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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마녀사냥> MC의 꼰대화 극복 통해 초기의 신선함 회복하길 (김석주)
등록 2014.11.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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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JTBC <마녀사냥>프로그램 모니터링 보고서

JTBC<마녀사냥> MC의 꼰대화 극복 통해 

초기의 신선함 회복하길




김석주(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위원)


△ JTBC<마녀사냥> 화면 갈무리


11월 13일 SBS ‘매직아이’에 출연한 섹스칼럼니스트 곽정은이 가수 장기하에게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라고 발언해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방송에서 허용되는 성 담론과 성희롱의 경계가 어디인가로 확장되면서, 새삼스럽게 성을 주제로 삼는 프로그램들이 주목받고 있다. JTBC의 <마녀사냥>, TVN의 <로맨스가 필요해>과 등 과거보다 농도 짙은 성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삼포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으로 자본주의의 극을 달리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연애는 사치. 연애를 해도 리스크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강박. 결국, 청년들은 시간을 단축하고,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 타인의 고민과 경험을 소비한다. 따라서 <마녀사냥>을 위시한 ‘연애’ 토크쇼의 범람 현상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구들끼리 할 법한 수위 높은 이야기들이 비교적 건강한 방식으로 토크쇼에 버물려 있어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최근 유행인 성 담론을 다룬 프로그램 중에서 곽정은이 고정 패널로 출현하는 JTBC <마녀사냥>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토론해보았다. 곽정은이 고정 패널로 출현하는 JTBC <마녀사냥>은 ‘성과 연애’를 주제로 삼는 토크쇼 가운데 토크 수위와 화제성의 측면에서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마녀사냥>은 2013년 8월 2일 첫 방송 이래 65회를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매회 이슈가 되고 있고, 평균 시청률도 2%대로 꽤 안정적이다. <마녀사냥>은 1,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진행자 4명(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유세윤)이 시청자가 보내온 사연을 듣고 대화한다. 2부로 넘어가면 기존 MC 4명에 섹스칼럼니스트 곽정은과 모델 한혜진, 방송인 홍석천이 패널로 등장하고, 방청객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2~30대의 ‘성(sexuality)’과 ‘연애’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려 ‘쇼’의 소재로 잘 활용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할 법한 수위 높은 이야기들이 비교적 건강한 방식으로 토크쇼에 버물려있다. 


MC들의 경험이 연애 바이블? 과잉 일반화의 오류…여전한 ‘이성애’ 중심주의


 그러나 어설픈 ‘연애 바이블’에는 한계가 담겨있다. 한 번이라도 ‘마녀사냥’을 보았다면, 방송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마녀사냥’이 제시하는 틀 속에 위치시키고 평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일반화의 문제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사람들의 성과 연애의 이야기도 모두 다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이러한 다양성을 철저히 무시한다. 성 소수자와 혼전순결주의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으며, 성에 관해 소극적이거나,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은 ‘찌질이’로 느껴지게 한다. 사연이 주어지면 이성애자인 30대 남성 진행자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이 제시한 의견이 옳으며 그 외의 생각은 옳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같은 일반화의 오류는 성적 취향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며, 어떤 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특히 홍석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마녀사냥>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사례다. 방송인 홍석천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커밍아웃을 했고 동성애와 이성애를 포함한 성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마녀사냥>에서 홍석천은 동성애자의 관점을 제대로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 JTBC<마녀사냥> 화면 갈무리



진행자들의 일축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어


진행자들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사연을 보낸 시청자에게 연애 상담사 역할을 한다. MC들은 사연과 비슷한 각자의 경험을 나열하고 공유하며 사연자와 공감하려 애썼고, 이는 MC들의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 쓰는 남자’ 허지웅과 ‘남자들이 재수 없어 하던’ 성시경의 부상이 그 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진행자들의 발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사연 소개가 늘었고, 사연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진행자의 태도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상담에서 흔히 엿보이는 ‘권위주위’가 발견되기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연하 남자친구의 장난과 상처 주는 행동들에 힘들어 하는 사연에 대해 허지웅은 ‘아가아가’하다며 사연의 문제가 별거 아닌 듯 말했다. 분명 사연을 보낸 사람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었을 텐데 말이다. 


또한 프로그램은 권력구조에 위치한 강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상담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성적 권력 구조에서 강자 입장에 서 있고자 하는 ‘마녀사냥’ 패널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마녀사냥> 인기만큼 큰 영향력 인식하고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로 방송하길 


<마녀사냥>은 프로그램의 대담함과 신선함 때문에 첫 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방송 횟수가 늘고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진행자의 발언은 어느새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고작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무슨 권위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자와 제작진이 부인하든 그렇지 않든 <마녀사냥>의 인기는 그만큼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가와 권위는 항상 책임을 수반한다. 시청자들이 <마녀사냥>에게 보낸 신뢰로 쌓인 권위를 무책임한 발언들로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MC들이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의식을 뚜렷이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특히 성에 대한 농담은 자칫 성희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예컨대 12회에 여자에게 ‘색기있다’고 말하는 남자의 속마음, 그 말을 들은 여자의 속마음은 어떨까 이야기한 뒤, 허지웅 씨가 ‘이원생중계’에 연결된 일반시청자에게 농담처럼 불쑥 “색기있어 보여요”라고 말을 던졌다. 허지웅 씨는 방송 중 내기에서 져서 이 발언을 했고,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당당하게 답한 여성에게 다른 진행자들이 내기였으며 상황이 이러하다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 진행자들이 내기를 걸고 그런 성희롱적 농담을 처음 보는 시청자에게 불쑥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가 아니다. <마녀사냥>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보다 ‘수위 높은’ 발언에 치중하기보다는 민감한 소재이며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세심한 태도로 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