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박근령 친일 발언 관련 신문‧방송 보도에 대한 논평(2015.8.6)
대통령 동생의 친일 발언에도 침묵, 공영방송 도를 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씨가 일본의 동영상 포털사이트인 <니코니코>에 출연한 인터뷰 영상이 8월 4일 공개되었다. 박근령 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 씨는 100분 간의 인터뷰 중,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자꾸 일본만 타박하는 뉴스가 나가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고,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며 신사 참배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일왕과 일왕의 부인에 ‘천황폐하’, ‘황후폐하’라는 일본어 지칭을 그대로 쓰는 등 한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물론 국민 대다수의 정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열사들을 기리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종전 70년 담화를 앞둔 아베 일본 총리가 최소한 종전 50년의 무라야마 담화나 종전 60년의 고이즈미 담화 수준의 반성과 사죄를 담을 것인지 관심이 높다. 일제강점기 한국 여성에 대한 강제 동원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아베 총리의 태도를 볼 때 이번 담화 수위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이미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일본 미쓰비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전쟁포로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도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는 사과를 거부하여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도 높다.
이런 시기에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 일본의 언론 매체에 나와 이런 경악할만한 내용의 망언을 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은 물론 상대국인 일본 정부와 여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이다. 박 씨가 몰래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일본에서 인터뷰 후 귀국한 7월 30일, 김포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럼에도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언론은 매우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공영방송 KBS‧MBC 전혀 보도하지 않아
신문에서는 경향신문이 4건으로 그나마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고 동아일보가 2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각 한 건의 칼럼으로 박근령 씨 발언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1건에 그친 조선일보와 한겨레 역시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신문사 중 7월 30일 박근령 씨의 귀국 인터뷰 발언과 8월 4일 방영된 대담의 발언을 모두 보도한 언론은 경향신문 뿐이다.
방송에서는 공영 방송사인 KBS와 MBC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JTBC가 2건, SBS가 1건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박근령씨의 친일 망언이 언론의 무관심과 배제로 흐르고 있는 것은 박근령 씨 개인이 아무리 자유인이라 해도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앙일보와 KBS, MBC를 제외한 언론들은 보도에서 모두 박근령 씨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아일보의 칼럼 <횡설수설/박근령 리스크>(8/1)는 박 씨의 발언이 “한일관계 정상화 회담 당시 위안부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고 신사 참배는 일본이 A급 전범을 뒤늦게 합사해 문제가 됐다는 점에 무지한 발언”이라 꼬집었다. 친정부적 경향이 강한 TV조선도 <“논란 예상했다”…“대통령에 짐”>(7/30, 19번째, 이채현 기자)에서 “개인적으로야 무슨 생각을 해도 상관없지만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신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며 박 씨에게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일왕을 천황폐하라니…박근령이 창피”>(8/6, 8면, 윤희일‧심진용 기자)에서 “박씨의 발언은 상식적으로 이해가능한 수준도 안 된다”라는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의 말과 “박 씨가 한 말은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이 한 말 중에 가장 치욕적인 말”이라는 격앙된 네티즌 반응을 전했다.
이 와중에도 대통령과 선 긋기, 제 역할에 충실한 동아일보‧TV조선
박 씨의 발언에 대한 성난 여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아일보와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령 씨를 구분 지으며 대통령 감싸기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발언 논란>(7/31, 6면, 홍수영 기자)에서 “박 대통령도 역사를 다 알면서 통치자로서 반대파도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분들의 얘기를 대변한 것 같다”는 박근령 씨 망언을 두고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해 왔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TV조선은 아예 보도 제목부터 <대통령 자매 생각은 정반대>(8/5, 9번째, 강동원 기자)로 뽑은 후 보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종일관 일본의 전향적인 사과를 촉구해 왔습니다”라고 강조했다. TV조선은 여기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 번이나 보여주면서 애써 대통령과 그의 동생 사이에 선을 그었다. 한편 경향신문은 칼럼 <여적/대통령의 동생>(8/1)에서 “박근령 씨가 한국 대통령의 동생이 아니라면 일본 포털이 대담을 했을까. 일본인들은 그를 ‘개인’으로 바라볼까”라며 박근령 씨 발언을 ‘개인 일탈행위’로 규정한 청와대 입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근령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100분 내내 친일 망언을 이어가더니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고…”라며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매도하기까지 했다. “아버지가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고 해서, 그분(김재규)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다”며 신사참배를 옹호하는 장면에서는 군사독재의 이면에서 벌어진 자신의 가족사를 우리 민족 전체의 아픔과 동일시하는 상식 이하의 역사관을 드러냈다. 대통령 동생이 이러한 참담한 발언을 해 국민을 분노하게 했는데도 공영 방송이라는 KBS와 MBC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공영 방송을 계속 불신할 수밖에 없다. 정권과 대통령의 치부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 하는 공영방송의 행태는 군부독재정권에서 정권의 주구였던 공영방송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끝>
2015년 8월 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