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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위 파행 관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5.0401)
등록 2015.04.01 19:32
조회 702

 

 

세월호 특위 무력화시키는 정부행태 방관하는 보수신문과 KBS

 

 

정부가 27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조직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위)’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시행령 내용은 진상규명국을 축소시키고 정원을 대폭 줄이는 수준이다. 정부 시행령 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주요 업무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게 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각 부처 및 담당자간 소통 부재 등으로 빚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공무원은 특위의 1차 조사대상이다. 그런데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을 보면, 각 소위원회 위원장이 해야 할 기획조정 업무를 공무원 조직이 담당하도록 했다. 조사 지휘 및 종합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과 진상규명 업무 최일선에 나서는 조사1과장도 정부안에 따르면 공무원이 맡게 된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30일 광화문 광장에서 416시간 농성에 들어갔고, 특위는 30일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특위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해 유가족이 다시 거리에서 농성을 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민언련이 특위 관련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 특위 내부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에 대해서 한겨레·경향신문만 비판 보도했고, 조중동과 방송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정부의 시행령의 문제점과 유가족과 특위의 대응 등에 대해서는 한겨레·경향신문과 MBC·SBS·JTBC만 보도했다. 보수언론은 ‘특위 내부문건 당·정·청 유출사건’과 ‘특별법 정부안이 촉발한 특위 파행사태’에 대해서 침묵함으로써 세월호 특위 파행을 사실상 방조한 셈이다. 

 

특위 내부문건 ‘당·정·청’ 유출 사건, 조중동과 방송사 모두 외면 

3월 23일에 특위 내부 문건이 특위 파견 공무원에 의해 청와대와 경찰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유출된 문건은 특위 지원단과 상임·비상임위원에게 배포돼온 ‘주간업무보고’로, 한 주간 특위 활동이 일자·시간별로 정리돼 있고 다음주 계획까지 기록돼 있었다. 특별법 제41조 “위원회 직원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거나 직무수행 이외 목적을 위해 이용해선 안된다”고 규정되어있다. 따라서 이는 법률을 위반한 사안이었지만, 문건 유출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위 파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내부자료를 보고한 정황을 보도한 언론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뿐이었다 조중동과 방송보도는 전무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이석태 특위위원장의 관련 기자회견(23일) 이튿날인 24일부터 양일간 ‘특위 내부문건 당·정·청 유출사건’을 보도했다. 경향은 일반기사 2건, 사설 1건으로 총 3건을 보도했고, 한겨레는 일반기사와 사설을 각각 1건씩 실어 총 2건 보도했다. 양 사 모두 24일 ‘특위 문건유출 사건’ 내용을 1면에 배치했다.

 

 

문건 유출 정황을 상세히 보도한 경향·한겨레

경향신문은 <세월호 특위 내부자료 밖으로 줄줄>(3/24)에서 문건유출 사건 경위를 전하며 “정부와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생명으로 하는 특위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행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진 <시행령 제정 등 파행 , 1주기 전 출범 어려워>(3/24)에서는 지난 1월에 있었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세금도둑”발언도 파견 공무원 조작·유출한 허위문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설/정부 여당은 세월호특위 방해 책동 그만둬야>(3/25)에선 “정부의 비협조로 특위 활동이 지연되고 있는 터에 이런 사태까지 벌어지다니 개탄스럽다. 엄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이석태 특위위원장의 발언과 주장을 중심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이석태 “세월호 특위 축소땐 중대결단”>(3/24)에선 문건유출 사건을 언급한 뒤 “정식 출범을 못 하고 있는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3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특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련의 사태를 대통령에게 알리고,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한다”는 이석태 위원장의 발언을 실었다. <사설/특위 위원장을 분노케 한 정부의 ‘세월호 태업’>(3/25)에서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훼방하는 정부의 행태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특위의 정식 출범을 한없이 늦추고,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려 드는가 하면, 파견 공무원을 통해 특위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엇이 두렵고 켕기기에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행령 문제점과 특위 파행을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와 JTBC 

한편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문제점과 특위 파행’을 가장 주요하게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와 JTBC였다. 신문은 한겨레가 관련내용을 총 7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다. 이 중 일반기사가 4건, 의견기사는 3건이었고, 1면배치 기사는 2건이었다. 경향신문은 일반기사 2건, 의견기사 1건 등 총 3건의 기사를 보도했고, 조선일보도 일반기사 1건을 실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보도가 없었다.

 

 

방송 보도에서는 JTBC가 30일 3꼭지로 관련내용을 전했고 SBS가 1꼭지 보도했다. 그나마 MBC도 단신 1꼭지를 보도했는데 정작 KBS는 관련내용을 단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TV조선·채널A 역시 시행령 정부안이 촉발한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 유가족 광화문 ‘416시간 농성’돌입 사실 보도해

한겨레는 <세월호 유가족들 광화문서 ‘416시간 농성’ 돌입>(3/31)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한 사실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위 기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며 30일부터 새달 16일까지 ‘416시간 연속 농성’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한 매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4월4일 ‘안산->광화문 도보행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정부 조사자료 분석해 원인규명?’ 애매한 시행령 표현 지적한 경향·JTBC 

경향신문은 <세월호 특위 시행령, 진상규명 부서 줄이고…홍보 부서는 격상>(3/28)에서 “시행령의 모호한 표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시행령 안에서 진상규명국 역할을 ‘세월호참사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라고 명시했다. 해석에 따라 진상규명과는 정부조사 결과만을 토대로 원인규명 작업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JTBC도 <[인터뷰]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조사 대상 공무원이 조사 주체로…문제”>(3/30)에서 “특별법에 의하면 우선 진상규명 면에서 4·16 참사의 원인규명을 하라고 일반적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지금 정부안을 보면 우선 정부조사 결과가 조사자료를 먼저 말하자면 검토하고 그리고 관련 조사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건 취지에 어긋나게 진상규명을 제한하고 있는거죠”라고 말한 내용을 전했다. 앞서 앵커는 “위원회 진상조사 규명 대상을 정부가 한정시켜 놓은 것에 대해서도 지금 굉장히 반대를 하고 계신 거죠?”라고 질문했다.

 

한겨레·경향·JTBC는 독립성 훼손 우려입장 전달 

한겨레는 <사설/세월호 특위를 ‘관제 조직’ 으로 만들 셈인가>(3/28)에서 “시행령의 문제점은 단지 정원과 조직의 축소에 그치지 않는다. 특위의 특성상 인적 구성은 민간인 비율이 공무원보다 많은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시행령에는 민간인과 공무원의 비율이 48명 대 42명으로 엇비슷하게 맞췄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입김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실장을 맡게 될 기획조정실에서 진상규명과 피해자 기원대책 점검 등의 업무 전반을 ‘기획·조정’하게 만들었다.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에게 실질적인 힘을 주어서 특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교묘한 발상이 시행령 전반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다시 만들라>(3/31)에서 정부안의 공무원 확대편성 및 조사권한 강화 내용을 설명한 뒤 “특위의 1차 조사대상이 공무원인데, 그 공무원들에게 ‘칼자루’를 쥐어준 격이다. 이것이야말로 ‘자력구제’의 결정판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JTBC는 <[인터뷰]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조사 대상 공무원이 조사 주체로…문제">(3/30)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저희는 조사 대상자로 봐야 될 공무원들이 저희 위원회 주요 직책을 맡으면서… 내용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데 이어 앵커가 “공무원이 그러면 조사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조사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문제의 핵심을 정리했다. 

 

세월호 가족에게 폭력적인 이미지 덧입힌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청와대로 행진하던 세월호 가족協, 경찰과 충돌>(3/31)에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4·16세월호가족협의회 회원 100여명이 30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제목과 기사 첫 문단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일보가 부각해 보도한 내용은 ‘폭력적인 세월호 가족’이었다. 기사의 소제목은 ‘의경 폭행 유가족 등 셋 연행’이었다. 12면 왼쪽 하단에 작은 박스기사 처리된 해당 기사는 청와대로 가던 세월호 가족들이 맞고 때린 내용들로만 구성됐다. 세월호 가족들이 정부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긴 했으나 그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시행령 철회 주장만 단신 처리한 MBC, ‘떼쓰는 특위’ 왜곡된 인상 줄까 우려돼 

단신인 MBC 보도도 문제이다. MBC는 <세월호 특조위원장, 대통령 면담 요청>(3/29)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사실을 전달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 안은 특조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하고, 특조위를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말한 내용도 함께 전했다. 그러나 조직·인원·예산을 대폭 축소한 정부 시행령의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선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석태 위원장의 발언만으로 구성한 ‘단신 보도’였으나 발언 이유에 대해선 함구했기 때문에 오히려 ‘떼쓰는 세월호 특위’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낼 가능성만 높았다. 

 

‘특위와 정부의 의견차이’로 규정하며 기계적 전달에 그친 SBS

SBS는 <세월호 특위 ‘삐걱’..예산·조직 갈등>(3/29)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에 의하면 특조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사무 지원에 그쳐야 할 사무처 공무원이 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내용을 전했다. 이어 특위안과 정부안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한 뒤 정부안에 대해 “진상규명 활동을 민간인 중심의 소위원회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기자는 “갈등의 핵심은 위원회 직제를 둘러싼 의견차이입니다”라고 멘트하면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의견 차이”정도로 규정했다. SBS는 특위의 ‘관제 조직화’와 ‘독립성 훼손’을 우려한 타 언론사들과 달리 양측 의견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친 보도였다. <끝>

 

 

2015년 4월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