사실상 박 시장 공격한 MBC 보도
 문제의 보도는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수사>(9/1, 21번째, 김태윤 기자)이다. 이는 박 시장 병역 비리 의혹과 관련된 주요한 사실들은 모두 배제하고 양승오 박사의 주장만 부각시킨 일방적 보도였다.

 

 보도는 우선 “병역 기피 논란이 일자 주신 씨는 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적으로 MRI를 찍었고 병원은 "두 곳의 MRI 사진은 동일인의 것" 이라고 밝혀 논란은 끝나는 듯”했다고 언급했으나 공개검증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이 병역법 위반을 무혐의 처분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또한 “박원순 시장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핵의학과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 박사 등 7명을 선관위에 고발했다가 취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의사들이 법정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주장해 재판은 8개월째 진행 중” 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자들이 확신에 차서 박 시장의 고소 취하마저 고사하고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태도를 가진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고소 취하는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2014년 6.4 지방선거 종료 후 상대 후보였던 정몽준 후보와 상대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고소, 고발 사건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박 시장의 고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MBC는 이렇게 주요한 사실들을 모두 숨긴 채 2011년 박주신 씨의 신체재검 당시 자생한방병원에서 찍은 MRI나 흉부 사진이 본인 것이 아니라는 양 박사의 주장을 의료 영상까지 동원하여 꼼꼼하게 보도했다.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박 시장의 병역 비리가 사실인 것처럼 느낄 수 있고 박 시장의 고소 취하 역시 그런 이유로 이뤄졌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

 

△ MBC 9월 1일 보도 화면 갈무리

 

 경징계에 그친 방심위나 보도에 문제 없다는 MBC 모두 국민을 기만
 이렇게 편향된 MBC 9월 1일 보도는 민언련의 민원 제기를 거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에 회부되었다. 하지만 10월 14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의 조치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2항 위반으로 경징계인 ‘의견제시’에 그쳤다.


 이날 심의에서 진술자로 참석한 오정환 MBC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9월 2일 보도인 <“병역 의혹 혐의 없음 종결” 반박>(24번째, 육덕수 기자)가 “서울시 반박 내용”이라며 MBC 보도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9월 2일 보도 역시 주요 사실들을 말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일부 포털 사이트와 SNS, 인터넷 매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세력도 관용 없이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라고 했으나 이미 지난 7월 울산지방법원이 트위터로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안에 대해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를 선고한 사실, 9월 3일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일인시위자에 대해 법원이 ‘허위사실 유포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사실은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실들은 9월 이후 지금까지도 MBC에서 다뤄진 적이 없다. 이런 이유로 장낙인 상임위원과 박신서 위원은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 처분을 주장했으나 함귀용 위원 등 여당 추천 위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의견제시’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야권 텃밭이 된 서울시를 탈환하려 박 시장 흔들기에 나섰고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분한 병역법위반 건에 대해 재수사에 나서는 등 정부‧여당의 ‘박원순 죽이기’가 시작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MBC는 이미 2011년부터 반복되었고 2013년 사실무근으로 판정된 양 박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면서 여론을 선동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방심위까지 명백한 허위사실 방송에도 불구, 경징계 조치에 그치면서 친정권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번 박원순 시장 병역 비리 관련 MBC의 편파 보도 사태는 정권에 장악된 언론지형의 이면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채널A의 박지만 씨 관련 보도 4건은 2015년 9월 나쁜 방송보도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황당한 보도로서 주목을 받았다. 채널A는 <박지만 “검찰이 사실상 협박” 울분>(9/9, 4번째, 류병수 기자) 등 4건의 단독보도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정윤회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정작 보도는 ‘정윤회 사건’의 본질인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나 ‘비선의 실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저 박지만 씨의 개인적 근황을 “박 회장은 검찰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다거나 “자신의 큰 아들이 큰 고모인 박근혜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는 인간적인 고충도 토로”했다며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내용을 '단독'이라는 이름표까지 붙여 4건이나 보도한 채널A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인척에 대한 비리나 언행을 감시하는 내용도 아니고 그저 왕가의 일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는 인상을 주는 내용을 저녁종합뉴스에 내놨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달의 황당한 보도’로서 손색이 없었다. <끝>
 

2015년 10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