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9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2015.10.19)
나쁜 신문보도, 노조 때리며 노동개혁안 옹호 나선 조선일보
민언련이 2015년 9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호수가 되어버린 4대강 부각하며 책임 추궁에 앞장 선 경향신문
보도량’과 ‘집중도’ 모두 돋보인 경향신문 4대강 관련 보도
4대강 개발 사업은 국토를 훼손하고 나라 살림에 큰 구멍을 냈다는 측면에서 자원외교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벌여놓은 최악의 사업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4대강 사업 강행과 관련 책임 소재 추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 내 경제·환경 피해 역시 현재 진행 중이라는 데 있다.
경향신문은 9월 5일 국토교통부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부풀렸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9월 한 달 동안 총 12건에 달하는 4대강 관련 보도를 냈다. 같은 기간 한겨레도 관련 내용을 총 11건 보도했지만 경향신문이 해당 보도의 절반 이상을 1면에서 3면 내외로 배치한 것과 달리 한겨레는 관련 보도를 5면부터 22면 사이에 모두 배치해 다소 비중은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경향신문은 정부조차 4대강 보 구간을 강이 아닌 호소(湖沼·늪, 호수, 저수지 등을 이르는 말)로 분류했음을 지적하며 하천 복원 작업 착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 한 걸음 더 나아간 보도 양상을 보였다.
책임 따져 묻고 구체적 피해 현황 강조
경향신문의 4대강 사업 관련 주요 보도 내용은 크게 해당 사업에서 MB의 ‘수족’으로 활동했던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정부 기관의 기만적이고 방만한 실태를 고발하는 것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경제 환경 측면의 피해 현황을 고발하는 것으로 나뉜다.
정부 기관의 기만적이고 방만한 실태를 고발한 기사는 <수공 ‘MB 4대강 빚’ 5조3000억, 결국 혈세로 갚는다>(9/10, 2면, 박병률·윤승민 기자), <환경부, ‘수질조사기간 연장’ 제안에 국토부 ‘안 해’>(9/10, 2면, 김기범 기자), <수공, 국민들 돈 펑펑쓰며 훈포상 성과급>(9/10, 19면, 박병률·윤승민 기자) 등이다. 이 기사들은 4대강 사업 실패를 책임지는 이가 없는 현 상황을 “도덕적 해이”에 빗대 강조한다.
한편 경제 환경 측면의 피해 현황을 고발하는 보도는 <22조 쏟은 4대강 치수 효과도 ‘미미’>(9/17, 3면, 김기범 기자), <4대강 보, 갈수록 줄줄>(9/21, 19면, 윤승민 기자) 등이다. 이 기사들은 각기 다른 측면에서 MB식 하천 개발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주목한 것은 특히 경제적 피해다. 제목에 ‘5조, 22조’ 등의 피해 금액을 명기하거나, ‘국민’, ‘예산’, ‘빚’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 12건 중 절반이 넘는 7건에 달한다. 이 같은 피해 양상을 강조하면서, 경향은 책임지는 이 없이 국민이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선명하게 조명했다.
강을 호수로 만들어버린 책임 분명히 묻는 경향
무엇보다 경향신문의 4대강 보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환경부가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의 보 구간을 하천이 아닌 호소로 분류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경향신문은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게 <기존 댐 계획 백지화, ‘지자체 공모’로>(9/17, 1면, 김기범 기자), <이포보 뺀 15곳 모두 호소로 분류 인 농도 기준 강화 예산도 눈덩이>(9/17, 3면, 김기범 기자)로 이 사안을 주요하게 다뤘다. 또한 <사설/4대강을 호소로 판정한 정부, 하천 복원 작업 시작하라>(9/18)로 4대강 사업으로 멀쩡히 흐르던 ‘강’을 ‘호수와 저수지’로 만들어 버린 것과 함께 이를 행정상 호소로 분류하면서 다시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게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 경향신문 4대강 사업 실패 비판 사설 보도 갈무리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주요 피해는 일시적으로 불거졌다 사라지는 양상이 아니며, 책임자 처벌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꾸준하게 4대강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조명해온 경향신문에 박수를 보내며, 특히 하천 호소화 판정의 의미를 부각해 책임을 물었다는 점을 높이 사 경향신문을 2015년 9월 이달의 좋은 신문으로 선정한다.
조중동, ‘왜곡’하거나 침묵하거나
반면 조중동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도하지 않거나, ‘가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왜곡하는 양상을 보였다. 9월 한 달 간 4대강 관련 보도는 조선일보가 2건, 동아일보가 1건뿐이었다. 조선일보 <한삼희의 환경칼럼/‘4대강과 가뭄 피해’ 정확하게 보면>(9/12, 한삼희 논설위원)은 가뭄 피해와 4대강 사업 간에 연관성이 없으며, 오히려 피해를 줄이는데 어떤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대강 무용론은 일종의 진영논리라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동아일보는 가뭄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칼럼 <광화문에서/남의 일 같은 충청도 가뭄>(9/25, 이동영 사회부 차장)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을 확보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못 박고 있다. 중앙일보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외면은 심각했다. 중앙일보의 4대강을 언급한 보도는 7월 27일 <“4대강 로봇물고기 계속 연구했다면 지금 성과 나왔을 것”>이후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 노동개혁 옹호하며 노조 때리기 나선 조선일보
파업을 ‘강성 노조’의 ‘귀족 놀음’으로 규정
조선일보의 노조 때리기 보도 양상은 크게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9월 13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전과 후로 나뉜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의 핵심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다. 일반해고 요건이 완화되면 사측은 노동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도’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취업규칙 변경조건이 완화될 경우 지금은 노사 간 단체협상이나 직원 50%의 동의가 있어야 바꿀 수 있던 취업 규칙을 앞으로는 사측이 노동자 동의 없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노동자로서는 합리적 대응이다.
그럼에도 9월 3일부터 9월 12일까지 조선일보는 <칼럼/자기 몫만 챙기는 '貴族 노조'>(9/3, 이혜운 기자), <실적도 안 나왔는데… 勞組 성과급 확정해달라>(9/7, 5면, 이인열․김정환 기자), <사설/금호타이어 직장폐쇄, 暴走 노조 결국 제 命 끊나>(9/7) 등 기존 파업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에 주력했다. 이 같은 기사의 비판 양식은 비교적 정형화 되어 있다. ‘높은 임금’을 받으며 ‘고용 세습’을 주창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어려운 회사 상황’을 무시하고 ‘강성 투쟁’에 나서 ‘회사와 국내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투쟁 피해자 프레임 설정도 여전
‘강성 귀족 노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는 계층을 설정하는 방법은 조선일보가 자주 사용하는 프레임이다. <수兆 손실에도… 생산직은 구조조정 無風지대, 사무직만 희망퇴직>(9/8, 8면, 김기홍․신은진 기자), <칼럼/7.6%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魔法> (9/9,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등의 기사에서는 사무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 등이 이들의 무리한 행보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高임금·低생산성…국산車 고질병 더 깊어졌다>(9/9, 3면, 이인열 기자), <매출 줄어도 월급 더 달라…달러 박스 조선·車 업종서 심각>(9/17, 6면, ) 등의 기사처럼 고임금과 저생산성을 지적하는 주제는 시기 구분 없이 즐겨 사용된다. 노조의 ‘민폐’는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규정되기도 한다. <高임금 勞組에 발목잡힌 한국경제>(9/11, 1면, 이인열․김성만 기자)
노사정 합의 이후엔 ‘청년을 위한 노동개혁’ 주창
그러나 조선일보는 노사정 합의 이후 ‘노조’에서 ‘노동개혁’ 그 자체로 시선을 옮긴다. 이 과정에서 만악의 근원이었던 대기업 노조는 노동개혁마저 가로막는 불편한, 극복해야 할 존재로 규정된다. 청년 취업 문제는 정부 주도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소재로 이용됐다. <올해는 꼭 취업 희망 쪽지 날리는 대학생들>(9/14, 14면, 윤형준 기자), <정규직 勞組 탓에 내 자리 없어 청년 분노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9/14, 14면, 김정환․이태동․오로라 기자) 등에서 조선일보는 파업에 나선 정규직 노조와 그 피해자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요지가 쉬운 해고이며, 현 취업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실체가 명확치 않은 ‘청년’이라는 계층을 내세워 주장에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면, 중앙일보는 투쟁하는 이들이 소수에 불과하며, 그 외 절대다수가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구성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노동개혁 찬성 80%’ 국민여론이 타협 이끌었다>(9/14, 3면, 김기찬 기자) 기사의 경우 제목을 결정한 여의도 연구소의 여론조사는 어디에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며, 관련 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는 ‘비공개 자료’다.
쉬운 해고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 남발
조선일보는 노동계의 우려처럼 쉬운 해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장밋빛 미래’ 전달에도 주력했다. <부당해고 이의신청 年1만3000건…지침 명확히 해 분쟁 막기>(9/15, 3면, 박은호․최종석 기자) 기사에서는 “해고 요건 완화가 아닌 명확화”라며 노동계가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만드는 이유 역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노동개혁의 핵심도 아니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미 임금피크제 도입과 신규채용 증가 사이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조선일보 관련 보도 갈무리
조선일보는 이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안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매도하고, 반대 목소리를 모두 ‘이기주의’적 행태로 몰아갔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청년층과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들은 주장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노동개혁 옹호 및 노조 때리기’ 보도 42건을 2015년 9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10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