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5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5.6.22)
5월 좋은 방송보도, 국정원의 경력판사 선발 개입 폭로한 SBS
좋은 방송보도, 국정원의 경력판사 선발 개입 폭로한 SBS
정치와 시민사회에 대해 중립을 지키고 국가 안보에 열중해야 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저지른 범죄행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의 민간인 사찰과 2012년 조직적인 대선 개입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월 24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을 일부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폭로해 국정원이 이명박 정권의 사주를 받아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었고 3월 19일 취임한 이병호 신임 국정원장은 “환골탈퇴‧창조적 파괴”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병호 국정원장은 군사독재와 공안통치의 상징인 안기부 제2차장 출신인데다, 2013년 10월에는 동아일보 기고에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인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국정원 개혁 요구를 일축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 가능성을 차단하는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그런 와중에 5월 26일, 국정원이 201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불법화를 추진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동조합의 탈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어서 SBS가 국정원의 경력 판사 선발 개입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신원조사 넘어선 사실상의 사상 검증 단독보도한 SBS
5월 26일, SBS는 <경력판사 지원했는데…국정원이 비밀 면접>(5/26, 박상진 기자)에서 경력 판사 지원자들을 비밀리에 면접해온 국정원 행태를 최초로 폭로했다. SBS가 취재한 A변호사는 2013년 경력 판사에 지원했고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의 요청에 따라 그를 만났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그 남성은 면담이 끝난 뒤 “국정원 접촉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난해도 이런 식의 비밀면접이 이어졌고 “일부 지원자에게 세월호 사건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물었고 노조 사건에 대한 SNS 활동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사실상 사상 검증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라며 꼬집었고 “권력에 독립적인 판사에 대해서 국정원이 뒷조사하는 것과 똑같다”는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사상 검증은 지난 2005년 인권위 권고에 따라 국정원 신원조사에서 제외된 항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 < SBS >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해명이라고 내놓은 법적 근거마저 스스로 위반한 국정원
국정원은 이 의혹에 대해 임용자 신원조사나 대면조사가 모두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국정원 직원이라 밝힌 남성이 분명 국정원 접촉 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당부한 정황으로 볼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해명이다. 국정원이 판사 지원자들에 대한 신원 조사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이다.
그런데 이어진 후속보도인 <임용 예정자 아닌 지원자 면접…규정 위반>(5/26, 18번째, 박원경 기자)에 의하면 국정원의 행태는 보안업무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해당 규정에 의하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알아보기 위한 신원 조사 대상자에는 “판사 신규 임용 예정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번에 드러난 비밀 면접 대상자는 “채용이 확정된 임용 예정자가 아니라 2배수 정도 되는 지원자”였던 것이다. 심지어 “면접조사를 받았던 경력판사 지원자들은 국정원의 조사가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고 한다. 한 지원자에 의하면 국정원 직원은 “이 정도면 (합격)되신 것 같다”는 말로 합격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어서 보도는 “지원자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조직적으로 면접을 해 온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며 국정원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사상 검증 정황을 고발했다. 국정원의 이런 행태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의 구성원을 임용함에 있어서 행정기관 소속인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삼권 분립 원칙에도 반하고 사법권 독립을 출발부터 침해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SBS는 국정원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법적 근거인 보안업무규정마저 스스로 어긴 것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SBS 단독, 경향‧한겨레‧JTBC만 보도
국정원이 판사 선발에 개입하여 지원자들에게 사상 검증을 가하는 일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당과 사회활동을 묻는 신원조사를 국정원이 한다는 규정 자체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동안 민간인 사찰, 대선개입, 노조파괴 시도 등 끊임없이 정권의 편에 서서 국민을 향한 공작을 펼친 국정원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지니는 심각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신원조사라는 명목으로 경력 판사 지원자들을 비밀리에 접촉하고, 심지어 사상 검증까지 벌이면서 판사 선발 당락에도 영향을 준 국정원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충격적인 사안에 대해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3개 신문사와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는 물론 지상파 공영방송인 KBS, MBC도 침묵했다. 주요 사안에서 친정부적 편향을 보여온 조중동과 TV조선, 채널A는 차치하더라도 KBS와 MBC라는 두 공영방송사의 침묵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현 공영방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경향신문, 한겨레, JTBC가 후속 보도를 했다. 경향신문은 2건, 한겨레는 3건으로 국정원의 경력판사 선발 개입과 사상검증 면접을 보도했다. 경향신문 <칼럼/국정원의 ‘헌법 파괴행위’>(5/28, 김정범 변호사)는 국정원의 행태에 대해 “국가나 국민에 대한 충성심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살펴 본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겨레는 <“‘국정원이 판사 선발에 개입’ 규정 삭제해야”>(5/28, 이경미 기자)에서 판사 임용 예정자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알아보기 위해 국가정보원장에 신원조사를 의뢰하도록 되어 있는 대법원 비밀보호규칙과 국정원 보안업무규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전했다. 방송사들 중 유일하게 관련 보도를 한 JTBC는 총 5건으로 이번 사안을 다뤘다. 특히 <좌우명‧주량까지…“불쾌한 면접” 증언>(5/28, 5번째, 김지아 기자)는 면접 대상자 42명을 모두 인터뷰하여 “신원진술서에는 직장경력과 같은 사항 뿐 아니라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활동 경험 등도 기입”하게 되어 있어 “법관을 뽑으면서 이런 신원조사를 왜 국정원이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전달했다.
민언련은 이처럼 타사의 구체적인 후속보도와 국정원에 대한 비판도 SBS의 문제제기로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정원의 비밀 면접을 단독으로 폭로하고 국정원의 거짓해명을 지적한 SBS ‘국정원의 불법적 경력판사 선발 개입’ 폭로 보도를 2015년 5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방송보도, 현영철 관련 TV조선 보도, SLBM 관련 채널A 보도
TV조선은 현영철 처형과 관련하여 그 보도량도 많았지만, 선정성과 폭력성, 공포감을 부각시키는 정도가 심각했다. 고사총 처형을 기정사실화하고 방송에 부적절한 IS의 포로 처형 영상까지 담아 북한의 공포정치를 선전하기에 바빴다.
채널A는 북한이 공개한 SLBM 발사 실험 사진에 대해 조작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이를 외면한 채 핵을 탑재한 잠수함이 3~4년 내에 전력화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조장했다.
지난 5월 8일, 조선중앙TV 등 북한매체들이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논란이 불거졌다. 5월 13일에는 국정원이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 처형되었다는 첩보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발표했다. 북한의 무력도발과 정치적 불안정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은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는 국정원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받아쓰기에 바빴고 심지어 정부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보도로 위기감을 증폭시키기까지 했다. 북한 관련 보도에 치중된 보도량도 과연 이들 방송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있는지 의심케 했다. 이미 개국 직후부터 ‘북한 뉴스’냐는 비아냥을 사온 두 종편은 성완종 게이트, 공무원 연금 개혁, 메르스 사태 등 중대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던 5월에도 북한 소식 전달에 열을 올린 것이다.
TV조선의 현영철 관련 보도, 이미 보도한 내용 반복 또 반복하여 국민을 우롱하는 수준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면 TV조선이 24건으로 가장 많고, 채널A가 21건을 보도했다. JTBC의 2건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도 지상파 중 가장 많이 보도한 KBS의 14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다.
특히 5월 19일 이후부터는 TV조선, 채널A, KBS 이외 방송에서는 관련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 이는 5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으로 반쪽짜리가 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성완종 게이트로부터 불거진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논란, 공무원 연금 개혁안 갈등, 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등 중대한 현안들이 그 시기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요한 뉴스가 많은 시기에도 TV조선, 채널A, KBS는 꾸준하게 북한 뉴스를 상품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보도를 한 TV조선에 이렇게 많은 양을 쏟아낼만한 새로운 뉴스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TV조선은 같은 내용을 여러 보도에서 반복한다. 먼저 4건의 보도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의 숙청 사례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면서 총살된 사람의 수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최측근들도 숙청…극에 달한 공포정치>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총살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명, 2014년 31명이고, 올해는 현재까지 일반주민을 포함해 15명”이라 하더니 <북 현영철 ‘김정은 방러 협상 실패’로 질책>에서도 “정보당국은 김정은 집권 이후 3년 반 동안 총살된 간부 수를 70으로 파악”했다며 같은 내용을 말만 바꿔 보도했다. 현영철 처형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 김정은의 방러 실패도 3건에서 반복되었다.
이런 식의 반복보도는 북한 정치 상황의 혼란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게 된다. 제목에 ‘공포정치’가 언급된 보도도 5건이었다. 이 중 <“북한 공포정치 경악”…옛 스승들 초청>가 눈여겨 볼만 하다.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며 박 대통령을 한껏 띄우더니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고 안팎에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는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애국심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스승의 날에 참석하여 북한의 공포정치를 언급하며 교육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안보관을 강조한 박 대통령이나 그를 ‘스승의 날에 참석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띄워준 TV조선이나 모두 그 수준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이렇게 북한의 숙청 사례나 규모, 그리고 공포정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보도는 사실상 여론을 적대와 공포로 몰아보려는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현영철 고사총 처형 단언한 TV조선
TV조선은 기본적인 보도의 근거마저 제시하지 않은 채 현영철 처형을 보도하기도 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과 고사총 처형은 5월 13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정원이 보고했다. 숙청 사실과 처형 여부 논란은 모두 국회에 보고된 국정원의 첩보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TV조선의 현영철 관련보도 24건 중 첩보의 출처를 밝힌 보도는 단 한 건도 없다. 취재원과 뉴스의 출처를 밝히는 일은 보도의 기본인데도 이마저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원마저 사실 여부를 확언하지 않은 고사총 처형까지 기정사실화했다. <대공화기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5/13, 서주민 기자)는 “국가정보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바로 이곳에서 고사총으로 공개처형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3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숙청된 지 열흘이 넘은 11일까지도 현영철이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점을 들어 처형 여부는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도 제대로 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은 재판…현영철은 사흘만에 처형>(5/13, 박소영 기자)는 “처형도 전격적으로 처리”됐다며 단정하더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권력중독을 넘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증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단정적 태도는 채널A도 마찬가지이다. 채널A <졸면 죽는다? 불경죄로 ‘본보기 처형’> (5/13, 이용환 기자)는 “말대꾸를 여러번 했고, 꾸벅꾸벅 졸았다”는게 처형의 이유라고 밝힌 뒤 “불경죄로만 즉각 총살을 집행했다는 건 김정은 폭압 통치가 그만큼 심화된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총살을 기정사실로 인정했다.
이는 JTBC와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JTBC<“북한군 2인자, 고사총 처형”>(5/13, 최종혁 기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소식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나왔습니다”며 출처를 확실히 밝혔고 <‘현영철 숙청’ 의문투성이>(5/13, 7번째, 안의근 기자)는 “일각에서는 지난달 말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국정원 보고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뒤집히면서 국정원이 다소 설익은 첩보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며 현영철이 이틀 전까지 북한 매체에 등장한 사실을 들어 의문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낭설임을 뻔히 알면서 잔인한 IS 포로 영상까지 보도한 TV조선
이미 현영철 처형 관련 첫 보도부터 확실하지도 않은 고사총 처형을 기정사실화했던 TV조선은 5월 22일 낭설임이 뻔한 현영철 처형 동영상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현영철 처형영상’ 알고 보니>(5/22, 7번째, 정원석 기자)는 “요즘 카카오톡 같은 걸로 북한 현영철 처형 장면이라는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습니다. 저도 받았는데, 끔찍합니다. 그런데, 고사포로 처형하는 사진은 맞지만 현영철을 처형하는 것은 아니고, 이슬람 무장세력 IS가 포로를 처형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현영철은 아닙니다만 북한이나 IS나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네요”라는 장난스러운 앵커의 멘트로 시작한 뒤 IS의 포로 처형 영상의 일부를 화면에 내보낸다. 이어서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검은 복면을 쓴 인물이 알라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고, 무릎 꿇은 포로에게 고사포를 발사”했다며 영상 내용을 설명한다. “비행기를 요격하는 고사포를 사람에게 쓰는 잔인한 처형수법은 북한과 IS가 동일합니다”하다며 거듭 고사총 처형을 확언하기도 한다. 스스로 이 동영상이 웹상에 떠도는 낭설임을 인지하고도 굳이 잔인한 영상의 일부를 화면에 노출시키고 마치 그것이 현영철 처형과 같은 방식인 것처럼 선정적인 묘사를 보도하는 것은 공영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사명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태이다. 이 영상은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통틀어 TV조선에서만 보도했다.
△ < TV조선 > ‘북 현영철 처형 영상’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북한 SLBM 발사 실험 성공보도, KBS와 채널A가 가장 많아
5월 8일 북한 매체는 SLBM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사가 비중있게 보도했지만, 특히 KBS와 채널A가 많이 보도했다.
KBS의 경우 북한 관련 두 사안의 보도량 총계가 27건으로 TV조선 및 채널A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보도내용에서는 TV조선과 채널A에 비해서 처형 사실을 단언하지 않았고, SLBM 발사를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했다는 의혹을 균형 있게 보도하였다. 그러나 KBS의 북한관련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그만큼 국내 주요 이슈에 소홀한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보인다. 한편 TV조선은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에서는 가장 많은 보도량을 나타냈지만 SLBM 발사 실험 보도는 6건에 그쳤다. TV조선은 5월 26까지 4일간 무려 20건의 보도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과 관련하여 노건호씨 정계 진출설, 추도사 작성 배후설, 친노 대 비노의 갈등 폭발 등을 집중 보도하느라 SLBM 발사 실험 보도에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TV조선은 꾸준히 세대 분열을 조장하며 여야의 합의안을 폄훼했던 공무원 연금 개혁안 보도에 치중하기도 했다.
채널A, 북한 기술 수준 극찬하기에 바빠
채널A의 SLBM 발사 실험 관련 보도가 나쁜 보도로 선정된 이유는 많은 보도량과 함께 내용의 문제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채널A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조작 가능성을 앞장서서 일축하며 성공의 증거를 포착했다는 내용을 방송사 중 유일하게 내놨다.
채널A는 심지어 SLBM의 핵 탑재 예상 기한을 우리 군의 예측보다 더 빠른 3~4년을 예상하는 분석을 전문가와의 대담 형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채널A <‘SLBM증거’ 포착…엄포 아니었다>(5/26, 김성진 기자)는 미국 내에서 제기되어 꾸준히 논란이 된 ‘모의탄 발사설’,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 발사설’ 등 북한의 조작 의혹을 단번에 일축했다. 잠수함이 잠항할 때만 보이는 수평타가 사진에서 보이고 함교의 수직 발사관을 열고 미사일 셀을 크레인으로 옮기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되는 등 “북한의 수중 미사일이 엄포나 조작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것이다.
△ < 채널A > ‘북 SLBM 증거 포착’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런 확신은 <“바지선서 쐈다” VS "잠수함서 쐈다“>(5/13, 정동연 기자)에서 “북한이 발사 실험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한 뒤에야 SLBM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 했던 이전의 보도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확신 보도를 한 바로 다음날 채널A는 <북 SLBM 발사 영상 짜집기 조작>(5/27, 손효주 기자)에서 “척 봐도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데요”라며 북한이 발사 실험 동영상이라 공개한 짜집기 영상을 보도해야 했다. 스스로의 확신이 하루만에 뒤집힌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과의 대담으로 이뤄진 <北, 동해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 발사>(5/9)에서는 양욱 위원이 북한의 SLBM으로 인해 “미군이 상륙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전시상황을 묘사하더니 SLBM과 관련 없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연대를 설명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역시 대담형식의 보도인 <[북한은 지금]“SLBM 장착 北 잠수함 단 1척”…위협 어느정도?>(5/11)에서 “저는 길어도 3~4년이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군이 4~5년으로 예상한 북한의 핵 탑재 잠수함 기술 개발을 1년 앞당기는 발언을 했다. 7분여의 시간동안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이렇게 전쟁 위협에 가까운 설명과 북한 군사력을 과대 해석하는 분석을 장황하게 내놓는 그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현영철 관련 보도에서 TV조선이 그랬듯이 사실 관계 검증까지 외면하면서 국민들을 공포와 적대로 몰아넣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JTBC는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에서도 처형 진위 여부를 조목조목 따져봤듯이 SLBM에 대해서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JTBC <미 전문가 “바지선서 발사”>(5/13, 이주찬 기자)는 북한의 SLBM이 바지선에서 이뤄졌다는 미 전문가의 주장을 보도하고 “군 당국은 북한의 잠수함 기술수준 등과 관련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소개했다. <논란의 ‘북 SLBM’ 개발 수준은?>(5/13)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실험이 발사 단계가 아닌 사출 단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자기네의 어떤 새로운 억지력 또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다는 이러한 어떤 군사무기의 하나의 국제정치적인 효과를 노리는 다른 목적”이 북한에게 있다는 거시적 관점의 평가도 내놓았다. 무조건 북한의 실험을 성공이라 확정하기 바빴던 채널A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확실하지 않은 고사총 처형 첩보를 확실시한 TV조선과 실험 동영상도 공개되기 전에 직접 실험 성공의 증거까지 제시한 채널A의 태도는 흡사 김정은의 확고한 통치력과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북한 매체와 닮아있다. 이런 비합리적인 보도의 목적이 국민의 관점을 왜곡시키는 것이든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이든 이미 공영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은 매한가지이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 ‘북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와 채널A의 ‘SLBM 발사 실험’ 관련 보도를 2015년 5월 ‘이 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5년 6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