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연대 논평] 박근혜 대통령, 방송의 공정성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나박근혜 대통령, 방송의 공정성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나
- 방송발전 가로막는 건 ‘규제’ 아니라 ‘방송장악’과 ‘미디어 사유화 정책’ -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MBC 신사옥 개막식에 참석해 “방송 산업 분야 규제를 혁신하고, 방송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 시키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혁신’이라 에둘러 말했지만 ‘규제완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방송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에도 부응해달라”며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방송의 공정성을 망가뜨린 장본인이 언론을 상대로 쓴 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방송의 공정성’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공영방송 보도를 일일이 통제하고 그도 모자라 인사문제까지 개입해온 게 바로 청와대이다. 대선공약을 어기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송지배구조 개선 입법을 가로막고 있는 것 역시 정부여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 출신 측근인사를 방송심의기구 수장에 앉혀 사실상 사후검열을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는 KBS 이사장을 내쫓은 자리에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낙하산으로 앉혔다. 언론장악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이 ‘공정성’ 운운하고 나서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규제완화가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라는 인식도 틀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는 암 덩어리’라고 규정한 이후 정부 각 부처에서 앞 다투어 규제철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본래 규제는 사회 공공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불러온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규제완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우둔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방송은 공공성이 매우 강한 분야로 규제완화가 야기할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가 내놓은 ‘비전 및 정책과제’에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고민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방송 발전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방송장악을 근절하고 공공성의 근간을 확보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혁신’을 언급하자 지상파 방송들이 확성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MBC는 보도 첫머리에서 “개막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방송 산업 분야의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KBS 역시 단신으로 보도하면서 규제완화를 언급한 부분을 뽑아 전달했다. 아울러 KBS는 내일(3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2차 규제개혁회의를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한다. 청와대 홍보방송을 자처하는 셈이다. SBS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제목부터 <“방송 콘텐츠, 규제 풀어 지원할 것”>이라고 잡았다.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이…방송산업 분야 규제혁신을 강조했다”고 전했고, 기자는 “방송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완화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특히 SBS는 “방송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유료방송에는 허용된 중간광고를 유독 지상파에만 허용하지 않는 것을 비롯한 차별적 규제를 받아왔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지상파 방송의 이런 보도행태는 시급히 개혁해야 할 방송의 ‘병폐’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방송의 공적책임을 내팽개친 ‘방송 사유화’, ‘자사이기주의’야말로 우리 방송의 ‘암 덩어리‘이자 ‘쳐 부셔야 할 원수’이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정권의 ‘언론장악’과 ‘미디어 사유화 정책’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규제가 방송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과 ‘기레기’들은 허튼 소리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
2014년 9월 2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