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교양제작국’ 해체한 MBC 조직개편안에 대한 논평(2014.10.24)
등록 2014.10.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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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포기하고 ‘방송의 시장화’ 선언한 MBC를 규탄한다.

   

어제(23일) MBC 경영진이 조직개편안을 통보했다. 조직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교양제작국’ 해체이다. 2012년 김재철 사장 당시 MBC는 ‘시사교양국’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교양제작국’을 없앤 것이다. ‘교양제작국’ 내 다큐프로그램 제작팀은 외주 제작물을 관리하던 콘텐츠제작국으로, 나머지 조직과 인력은 직제 상 예능 1국의 제작 4부로 가게 된다고 한다. 또한 MBC 조직개편안에는 부사장 직속 ‘특임사업국’과 각 부문마다 ‘사업부’ 또는 ‘마케팅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심지어 뉴스를 만드는 보도본부에도 <뉴스 사업부>가 신설되었다고 한다. 

 

MBC 경영진은 이번 개편에 대해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재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라고 칭했다. 그러나 교양국을 해체하고 보도본부에도 뉴스 사업부를 두겠다는 발상이니,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외주로 제작해서 비용을 아껴보겠다는 차원의 발상이나 또는 방송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그 본질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사실상 상업방송 수준으로 가겠다는 ‘방송의 시장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김재철 전 사장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PD수첩>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시사교양국’을 분리했고, 그 뒤를 이은 안광한 사장은 ‘교양제작국’을 해체시켰다. 이는 권력과 자본, 사회의 문제를 감시해온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축소 제거하겠다는 분명한 뜻이다. 광우병 보도로 눈엣 가시가 되어버린 ‘시사교양’ PD에 대한 조직적이고 치밀한 탄압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MBC의 간판이며 자랑이자, 공영방송 MBC의 자기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고사시키는 대신 방송의 시장화를 촉진시켜,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는 MBC, 상업방송 수준의 MBC를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혹여 이번 조직개편안이 순수하게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또한 공영방송 경영진이 자사 저널리즘을 몰살시키는 자살골 수준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그 자체가 공영방송 경영진으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조직개편안을 기획한 과정조차 폭력적이다. 경영진은 사전에 내부 구성원들이나 노조와 조직개편안에 대해 일체 소통과 논의를 하지 않다가, 개편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그 내용을 통보했다. 게다가 관리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과도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국감이 끝난 뒤 곧바로 조직개편을 시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위아래도 없는’ 막가파식 경영방식이며, 공영성과 공공성이 최고의 가치인 공영방송 경영으로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경영 태도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MBC 방송이 심각하게 변질되었다고 평가했고, 이렇게 MBC를 자폭시키는 경영진을 비판했고, 그 체제에서 순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언론노동자에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MBC 경영진의 폭주에 경고한다. 공영방송 MBC는 국민의 것이다. 'PD 저널리즘‘의 꽃을 피워냈던 MBC 시사교양의 뿌리를 제거하려는 경영진의 몰상식한 행태는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아울러 MBC 내부에 있는 언론노동자들에게도 촉구한다. 이번에 경영진이 자행한 폭거는 피켓팅하는 수준의 항의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 정도의 ’MBC 자살골‘에 대해서는 언론노동자들의 전면적이고 강도 높은 저항과 투쟁이 필연적인 상황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