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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대한 성명(2014.9.12)
등록 2014.09.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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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대한 성명]

국민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죄’에 합당한 ‘벌’을 원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시기 정치개입 활동에 대한 사법부의 일차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어제(10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매달 국정원 간부 30∼40명이 참석하는 전 부서장 회의를 열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4대강 사업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 한미FTA 체결, 세종시 사업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 행위가 국정원 직원이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찬양·비방하는 내용의 의견이나 사실을 유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정원법 9조 2항 1호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더불어 원장의 지시를 받아 진행한 심리전단 활동의 정치관여 의도도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북심리전의 이름으로 감춰진 국정원 심리전단의 정치개입활동이 법의 판단을 받았으며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행위를 비판해 온 시민들의 주장이 옳았음도 밝혀졌다. 이제 미봉책에 머물렀던 국정원의 개혁을 근본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다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국정원의 이번 정치개입 행위가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85조 위반은 아니라고 판결한 내용 때문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심리전단의 활동이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목적이 있었느냐는 점인데, 재판부는 없다고 보았다.  

이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이다. 첫째는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선거시기에도 계속되었는데, 이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굳이 선거개입은 아니라고 보았다는 점이다. 당시 국정원은 박근혜 후보의 후원 계좌를 안내하는 트윗을 작성하기도 했고, “문재인이 왕수석 시절에 청와대 80%가 주사파였죠” 등과 같은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판결은 설득력이 약하다. 

둘째는 그간 법원이 시민들의 선거개입 여부를 판단하면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글을 서너 차례 반복해서 올리기만 해도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성을 띈다고 몰아갔던 데 비해 이번 판결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무엇보다 법원은 국정원이 올린 11만 3천 521건의 트윗과 리트윗은 분명히 유죄로 치죄하면서도 이것이 정치개입이긴 하되 선거 개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정상적인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준의 말장난이며, 국정원을 무리하게 감싸려다가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검찰의 독립성도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되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가 시작된 후 법무부와 검찰은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수사팀에 대해 꾸준하게 공소 방해 행위를 해왔다. 

 

그 결과 채동욱 전 총장이 찍혀 나갔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윤석렬 특별수사팀장은 보직 해임되었다. 수사팀 검사들은 공소유지에 애를 먹었음은 물론 이번 1심 재판에서 허둥댔다고 한다. 끝내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셈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그들 행위가 의미하는 정치개입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을 확정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판결은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검찰의 현실을 보여줬으며, 민주주의 보루인 법원의 명예마저 훼손시켰다. 정치개입 행위이되 선거개입이 아니라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선거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공소 변경 속에서 쉽게 흔들릴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과 법원의 공모처럼 느껴진다. 

 

국민의 법 감정은, ‘죄’를 범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선 시기의 정치개입은 누가 보더라도 선거개입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이다. 검찰은 반드시 항소심을 통하여 부당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하며 이것이 실추된 검찰의 권위를 뒤늦게나마 회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부디 2심에서는 사법부 독립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주는 정의로운 판결이 나오기를 갈망한다.

 

 

2014년 9월 12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내가꿈꾸는나라, 녹색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여성환경연대,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여성노동자회, 환경운동연합, 흥사단, 환경정의(무순 이상 14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