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2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 (2015.03.23)
등록 2015.03.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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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좋은 신문보도, 국정원의 언론공작 사실을 폭로한 경향신문


민언련이 2015년 2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좋은 신문보도, ‘노무현 수사’과정의 국정원 언론공작 사실을 알린 경향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다음날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부인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 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후 언론은 그야말로 벌떼처럼 달려들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흠집내기 위한 대서특필을 냈고, 열흘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집권 2년차였던 이명박 정부는 ‘촛불 집회’ 등으로 레임덕 위기를 맞아 국면전환용으로 ‘전 정부 흠집내기’에 골몰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집중 수사하던 검찰은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루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는 사실상 ‘노무현 수사’로 방향을 틀었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논두렁 시계’ 보도는 국정원이 조작하고 왜곡한 ‘언론 플레이’

경향신문은 2월25일부터 27일까지 삼일 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불거진 이른바 ‘논두렁 시계’ 진술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해 언론에 흘린 것”이라는 내용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에 기초했다. 



경향은 <이인규 “국정원, 노무현 수사 내용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2/25, 1면, 홍재원‧곽희양‧이효상 기자)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 전 부장은 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이고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북치고, 국정원 장구치고…‘노무현 망신주기’ 안간힘>(2/26, 2면, 홍재원‧곽희양 기자)에서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되 시계 얘기는 흘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이인규 전 부장이 제안을 거부했는데도 언론에서 ‘논두렁 시계’ 보도가 나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경향은 <사설/국정원이 ‘논두렁 시계’ 언론보도 조작했다니>(2/26)에서 이와 같은 국정원의 행보에 대해 “국정원이 전직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정치 공작 차원에서 검찰 수사 내용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했다는 얘기다.…조직적 범죄 성격이었음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언론 공작을 기정사실화해 대서특필했던 원색적 언론보도 비판

 경향신문은 <원세훈 때 ‘노무현 죽이기’…“국정원 행태, 빨대 아닌 공작 수준”>(2/25, 2면, 홍재원‧곽희양‧이효상 기자)에서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화 해 원색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행태도 비판했다. 보도는 “명품시계 보도가 등장한 것은 2009년 4월 22일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날이다. …하지만 ‘논두렁’에 대한 진술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언론이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를 한 이후 원색적인 후속보도를 이어갔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보도는 “이후 한 신문사는 명품시계의 브랜드와 사진을 실어 보도”했고 한 방송사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제목으로 “권 여사가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검찰 북치고, 국정원 장구치고…‘노무현 망신주기’ 안간힘>(2/26, 2면, 홍재원‧곽희양 기자)에서는 국정원이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책임감이 떨어지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이용해 권력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국정원이 상징적이고도 쉬운 단어를 붙여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네이밍(이름 붙이기)’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논두렁’ 얘기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누리꾼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지금까지도 ‘논두렁’은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각인돼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 가능성>(2/27, 4면, 이효상 기자)에서는 “(‘논두렁’과 관련해) 국정원이 자극적으로 과장을 한 것은 인정되나 국정원이 제공한 정보를 보도한 언론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MB를 향한 국정원과 검찰간의 충성경쟁이 초래한 ‘노무현 수사’의 비극적 결말 

경향신문은 27일자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정원과 검찰간의 충성경쟁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경향은 <“국정원 직원과 검사, 멱살잡이했다”>(2/27, 1면, 홍재원 기자)에서 2009년 노무현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 구속에 방점을 둔 겸찰과, 불구속 기소하는 대신 여론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 국정원이 충돌”해 몸싸움까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검찰 “노무현 구속” 국정원 “망신만”…MB 향해 ‘충성경쟁’>(2/27, 4면, 홍재원 기자)에선 “양측 모두 MB에 ‘진흙탕 충성 경쟁’을 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경향은 “양측의 대립에는 MB를 향한 두 기관의 알력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집권 초기였던 이 무렵 촛불 집회 등으로 이명박 정부가 궁지에 몰리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 전환 카드가 필요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은 다분히 이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그러나 원세훈 원장이 이끌던 국정원은 여론 역풍은 피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관심을 뒀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의 ‘국정원 노무현 수사 관련 언론플레이 정황’ 보도는 국정원의 언론공작 사실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해당 보도의 영향으로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 점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보도의 제보자가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라는 점에서 제보한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이 전 부장의 인터뷰 내용 외에도 자체 취재를 통해 ‘노무현 수사’가 ‘MB를 향한 국정원과 검찰 간 충성경쟁이 초래한 비극’이었음을 드러냈다. 또한 ‘노무현 수사’ 및 그의 비극적 죽음은 주요 사안을 심층‧분석보도하기 보다는 현상을 단편적이고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에만 골몰한 한국 언론의 병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임을 부각시켰다. 이에 민언련은 경향신문 ‘국정원 노무현 수사 관련 언론플레이 정황’ 관련기사 10건을 2015년 2월 ‘이 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보도, 월성원전 1호기 안전성 무시하고 경제성만 강조한 조선일보


안전성 논란이 일었던 월성원전 1호기의 재가동이 결정됐다. 제35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월27일 새벽 1시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 계속 운전)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설계수명 30년이 다해 3년째 가동이 중단됐던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다시 발전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둘러싼 쟁점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여당추천 위원 7인이 졸속으로 표결해 버렸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안전성 논란은 그대로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 결정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안전성 문제다. 월성 1호기는 캐나다의 캔두형 원전이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방사능 물질의 원자로 건물 밖 누출을 줄여주는 캐나다의 최신기술기준 R-7 적용·활용해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월성 1호기는 R-7적용 및 설비시설 정비가 생략된 채 수명연장이 결정됐다. 둘째,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 원안위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해 ‘주민 의견 수렴을 규정한 개정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원안위가 회의 과정에서 관련 자료 검토 및 질의응답 절차가 무시됐고, 빠른 표결에만 골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셋째, 정부‧여당 인사 중심인 원안위 구성 문제다. 원안위는 정부추천 위원장 등 위원 5인, 여당추천 위원 2인과 야당추천 위원 2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돼 있어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표결 당일인 27일에도 야당추천 위원 2인은 안전성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회의장을 퇴장했으나 정족수 5인을 훌쩍 넘는 정부·여당추천 위원 7인이 표결을 강행해 월성 1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안전해…재가동 환영

조선일보는 월성 1호기 재가동에 관련해 5건의 기사를 실어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월성 原電 1호기 10년 수명 연장 전격 결정>(2/27, 1면, 이영완 기자)에서 “당초 수명연장은 기술적으로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동일본 원전 사고 이후 극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까지 보강하느라 난항을 겪었다”고 전했다. “기술적으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월성 1호 ‘안전성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이다. ‘월성 1호기는 안전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10년內 원전 6基 만기…수명연장 논란 계속될 듯>(2/28, 6면, 이인열‧김승범 기자)에서도 이어졌다. 조선은 “지난 5년간 엄격한 안전성 심사를 받아왔으며 핵심 설비도 대폭 교체했다”는 한수원 조석 사장의 발언을 싣는 등 “가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한수원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오히려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방폐장이 없다는 것을 걱정하며 “고준위 방폐장 설립 등 향후 폐로에 대비한 준비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안전성 검토보다 경제적 손실만 따지고, 안전성 논란은 정치 문제로 호도해

조선일보는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이 늦어진 바람에 경제적 손실만 키웠다’는 논리를 폈다. <월성原電 1호기 가동 연장 결정 5년 끌면서 경제적 손실만 키워>(2/28, 1면, 박건형 기자)에서 “월성 1호기는 하루 평균 6억7000만 원어치의 전력을 생산했다. 하지만 재가동 심사가 늦어져 2년 3개월간 멈춰있는 바람에 5000여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또한 <美는 수명 끝나기 12년 前부터 연장여부 논의…경제손실 최소화 원안委 위원 전문성 부족…일부는 회의를 原電법규 배우는 데 허비>(2/28, 6면, 박건형 기자)에선 원안위원들 중 다수가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평하고, 전문성 부족 문제도 경제적 손실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했다. <사설/‘원전 安全’ 판단하는데 왜 與野로 갈리나>(2/28)에서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터진 후 심사 절차를 질질 끌어오면서 설계 수명 만료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못 냈다. 그 기간 발전 단가가 비싼 다른 발전 방식으로 전력 공급을 대체하는 바람에 막대한 경제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美는 수명 끝나기 12년 前부터 연장여부 논의…경제손실 최소화 원안委 위원 전문성 부족…일부는 회의를 原電법규 배우는 데 허비>(2/28, 6면, 박건형 기자)에서 “야당 관계자는 “원전 문제는 문재인 당대표가 직접 나서 책임을 추궁하고 대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월성 1호기 재가동이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사설/‘원전 安全’ 판단하는데 왜 與野로 갈리나>(2/28)에선 “‘정부·여당 추천 7명은 찬성, 야당 추천 2명은 퇴장’ 이라는 결과는 이 나라에선 무슨 쟁점이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는 걸 보여준다. 이거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아냥 거렸다. 


이와 같은 조선일보의 월성 1호기 재가동 관련 보도태도는 중앙일보가 <사설/원전 재가동의 잣대는 오직 안전이다>(2/28)에서 “정부와 해당기관은 재가동에 앞서 월성 1호기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의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원자력의 두 얼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 것과도 크게 비교된다. 동아일보도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 관련 내용을 사실 중심으로만 전달했다. 



정부 편들기에 뒤로 밀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은 정부·여당 편파적인 원안위원들이 ‘안전성’ 논란을 끝맺지도 못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표결한 ‘사건’이다. 표결에 거부한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동국대 의대 교수)은 28일 한겨레 <칼럼/원안위, 자료 읽을 시간도 없이 표결했다>에서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수명연장이 결정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리원전 1호기’ 재수명 연장을 안 하기로 결정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이 강행된 것을 두고 “이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 핵사고는 국가의 존망을 가를 중대 사안이다…원안위의 독립 없이 제대로 된 원자력 규제는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원전 안전성 문제를 터부시하고, 경제적 손실만 부각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했다. 또한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된 점에 대해선 침묵한 채 정부·여당의 주장만을 무비판적으로 나열하며 편파보도했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월성 1호기 재가동 환영’ 관련기사 5건을 2015년 2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2015년 3월 23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