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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수다다>, 시즌2를 부탁해 (노미정)
등록 2014.10.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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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SBS <금요일엔 수다다> 프로그램 모니터링보고서

<금요일엔 수다다>, 시즌2를 부탁해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 SBS <금요일엔 수다다> 홈페이지 갈무리 



두 남자의 수다가 끝났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에 방영하던 SBS <금요일엔 수다다>(이하 금수다)가 지난 10월 10일 59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금수다는 SBS 영화소개프로그램 <접속! 무비월드>의 인기코너 ‘영화는 수다다’가 독립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과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진행한 금수다는 그동안 방송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예술영화나 영화 OST 등을 대중적인 언어로 해설·분석해 영화 마니아는 물론 일반 시청자, 영화계 종사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조화가 돋보인 코너 구성


금수다는 ‘김 cine 발견’, 그들 각자의 영화관’, 영화 들려주는 남자’ 등 세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김태훈이 진행하는 ‘김 cine 발견’은 영화 OST에 집중해 영화를 해설하는 코너이다. 김태훈은 영화의 특정 장면(cine)에 등장하는 배경음악의 가사나 분위기를 통해 장면을 해석하고 감독의 의도를 분석한다. 음악전문기자 출신인 김태훈의 신선한 감각이 돋보인다. 김태훈은 ‘김 cine 발견’ 이전 코너였던 ‘영화 들려주는 남자’에서도 OST를 중심으로 이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2회), 조나단 레빈 감독의 <50/50>(32회), 대니 보일 감독의 <127시간>(39회) 등을 소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게스트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이다. 그동안 발레리나 김주원(13회), 소설가 박범신(14회),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26회), 작곡가 윤일상(44회), 영화감독 양익준(56회) 등 TV출연이 잦지 않은 문화계 인사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그들이 고른 영화와 영화 속 장면을 매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게스트가 소개한 영화 다수는 대중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었다. 덕분에 금수다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균형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스트에 따라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집중도에 편차가 나타났고, 종영에 가까워질수록 게스트의 홍보(영화·음반 등)성 출연 빈도가 잦았던 점 등은 아쉽게 평가된다. 


‘영화 들려주는 남자’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하는 ‘세 장면으로 읽는 걸작’이란 콘셉트의 코너이다.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영화를 주로 다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동안 지상파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이동진의 해설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벨라 타르 감독의 <토리노의 말>(6회), 레오 까락스 감독의 <홀리 모터스>(12회), 로랑 캉테 감독의 <폭스 파이어>(30회) 등 다소 난해한 영화들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이해 전달한 점이 높게 평가된다. 


또한 이동진은 감독이 자신의 의도를 특정 장면에 담아 부각하기 위해 어떤 카메라 촬영 기법과 조명 활용법 등을 적용했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영화 평론가로서 관객과 예술영화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금수다 시청자들이 영화를 다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다. 금수다 마지막 코너인 ‘영화 읽어주는 남자’가 사실상의 하이라이트로 평가 받으며 ‘금수다 마니아’를 양산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은 평론가 이동진의 친절한 해설과 날카로운 분석이 있었다.



△ SBS <금요일엔 수다다> 화면갈무리 


빛나는 두 MC의 ‘수다 케미’, 타 영화 프로그램과 차별화 돼


금수다는 기자 출신 두 MC의 활약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전신인 <접속! 무비월드>의 ‘영화는 수다다’에서부터 김태훈의 화려한 언변과 이동진의 날카로운 분석은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두 사람은 그들이 다루는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수다가 방영되는 새벽 시간대의 특성에 맞춰 유쾌하게 또는 감성적으로 수다를 떨었고, 각자의 시각에서 해설했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었으나 대중성을 놓지 않았다.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방영중인 영화 프로그램들이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신작영화 소개나 특정 영화의 줄거리를 흥미위주로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특정 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독립 편성된 데에는 두 MC의 빛나는 수다의 향연이 큰 몫을 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적 유희를 충족시켜 준 프로그램, 시즌2 기대해


2013년 5월 18일 방송을 시작한 금수다는 59회차 방송을 마지막으로 2014년 10월 10일 종영했다.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1.4% (2014.10.10 닐슨코리아 제공)였다. 비슷한 시간에 방송중인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당일 시청률은 1.5% (2014.10.10 닐슨코리아 제공)였다. 두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대를 고려했을 때 결코 낮지 않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시간대에 시청자들은 영화 전문프로그램과 음악 전문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거나 지적 유희를 향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청자들의 지성‧감성을 충족시켜주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금수다의 종영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MC 이동진은 마지막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때론 결방도 잦은 이 프로그램을 챙겨 봐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하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예술영화까지 지상파에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게 평론가로서 큰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MC 김태훈은 이렇게 덧붙였다. “1년 5개월 동안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 초대된 게스트는 총 63명이었다. 총 116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 이야기해본 적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놀랍다. 감사하다.” 지금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금수다 시즌 2’를 열망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두 남자와의 두 번째 수다를 기대해 본다.

(정리: 노미정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