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KBS 이사회의 차기 사장 선임 절차 논의 비공개에 대한 논평(2015.10.13)
등록 2015.10.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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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논의 공개,

투명하고 공정한 사장 선임 절차의 첫걸음이다

 

 

 KBS 이사회가 차기 사장 선임 관련 절차를 밀실에서 논의하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7일 이사회에 이어 내일(1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도 관련 안건을 비공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KBS의 사장 선임은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이 납부하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간방송사로서 엄정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KBS는 이명박 정권 이후 계속되는 보도 통제와 친정권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인데,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외압을 막기는커녕 자신의 자리 보존을 위해 정권의 부역을 일삼아 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차기 사장은 최소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KBS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선임 절차와 기준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작년 5월에 개정된 방송법 제46조와 10월에 개정된 KBS 이사회 규정에서도 이사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사와 관련된 사안은 예외로 하고 있지만 7일에 열린 이사회는 특정인을 거론하는 자리가 아닌, 말 그대로 임명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는 14일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응모한 후보들에 대해 평가하고 적정성과 호불호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듯 제도적 성격을 띤 사안에 대한 논의에서조차도 비공개를 주장하는 KBS이사회의 비밀주의는 논의의 첫 단추부터 의문을 품게 만든다. 

 

 문제는 회의 비공개만이 아니다. 사장 선임과 관련한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 7일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사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회, △사장 선임 기준 마련, △특별다수제 도입 등을 요구했지만 ‘사장 선임 기준 마련’ 한 가지만 합의가 이뤄졌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거나 결과가 이사회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핑계를 댔고, 토론회도 후보자들이 거론되면서 선임 절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고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약간의 불편함과 부작용을 앞세워 사실상 국민들의 감시와 의견을 원천 차단하고, 숫자로 사장 선임을 밀어붙이겠다는 선전포고 아니겠는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것만이 땅에 떨어진 KBS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이자 최소한의 공영방송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 그런데도 KBS 이사회는 차기 사장을 선임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누구의 눈치를 보는지 비공개로, 밀실에서 진행하려 하고 있다. 오히려 비공개가 온갖 억측과 추측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KBS 이사라면 진정으로 KBS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 자신을 임명해 준 정권, 청와대의 입맛에 맞춘다면 두고두고 정권에 부역한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단체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장 선임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사장 이인호 씨를 비롯한 이사진은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끝>

 

 

2015년 10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