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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과거사 청산은 대한민국 전복’, ‘제주 4.3은 공산당에 의한 체제전복 기도’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물러나라
등록 2014.09.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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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은 대한민국 전복’, ‘제주 4.3은 공산당에 의한 체제전복 기도’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물러나라

 


박근혜 낙하산으로 KBS 이사에 임명된 이인호씨가 편향된 역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어제(18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신의 역사관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며 “운동권 교육을 잘못 받아 그렇다”는 막말을 늘어놓았다. 공영방송 이사장 자격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색깔론’으로 덧칠해 매도한 것이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이씨는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문창극 강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 인물이다. 이런 황당한 발언만 보더라도 그가 국민상식과 얼마나 동떨어진 역사관을 가졌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씨는 친일을 비호하는 역사관을 가졌다. 알려졌다시피 그의 조부는 친일단체에 가담해 일제에 협력한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유학의 세를 늘리기 위해 타협하신 것이다. 그런 식으로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라며 조부의 친일행적을 적극적으로 감쌌다. 국민들이 그의 친일사관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를 연좌제라고 비난한다. 어불성설이다. 이씨는 역사왜곡을 넘어 친일행위 등 과거 잘못된 역사의 청산을 아예 부정하고 있다. 이씨는 정부차원의 역사청산 노력을 “대한민국 전복 행위”로 규정한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역사청산위원회라는 것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을 모두 했다”며 “대한민국 전복은 이미 그때부터 공공연하게 시작됐고, 정부가 거기 앞장을 서고 돈을 댔던 것”이라고 매도했다. 이처럼 편향된 역사인식을 검증하는 것이 연좌제’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인호씨의 역사관에 대한 우려는 단지 기우가 아니다. 그의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내는 과거 언행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국민TV <뉴스K>의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유혈 사태”로 표현하며 “흑색선전 같은 것이 사실 이상으로 몇 백 명 죽은 것을 몇 천 명 죽었다는 식으로 되고 나서 학생들의 분위기가 너무 격양됐다”고 말했다. 마치 유혈진압의 원인이 흑색선전에 넘어간 광주시민들에게 있다는 투다.

 

또 다른 강연에서는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제주 4.3 항쟁과 여수순천사건에 대해 “공산당의 체제 전복 기도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 명명백백한 사실”이라면서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그런 식의 일(양민학살)이 필요했다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씨는 “이승만 대통령은 4·19로 불미스럽게 물러났지만, 본인이 걸어 나갔지 어떤 독재자들 같이 탱크를 가지고 국민에 맞서거나 봉기한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말한 적이 없다”, “(4.19 피해자를) 병원까지 찾아가 위로하는 분을 천하에 독재자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것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씨의 문제점은 단지 역사관만이 아니다. 언론관은 더 문제다. 이씨는 어제 KBS 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KBS 이사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직접 관여하면 안 되지만 결과물에 대해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은 토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씨는 2008년 <KBS의 이승만 왜곡>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방송국 자체가 검증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로는 “직접 관여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상 “검증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

 

이씨의 얘기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세상 어느 공영방송의 수장이 ‘앞으로 프로그램에 대해 논평하고 비판하겠다’는 얘기를 취임 일성으로 밝힌단 말인가. 언론상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말이나마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고 제작, 편성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얘기하는 게 정상이다.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KBS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편향된 역사관을 지닌 방송 문외한을 공영방송의 이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인호씨는 노욕을 버리고 즉각 물러나기 바란다. 당신은 자칭 역사학자가 아닌가? 청와대 낙하산의 말로를 모른단 말인가?

 

 

2014년 9월 18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