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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론장의 붕괴를 가속하는 종편의 선거방송 허용 (박태순)
등록 2014.11.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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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종편에 선거광고방송 허용하려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고찰  

정치 공론장의 붕괴를 가속하는 종편의 선거방송 허용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공동대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게 선거방송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질문은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나 편성권의 범위 안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정치적으로 왜곡된 방송 산업과 저널리즘 파괴를 상징하는 종편의 존재 자체가 민주주의와 성숙한 시민사회 발전을 가로 막는 큰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선거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취지는 선거의 공정성, 기회균등 지키자는 것  


종편의 선거방송 허용 등이 골자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10명이 서명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11월 7일 안전행정위원회가 상정된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70조(방송광고)와 제71조(후보자 등의 방송연설)는 선거운동기간 중 방송시설을 이용해 후보자의 정강․정책이나 정견 등을 홍보하기 위한 방송광고와 후보자 또는 초청연설자의 방송연설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을 선거운동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선거 공영제에 기반하고 있다. 선거공영제는 선거운동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여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선거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기함과 동시에 자력(資力)이 부족한 유능한 후보자의 당선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선거방송은 선거의 공공성과 공정성, 기회균등 등 민주적 선거관리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공정성 객관성 위반 심각한 종편에게 선거방송 허용은 어불성설


그런데 지금 많은 국민이 종편의 선거방송을 반대하고, 민주주의의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우려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 18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의 심의 결과, 종편의 제재 건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으며,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지상파가 3건인 것에 반해 17건이나 되었다. 2013년과 2014년 종편이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분야의 95% 이상이 보도·교양 프로그램이었다.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의결 결과, 종편4사의 뉴스‧시사보도 심의제재건수는 135건(TV조선 66건, 채널A 35건, JTBC가 15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종편 뉴스시사프로그램의 ‘편파논란’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2013년 9월 <리서치 뷰>가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편의 긍정적인 점이 전혀 없다’가 34%로 항목 중에 가장 높게 나왔으며, 종편의 가장 부정적인 측면은 ‘편파 방송’이 45.1%로 가장 높게 나왔다. 또한 종편이 필요 없다는 응답이 47.9%로 나타났다. 이처럼 종편은 그 어느 방송보다 국민적 불신이 높고 불필요한 방송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언론관련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 “종편은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지상파는 특정분야(여당과 정부)를 회피하고 있지만 종편은 특정분야(야당과 진보단체)를 공격하고 있다”(윤성옥 교수) “종편의 해악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정의, 합의, 평등이란 가치를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확대 재생산하는 점이다.”(김성해 교수) 등. 이처럼 다수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종편이 프로그램의 질이나 편성의 문제를 넘어 그 존재 자체의 사회적 해악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편의 선거방송 허용 이전에 충족되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


지금 종편은 오직 정치적 야합을 통해서 선거방송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종편이 최소한의 저널리즘적 책무의식(accountability)을 느낀다면 편파, 왜곡으로 점철 되어왔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정부 여당의 기관방송, 새누리당의 선거운동센터를 자임하는 듯한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기관 방송, 권력의 감시견을 포기하고 권력의 경비견 노릇을 하는 방송에게 선거 방송을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고, 오랫동안 정착시켜왔던 선거공영제를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종편에게 선거방송을 허용할 경우, 대담과 토론 방송이 방송사업자의 성향을 얼마든지 반영할 것이며, 편향된 프로그램이 국민에게 전달될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편이 진정으로 선거방송을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국민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첫째, 편파와 왜곡방송에 대한 반성이다. 비민주적이고 방송의 기본적 책무를 도외시해왔던 방송관행을 깊이 반성하고 방송윤리강령을 강화·선포함으로서 사회적 공기로써의 방송기능을 회복해야한다. 둘째,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정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종편의 가장 큰 해악 중의 하나가 정치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고 편향된 이념만을 재생산함으로써 우리사회의 건강한 공론장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다양한 생각과 이념을 포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론장 역할을 위한 가시적 변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셋째,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방송으로써의 책무를 다하고 사회적 규범에 맞는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내적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편성권의 독립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어야 하며, 이를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방송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종편은 더 이상 사회를 위협하는 무기가 아니라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민주주의적 공론장 확산을 위한 공기로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