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이제 언론광고를 감시해야 할 때
등록 2015.04.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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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언론광고를 감시해야 할 때  


이용성 이사(한서대 교수)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다. 1년이 지났지만 분노와 슬픔은 여전하다. 세월호 참사를 잊을 수 없는 것은 당시에 느낀 처절한 무력감 때문이다. 여객선이 침몰하는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모두 시청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4월 22일 정부가 세월호를 9월부터 인양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국가의 신뢰와 공공성, 참사의 진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모두 인양되기 바란다.

 

약탈적이고 탈법적인 광고엽업…언론에 대한 신뢰 무너뜨려

세월호 참사 당시 기자들은 ‘기레기’라고 치욕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또다시 기자와 언론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언론운동의 중요 의제가 된 종합편성채널의 광고영업 일지 공개 사건이다. MBN 미디어렙에서 유출된 광고영업 업무일지가 <선데이저널>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그동안 우려했던 종합편성채널의 약탈적이고 탈법적인 광고영업 행위의 일면이 드러났다. 

이러한 광고영업 행위에 대해 한 언론은 “보도와 기사를 광고와 협찬의 도구로 삼거나 카메라 렌즈를 영업수단으로 동원한다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미디어 광고시장에 무리하게 진입한 종합편성채널이 선택할 수 있는 광고영업 방식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종편은 일간신문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기득권 언론이며, 말이 자회사이지 사실상 한 통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사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온갖 방안을 다 강구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불법 탈법적인 내용이 있어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 MBN 영업일지에서 문제로 드러난 광고영업행태는 결코 MBN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제한된 광고시장에 매체가 늘어나면 약탈적이고 탈법적인 광고협찬 전쟁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를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정책과 제도로 조정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기자 동원한 광고영업, 기자를 '기레기'로 만드는 일

업무일지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자를 광고영업을 위해 동원하는 사례이다. 이는 뉴스의 공정성과 객관성,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모두 저해하고 기자를 다시 기레기로 만드는 일이다.  

지난해 공개된 한 지역신문의 사례에서 기자를 동원한 광고영업 행위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신문의 광고매출 중 80% 이상을 기자가 담당하였고 인센티브 지급 기준에 의해 광고를 수주한 기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받도록 되어 있는 내용도 공개 되었다. 해당 신문은 이러한 상황은 일반적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역신문 기자만 광고영업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광고영업 일지가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방송도 그동안 광고시장 여건이 상대적으로 괜찮아서 그런 것이지 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의 경우,수천억원 규모가 된 협찬이 사실상 광고의 우회로이자 탈법의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광고 의존도가 높아지면 저널리즘 흔들려 

언론의 광고 의존도가 높아지면 저널리즘의 독립성,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뉴스프로그램과 기자가 광고영업행위의 수단이 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송은 미디어렙 제도를 만든 것이다. 지역신문개혁운동은 지역자치단체의 홍보(광고) 예산 집행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도록 요구하고 기자의 광고영업행위를 감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디어렙 제도 등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방송과 광고를 분리한다는 미디어렙 제도의 목적이 무력화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개혁운동도 지역신문법에 의한 지원제도를 성과를 남겼을 뿐, 정체상태에 있다. 


이번 종편 광고영업 일지 공개를 계기로 방송광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활동과 방송광고영업 모니터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다.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기회에 시민언론운동이 언론광고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저널리즘과 언론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