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언론의 부패는 모든 부패를 자유롭게 한다 (이완기)
등록 2015.02.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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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부패는 모든 부패를 자유롭게 한다 

[언론포커스] 언론인 포함, 김영란법 취지에 맞다 




이완기 민언련 상임대표 


<한겨레> 2월 17일 19면 보도 갈무리

김영란법이 위험하다. 지난 1월 12일에 정무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김영란법이 위헌 여부 등 법리논쟁에 휘말려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더 큰 문제는 법리논쟁으로 법의 핵심 내용이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어 김영란법이 자칫 종이호랑이가 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적용 대상에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된 때문이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적폐가 드러날 때마다 언론은 김영란법 처리에 소극적인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해왔지만, 언론이 이 법안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일부 언론직능단체가 이 법의 언론인 적용에 반대하면서 정치권의 언론 눈치 보기가 시작되었고, 일부 언론 또한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법사위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되었다. 23일에 열린 법사위 공청회에 참여한 진술인들은 대체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들이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에 우려를 표명했고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소수에 불과했다. 여야 법사위원들은 김영란법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지만, 속내는 달랐다. 법안의 시시콜콜한 문제들을 심각한 문재인 양 지적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법사위는 공청회 이전에 이미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자체 검토안을 공개했고 공청회를 통해 확인받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무위 공청회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오면서 문제투성이 법안이 되어버린 이런 상황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김영란법에 딴죽 거는 논리들 


정무위가 여야 합의로 만든 김영란법에 대해 법사위가 법리적인 딴죽을 거는 주된 논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언론계 일각의 우선적인 논거는 “윤리의 영역을 왜 법으로 강제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강령이 제정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자율정화는 공허한 약속이 되고 말았고, 윤리강령은 언론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공공기관마다 달고 있는 빛바랜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법과 윤리에는 영역을 구분할 특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그것은 윤리의 영역으로 남아도 좋다. 하지만 윤리가 잘 지켜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때 인간사회는 법적 강제력을 필요로 한다. 


본래 적용대상이 공무원으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왜 민간영역인 언론이 포함되었느냐는 주장 또한 위헌시비와 과잉입법을 불러일으키는 논란의 한 축이다. 그러나 이는 애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도 공직 유관단체의 민간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 왜곡이다. 나아가, 적용 대상을 공무원 또는 민간인 따위의 신분으로 나눠 공무원은 넣고 민간인은 빼야 한다는 논리는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김영란법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공무원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요 어머니인 민간인일 뿐이다. 부패는 권력에 기생한다는 점에서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우선순위는 사회적 권력의 크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제4부인 언론은 앞쪽에 있어야 한다. 


행위의 구성요건이나 예외사유에 대한 일의적 판단이 어려워 형법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은 의미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적용대상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로 그 때문에 언론인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적용 대상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며, 법 조항과 취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1800만 명이 넘는 법의 적용대상은 범위가 넓어 법의 규범력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절도, 사기 등 전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형법에 대해 법의 규범력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김영란법의 형사처벌 하한선인 100만 원은 웬만한 서민의 한 달 월급이다. 안전띠만 착용하지 않아도 범칙금을 무는데, 1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를 그보다 덜 위해한 행위로 해석하고 행정비용 남용 따위의 주장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귀 기울여지는 것은 ‘법의 남용’에 대한 우려이며, 이는 ‘언론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물론 법의 오남용은 법 자체보다 운용 단계에서 빚어지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입법과정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그것은 법을 보완해야 할 사항이지 법의 본질을 훼손할 사항은 아니다. 


언론인도 부패 문제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2010년 성 상납, 금품수수 등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가져왔던 스폰서 검사사건은 결국 대가성 및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해 무죄로 판결났다. 김영란법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제안되었고, 그 내용의 핵심은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거액의 금품수수, 향응, 접대 등을 근절하자는 데 있으며, 거기서 언론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은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이 경구가 “언론의 부패는 모든 부패를 자유롭게 한다”는 逆說이 되지 않도록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