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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앵커, 자살보도 권고와 방송심의규정도 모르나(김언경)
등록 2015.05.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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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성완종 보도 속 자살보도 문제

채널A 앵커, 자살보도 권고와 방송심의규정도 모르나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하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 관련 언론보도가 본질을 회피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 사안과 관련되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자살 관련한 보도태도이다. 


자살 방법(도구, 장소)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절대 하지 말아야 보도!

언론보도는 자살예방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준다. 2004년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가 만든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는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무분별한 자살 관련 보도가 자살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결정적인 촉발의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우리 언론은 유명인의 자살이 있을 때마다 선정적인 흥미위주의 보도를 무분별하게 남발했다. 이에 2013년에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라는 개정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는 자살관련해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구분되어 있는데, 그중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자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이다. 자살 방법에 대한 묘사는 자살 수단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이 있으며, 자살 시도자에게 효과적인 자살 방법을 교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살 장소도 밝히지 말라고 권유한다. 자살 보도에서 특정 장소를 명시하면 그 장소에 대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고, 그 장소에 접근하기 쉬운 사람들이 그곳에서 자살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심의에 대한 규정’도 제 38조의 2(자살묘사)에서 자살의 수단,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말 것과 자살자 및 유족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말 것 등 구체적인 금지사항을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언론보도에서는 이러한 권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성 전 회장은 물론 기존 자살자에 대한 자살묘사 도를 넘어서

최근 성 전 회장 죽음에 대한 보도에서도 이런 문제는 두드러졌다. 성 회장의 죽음이 전해진 4월 9일 당일 저녁 방송보도와 다음날 아침 신문을 보면, 성 회장의 자살 방식은 물론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죽음을 선택한 다른 이들의 자살방식까지 보도하고 있다. 먼저 4월 9일 MBC, TV조선, 채널A가 저녁종합뉴스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안동현 과학수사계장의 브리핑 내용을 전달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의 보도를 다시 글로 옮기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도행태를 지적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묘사를 피할 수 없다. 


△ 4월 9일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채널A는 “◯◯에 ◯◯◯를 묶고 목을 맨 상태. 고개는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다리가 지면에 닿아있었는데 전형적인 목맴사를 보이면서 사망했습니다”(<“비공개 내용 있다”… 리스트 있나>), TV조선은 “처음에 발견됐을 때 사체가 ◯◯에 ◯◯◯를 묶고 목을 맨 상태로”(<“억울함 밝히려 선택”…나무에 목 매>), MBC는 “◯◯에 ◯◯◯를 묶고 목을 맨 상태로 고개는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었고요”<성완종 전 회장 숨진 채 발견>(4/9)라는 브리핑 발언을 그대로 들려줬다. 어린이와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이처럼 충격적인 묘사를 하는 브리핑을 그대로 담는 것 자체가 부주의한 보도태도이다. 

다음날인 4월 10일 9개 종합일간지 중에서 구체적으로 자살 도구를 언급한 보도는 조중동과 한국일보였다. 특히 동아일보는 “짙은 푸른색”, 중앙일보는 “2m 높이의 나뭇가지에 ◯◯◯를” 등으로 쓸데없이 상세한 내용을 묘사했다. 

검찰 조사 중 자살을 선택했던 기존 인물들에 대해 보도하는 방식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무리한 검찰수사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이 사안을 보도할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KBS와 TV조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한강 투신, 사옥에서 투신 등의 자살 방법을 언급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채널A <검찰 조사 뒤 자살한 인물들 누구?>(4/9) 보도였다.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보도에서 황순욱 문화과학부 차장이 “1998년 북풍사건을 주도했던 혐의로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할복자살을 시도했습니다”라고 말하자 박상규 앵커가 “◯◯◯로 배를 그었죠?”라고 대응했다. 고 남상국 회장 관련해서도 “현재 한남대교 있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라는 자막을 싣는가 하면, 안상영 부산시장 관련해서도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에 ◯◯◯에 목을 매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명백하게 방송심의 규정과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어긴 것이다. 


방심위의 강력한 심의와 언론인 교육으로 당장 해결해야

한편 최근 세월호 희생자의 유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에도, YTN이 성급하게 단원고 학생의 실명과 자살자의 이름까지 공개하여 물의를 빚었다. 사실 언론보도와 관련해서 많은 가이드라인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백한 것이 자살관련 가이드라인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기본적인 내용조차 지키지 못하는 언론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안을 개선하기 위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살 관련 보도에 대해 엄중하게 심의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소속 언론인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데스킹 과정에서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