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2015.9.8)
점검도 없고, 경제성 부풀려도 ‘개발’만 밝히는 신문
지난달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오색리에서 끝청봉에 이르는 3.5km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산림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등 5중의 공식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런 자연환경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하게 될 경우, 전국 지자체의 국립공원 난개발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 환경에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8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는 “컨설팅 제공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0월 3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평창에 방문하여 “설악산에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강원도와 양양군, 지역 국회의원, 전경련을 필두로 한 경제단체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 붙였다. 이번 사업 승인이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등 7개 부대조건 이행을 조건으로 했다지만 이미 2012년과 2013년에 두 번이나 사업이 부결되었던 당시와 별 다른 변화가 없음을 감안할 때, 환경부가 대통령 한 마디에 ‘죽은 케이블카’를 되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연공원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줄곧 생태계 파괴 위험성을 지적하며 개발 이익과 설악산을 맞바꾸려는 사업의 철회를 촉구해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환경연)의 보고서가 사업성을 과장하기 위해 수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사업 심의 주체인 환경부는 작년부터 사업을 적극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 심지어 국책기관까지 합심하여 사업성도 확실치 않은 개발 사업을 졸속 강행한 셈이다.
민언련은 이 사안을 5개 중앙 일간지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고, 추가적으로 5개 강원지역 신문의 보도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신문이 사업의 문제점과 여러 의혹에 침묵하며 정부의 사업 옹호 입장을 받아쓰기 바빴다. 특히 지역 언론의 경우 지역 발전을 의식해서인지 노골적으로 사업을 옹호하는 보도가 많았다.
1. 중앙 일간지 5개사 보도 분석
의혹과 비판점 외면하고 사업 옹호 입장 받아쓰기 골몰한 조중동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5개 중앙 일간지의 총 보도량은 59건에 불과하다. 북한의 지뢰도발과 이후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모든 뉴스를 잠식할 만한 이슈였지만,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감안했을 때 중앙 일간지의 보도량은 부족했다.
그나마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20건으로 많았지만, 조중동은 보도량이 7건, 8건, 4건으로 매우 적었다. 적은 보도량 뿐 아니라 보도의 대부분을 사업 옹호 입장 받아쓰기에 할애했다는 점도 문제이다.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된 의혹과 문제점은 △국책기관인 환경연의 보고서 수치 조작 의혹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 부처의 사전 지원 등 불법적 승인 과정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가 대표인 설악케이블카(주)와의 관련설 등이다. 조중동은 이런 사안에 대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4건 모두를 사업 옹호 입장 받아쓰기에 할애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고서 조작 의혹과 여러 문제제기로 모든 보도를 채웠다.
보고서 조작 의혹 보도한 한겨레
한겨레는 전체 보도량 20건 중 35%인 7건을 환경연과 양양군의 환경부 제출 보고서 조작 의혹에 할애했다. 환경부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28일 있었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오색케이블카 사업 심의에 결정적인 참고자료였기 때문에 보고서 조작 의혹은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한겨레의 <양양군, 설악산 케이블카 보고서 입맛대로 짜깁기>(8/5, 2면, 김정수 기자)는 보고서 조작 의혹에 관한 첫 보도였다. 보도는 환경연이 양양군의 요청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검증 용역을 수행한 후 18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지역경제 파급 효과 △사회적 편익 △사회적 비용 등의 항목이 덧붙어 54쪽으로 부풀려져 있다”고 폭로했다. 양양군이 환경연 보고서에는 있지도 않은 내용을 추가해 사업성을 과장한 것이다.
또한 <“설악산케이블카 편익 부풀려 적자를 흑자로”>(8/21, 12면, 김정수 기자)에 따르면 양양군의 조작 이전에 이미 환경연의 보고서가 경제성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환경연의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검토한 후 “분석 과정에 설악산의 월별 탐방객 비율과 케이블카 최대 탑승인원, 케이블카 운행 가능 일수 등을 고려하지 않아 개통 이후 30년간 탑승객의 59%인 909만명가량 과다 추정돼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1221억원의 흑자가 나리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추계와 달리 실제론 229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심 의원의 분석 결과이다. 환경연과 양양군이 사업 승인을 위해 수치를 자의적으로 조작한 보고서를 냈고 환경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 결국 부당한 절차를 거쳐 사업이 승인된 것이라 볼 수 있다.
△ 한겨레 ‘환경연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분석 보고서 조작 의혹’ 보도 갈무리
“산으로 간 4대강 사업” 개발 논리 비판한 경향신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승인에는 환경연의 보고서 수치 조작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향신문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 <칼럼/‘설악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거짓말>(8/25)은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의 인터뷰로 “난개발과 환경파괴에 ‘민주화’라는 말을 갖다붙이는 발상이 놀랍다”, “‘개발’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왜곡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되는 세상”이라며 “산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황당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상돈칼럼/국립공원은 보전이 우선이다>(8/26)도 “4대강 사업으로 반만년동안 유구하게 흘러온 우리의 하천을 파괴한 이명박 정권”이 설악산을 케이블카 사업 시범지구로 지정했음을 지적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에서 추진한 졸속정책으로 보고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했어야만 한다”고 성토했다.
<사설/환경 파괴 컨설팅하는 환경부>(9/3)는 “환경부‧국토교통부‧문화부‧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 등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정부 부처가 지난해 9월부터 사업자인 강원도 양양군과 TF를 구성해 긴밀히 협의”했다며 “사업을 엄정하게 심의해야 할 기관이 사업자와 결탁한 것”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보전해야 할 국립공원에 위락시설을 허가하면서 ‘친환경 케이블카’라고 기만”하는 환경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들러리를 선 이후 ‘영혼 없는 부처’가 되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업 옹호 입장 받아쓰기로 대통령 의지에 힘 실어주는 조중동
환경연의 보고서 조작 의혹에는 모르쇠로 일관한 조중동은 사업 옹호 입장 전달에 매진했다. 사업의 문제점에 있어서도 환경단체가 자연 파괴 가능성을 주장한다고 언급할 뿐 불법적 승인과정과 난개발 문제 등 다른 사안은 무시했다.
동아일보 <“국립공원 훼손” “지역성장 동력”>(8/4, 14면, 이정은 기자)는 사업에 대한 찬반논리를 균형있게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520억 원”이라며 조작 의혹에 휩싸인 환경연 보고서의 수치를 그대로 인용했다. “등산을 못하는 장애인도 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일명 ‘산의 민주화’ 논리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전달했다.
중앙일보 <설악 오색 케이블카 3수 만에 성공할까>(8/25, T21면, 박진호 기자)는 “환경 훼손 이유 2차례 부결, 보호구역 피해 노선 변경”을 소제목으로 달았다. 이는 보호종 서식지를 피해 노선을 설정했다는 강원도의 입장이다. 더불어 “강원도는 이번엔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추진을 언급했다”며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특정 사업 추진을 지시한 일을 별 문제의식 없이 전달하기도 했다.
△ 중앙일보 관련 보도 갈무리
조선일보 <칼럼/한일 관광 ‘비교체험’>(8/6, 조재희 기자)의 경우 “설악산과 지리산의 산악 케이블카 같은 새로운 관광 인프라 건설은 반대에 부딪혀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사업 추진 의지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작년부터 이미 올해 하반기 착공을 위한 관련 절차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미 두 번이나 부결된 케이블카 사업이 대통령의 지시 발언 직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에는 정부 부처의 절대적 복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사설/국토관리 큰 오점 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8/29)에서 이런 행태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하면서 억지 주장들이 동원되기 시작”, “자연 보존 책임을 맡은 정책기구로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처사”라며 정부를 질타한 바 있다. 반면 조중동은 전혀 문제 삼지 않고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방관했다.
박근혜 대통령 조카가 주인인 (주)설악케이블카의 연관성에는 모두 침묵
오색 케이블카 사업 승인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 지시한 배경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자가 운영하는 (주)설악케이블카가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불거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오색케이블카 사업 지시가 자기 일가의 사업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모든 신문이 언급하지 않았다.
설악산 개발 제한 방침이 내려지기 직전인 1969년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위인 한병기 ‘설악관광주식회사’ 회장에게 케이블카 사업 독점권을 줬고 현재 대를 이어 손자인 한태현이 (주)설악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박 대통령 일가는 1971년 첫 운행부터 44년간 독점적 케이블카 운영으로 연간 70여억 원을 벌어들이면서도 환경보전기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았고 관리자금 전액은 국가가 담당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색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지시했으니 당연히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중앙‧지역 일간지 모두 다루지 않았다. 다만 경향‧동아‧한겨레가 각 1건의 보도에서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의 운영주가 (주)설악케이블카임을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경향신문 <케이블카 설치 후 초록의 권금성은 ‘민둥 암벽’ 됐다>(8/1, 2면, 최승현 기자)는 권금성 케이블카로 인한 자연 훼손을 보도하면서 권금성 케이블카의 운영을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가 맡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 역시 <야!대한민국/욕망의 3.5km>(8/20,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에서 (주)설악케이블카의 운영주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자임을 한 문장 언급하는데 그쳤다. 동아일보 <횡설수설/박 대통령 일가와 설악산 케이블카>(8/15, 신연수 논설위원)는 (주)설악케이블카가 “한 해 50~70억 원의 수입을 올리지만 환경보전을 위한 기금을 낸 적이 없다”며 그나마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더 이상의 문제제기는 없었다.
승인 과정에서 불법적 표결까지 동원된 오색 케이블카 사업
한겨레는 <설악산 케이블카 표결 때 무자격 정부위원 참여 드러나>(9/4, 8면, 김정수 기자)에서 28일 표결이 불법적으로 이뤄졌음을 단독으로 폭로했다. 사업 심의 주체인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부 등 9개 부처 고위공무원 10명, 국립공원관리공단 대표 1명, 민간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자연공원법’과 그 시행령은 “민간위원은 모든 심의 안건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지만 9개 정부부처 위원은 심의 안건과 관련이 있을 때만 참석”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오색 케이블카 사업 표결 당시 해당 안건과 관련이 없는 해양수산부 위원이 표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해수부 위원은 참여 자격이 없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한겨레는 “설령 결격자인 위원들이 표결에서 빠져도 여전히 통과 됐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무효라는 사실에는 영향이 없다”는 김영희 변호사의 의견을 전하면서 표결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한겨레 ‘환경부 불법적 표결’ 단독 보도 갈무리
2. 강원 지역 신문 5개사 보도 분석
보도량 많지만, 전체 보도량 대비 75% 이상을 사업 옹호 입장 전달해
강원 지역 신문 5개사의 경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지역 사안이기 때문에 보도량 자체는 중앙일간지보다 훨씬 많았다. 5개사 총 보도량은 84건으로 중앙일간지 5개사 59건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사업 옹호 입장을 받아쓴 조중동과 다를 바 없었다.
강원 지역 신문의 보도 대부분은 사업 옹호 입장을 전달했다. 그나마 강원타임즈가 전체 6건 중 3건을 심상정 의원의 환경연 보고서 수치 조작 의혹에 할애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나머지 4개사는 참담한 수준이다. 전체 보도량 대비 75% 이상을 사업 옹호 입장 전달에 쏟아부은 것이다. 특히 강원도민일보는 46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그 중 82.6%에 해당하는 38건을 사업 옹호 입장에 할애했다. 지역의 문제와 관련된 문제점을 더 심도 있게 다뤄야 할 지역 신문이 오히려 사업에 대한 일방적 옹호로 일관하며 사안을 왜곡했다 하겠다.
사업 옹호 입장 대변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
강원 지역 신문은 조중동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옹호 입장을 대변했다. △사업 옹호 발언으로 기사 채우기 △강원도지사‧국회의원 등 관련 인사의 사업 추진 행보 부각 △동서고속철도 등 기타 개발 사업과 연계하여 경제성 홍보하기 등이 그 방식이다.
5개사가 모두 사업 옹호 발언으로 내용을 채우는 기사를 냈다. 이중 설악신문의 <오색케이블카 25일 전후 최종심의>(8/10)는 단연 압권이다. 보도는 “오색케이블카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규제완화 친환경 정책으로 관광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하도록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진하 양양군수의 발언으로 지자체의 결의를 전했다. 그러나 ‘규제완화 친환경 정책’은 용어 자체가 모순이고 정체불명이다.
△ 설악신문 ‘규제완화 친환경 정책’ 언급 보도 갈무리
이런 황당한 옹호 발언들이 보도에서 계속 이어진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를 “전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서울대 서영배 교수의 발언, “오히려 산양 등 야생동물이 죽거나 멸종하는 이유는 밀렵 때문”이라는 환경전문가 료스케 키시모토의 발언, “몸이 불편하신 분들까지도 설악산 절경을 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문헌 국회의원의 발언은 모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논란의 논점을 한참 벗어난 억지 주장들이다. 돈 내고 타는 케이블카가 어떻게 복지인지, 두 번의 사업 부결 당시에는 밀렵이 없어서 생태계 파괴 위험성을 지적받았는지, 당장 장애인들이 버스도 탈 수 없는 참담한 한국의 장애인 복지 현실과 케이블카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언론이라면 저 발언들에 대해 최소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설악신문은 저 발언들만으로 기사 하나를 채웠다.
다른 개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라는 강원도민일보
강원도민일보는 ‘춘천 로프웨이’와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 등 다른 관광 개발 사업을 설악산 케이블카와 연계시켜 그 효과를 부각시켰다. 이런 보도가 8건이나 되었는데 이는 타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사례이다.
<오색케이블카 확정 ‘춘천 로프웨이’ 기대감, 부정적 인식 개선사업 급물살 기대>(8/31, 김정호 기자)는 오색 케이블카 사업 승인으로 인해 “춘천 삼악산~삼천동 로프웨이 사업 추진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환경 훼손 논란을 불러온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정부가 최종 승인을 한 만큼 케이블카 및 로프웨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투자 유치 등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춘천 삼악산 개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 강원도민일보 ‘동서고속철도 사업’ 관련 보도 갈무리
<동서고속철 오색케이블카 덕 볼까>(9/1, 백오인 기자)는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으로 강원도 최대 현안 사업인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케이블카 사업 승인으로 인해 동서고속철도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 “오색케이블카 관광수요(연간 53만명)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환경연 보고서가 하산하는 이들까지 이용자로 계산하는 등 방문객 수를 과다추정했다는 의혹은 언급되지 않는다. 강원도민일보의 이러한 기타 개발 사업 연계 보도는 오색 케이블카 사업 승인이 국토 전체를 난개발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곧 현실이 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보보다 케이블카가 자연 보호에 적합하다?
한편 강원도민일보 <칼럼/오색케이블카, 자연에 대한 외경심>(8/27, 윤명식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환경단체라면 오히려 삭도(케이블카)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함에도, 무엇을 목적으로 반대하는지 참으로 아이러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그 근거가 황당하다. 칼럼은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는 등산객의 답압(사람이 발로 땅을 딛는 힘)으로 인해 “나무뿌리가 드러난 곳이 73%이고 암석 노출이 85%”라는 환경부의 10년 전 발표 내용을 강조한다. “등반객의 밀집현상은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연이어 등반객 집중으로 인한 설악산 자연 파괴 문제를 언급한다. 그러더니 “인간의 접근을 이격시키는 방법이 바로 케이블카인 것이다”라며 인간의 침입으로 인한 자연 파괴의 해결책으로서 케이블카를 내세운다. 그러나 강원도민일보의 이 칼럼은 외부 필진의 입을 빌려 양양군 입장을 홍보한 것에 불과하다. 답압으로 인한 자연파괴를 케이블카로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는 양양군의 사업 추진 근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야당도 당론으로 채택? 오보지만 새정치연합 태도도 문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강원도의 사정상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개발 사안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문순 도지사는 사업을 적극 추진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내년 총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원일보, 설악신문, 강원도민일보는 야당도 케이블카 사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강원일보는 3건을 보도하며 이 사실을 강조했다. 강원일보 <공식 요청 단 하루 만에 승인 내년 총선 염두 강원 표심 공략>(8/19, 원선영 기자)는 새정치민주연합 도당이 17일 중앙당에 케이블카 사업의 당론 채택을 요구하자 하루 만에 최고위원회가 열려 별 진통 없이 당론으로 채택되었다면서 이를 “내년 4‧13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녹색연합이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직자와 우원식 의원실, 은수미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18일에는) 최고위원회가 열리지도 않았다. 의도적인 오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미온적인 태도도 문제였다. 여러 환경단체가 당론 채택 여부를 서면으로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중앙당직자는 거부했고 당론 채택 인터뷰를 한 강원도당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와 경향 이외에는 자연유산의 가치 완전히 외면
환경부 제출 보고서의 수치 조작부터 불법적 표결까지, 이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승인은 그 과정 전체가 졸속이자 불법이었다. 두 차례 부결의 원인이었던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 문제, 산양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경로가 겹치는 문제 등도 7개 사업 승인 조건에 포함되면서 환경부가 스스로 그 문제들이 미결 상태임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런 사업을 대통령 지시 한 마디에 불법과 꼼수로 추진한 강원도, 양양군, 환경부는 물론 내년 총선에 맞춰 표심을 잡기 위해 별 다른 검증을 하지 않은 여야 정치권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할 신문의 태도는 더 한심스럽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하면 중앙 일간지와 강원 지역 일간지 모두가 의혹과 문제점을 점검하지 않고 갖가지 방식으로 사업 옹호 입장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환경 보전 논리보다 개발논리와 경제성과만을 우선하는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그들을 두둔한 언론은 세계적 자연유산 설악산을 파괴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끝>
2015년 9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