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44살에 뽑은 21세기 영화 44편 네 번째, 27위 -23위(2015 7월호)
등록 2015.09.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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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베스트 영화 44!(4)

44살에 뽑은 21세기 영화 44편 네 번째, 27위 - 23위





영화에서 음악은 무척 중요하다. 배역의 감정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음악(OST)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매주 토요일 밤 9시10분, OBS에서 정통 영화음악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이다. ‘하이라이트’ 위주로 관심을 유도하는 여타 프로와 달리, 내러티브(이야기)에 집중하며 담담하게 영화를 관찰한다.  요즘 세상에 흔치 않는 제작진의 뚝심이 프로그램을 빛낸다. 여기서 뚝심은 아날로그 감성이다. 꾸미지 않고, 뒤섞지 않고, 원래 영화 그대로 시청자와 교감한다.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마음이 뭉클하게 차오른다.  -김현식 회원



 

 

 

27위. 영매: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한국, 감독 : 박기복 / 내레이션 : 설경구)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들,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승의 사람들.. ‘영매’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는 매개자이다. 강신무 박미정씨는 한 의뢰인을 위해 굿을 한다. 그날은 비가 내려 작두가 미끄러웠다. 그녀는 곧 불운이 닥칠 것이라고 점쳤고, 얼마 후 의뢰인의 17살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애통한 엄마는 아들의 원혼을 달래는 굿을 청하고 박미정씨는 이승의 어머니와 저승길로 떠난 아들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영매’가 된다. 곧 ‘영매’의 몸에 죽은 아들의 영혼이 담긴다. 아들은 통곡하며 엄마에게 하소연한다. "내가 혼이라니 이게 웬 말이요." 엄마는 아들의 영매를 부여잡고 차마 하지 못한 작별을 전한다. 죽은 자의 원혼을 달래고 저 세상에서의 복을 기원하는 영매, 그들의 고단했던 삶의 여정이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쏟아진다.

 

 

 26위. 원티드
(미국·독일, 감독 :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안젤리나 졸리)

 회사에 혼자 남아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자조 섞인 혼잣말을 한다. “퇴근할 때 가장 신나는 건 오늘과 같은 하루가 내일 또 반복된다는 거야.” 평범하고도 지질한 일상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신비한 매력을 가진 폭스(안젤리나 졸리)가 등장해 웨슬리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세계로 이끈다. 웨슬리는 친아버지가 암살 조직에서 활약한 특급 킬러였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또한 최고의 킬러가 되기 위해 훈련한다. <원티드>는 순전히 “스타일리쉬 액션” 영화이다. 영화를 100으로 치면 액션 50,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 30, 원하는 목표를 향해 꺾어지는 총알 20이다. 내러티브에 무게를 두지 말자. 스토리 개연성도 절대 따지지 말고 그냥 즐기는 편이 낫다.

 

 

 

 

 25위. 노이 알비노이
(아이슬란드, 감독 : 다구르 카리 / 출연 : 토마스 레마르퀴스·드로스터 레오 구나슨)

선천성 색소결핍증을 앓는 노이가 꿈꾸는 세계는 푸른 야자수가 넘실대고 은빛 모래가 펼쳐진 하와이다. 하지만 노이의 현실은 온통 하얗고 차갑다. 노이는 아이슬란드 피오르 아래 작은 마을에 산다.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노이는 학교 수업을 빼먹고 슬롯머신을 조작해 빼낸 동전으로 맥주를 사서 마시는 문제아다. 정신과 의사는 노이를 천재라고 진단했지만 노이의 바람은 한 가지, 동네 주유소에서 일하는 아이리스를 데리고 하얗기만 한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다. 영화는 만화경 속 정지된 하와이 사진이 실제로 움직이는 풍경으로 바뀌면서 끝난다. 노이는 탈출을 성공해 꿈에 그리던 하와이에 닿은 걸까? 누구에게나 꿈꾸는 세계가 존재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고즈넉한 눈세계 아이슬란드 피오르를 열망한다. 노이가 사는 바로 그곳.

 

 

 24위. 브로크백 마운틴

(미국, 감독 : 이안 / 출연 : 히스 레저제이크 질렌할·앤 헤서웨이)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멜로영화이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고독을 동반하고 짙은 그리움을 남긴다.
영화 마지막 에니스(히스 레저)가 자신의 셔츠로 감싸놓은 잭(제이크 질렌할)의 셔츠와 브로크백 마운틴 풍경엽서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가슴이 미어진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Jack. I swear.”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 없는 잭과 에니스, 잭은 세상을 떠났지만 사는 동안 오직 에니스만을 가슴에 품겠다는 그의 맹세는 애절하다.
엔딩에 흐르는 OST ‘He was a friend of mine'(윌리 넬슨, 원곡 밥 딜런) 와 ‘The maker makes’(루퍼스 웨인라이트)는 잭과 에니스를 이야기하듯 구슬프다.

 

 

 23위. 나쁜 교육 
(스페인,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 출연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펠레 마르티네즈)

 <나쁜 교육>은 욕망에 관한 보고서이다. 등장인물 네 남자의 파멸을 쫓고 있다. 한편으로 지독한 사랑으로 점철한 멜로물이다. 어느 날 28살 감독 엔리케(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는 어린 시절 신학교 친구였던 이나시오(펠레 마르티네즈)와 재회한다. 이나시오는 자신을 배우 앙헬(천사)이라고 소개했다. 앙헬은 어린 시절 신학교에 다닐 때 그들에게 '나쁜 교육'을 저지른 마놀로 신부를 주인공으로 정한 <방문객>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여기에는 신부를 향한 증오와 복수, 음모와 살인이 담겨있다. 이나시오(앙헬)는 왜 16년 만에 엔리케를 찾아왔을까? 시나리오에 쓴 이야기는 사실일까? 앙헬의 정체는 누구인가? 영화는 진실과 허구가 엇갈리며 등장인물은 각자가 쳐놓은 욕망의 굴레에 갇혀버린다. ps. 어린 이나시오가 부르는 ‘Moon River’는 지나치게 청량해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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