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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아직도 정신 못 차린 KBS 이사들
등록 2014.06.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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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 차린 KBS 이사들

 


KBS 이사회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KBS 사장을 선임하라는 상식적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국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

 

KBS 이사회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사장 선임 방식과 절차를 논의했으나 결정을 30일로 또 미뤘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장추천위원회의 구성과 특별다수제 도입을 여전히 반대했다. ‘위법성이 있다’는 핑계를 되풀이했다.

 

누차 지적하듯이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추위가 왜 불법인가? 방송학회장까지 지냈다는 한진만 이사에게 묻는다. “아무리 급하지만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고 KBS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한 것은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든 결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2008년 기고문) 당신이 썼던 글 아닌가? 학자의 양심은 어디다 팔았는지 묻고 싶다. 특별다수제도 마찬가지다. 방법이 왜 없나? 위법이라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묻는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그냥 하던 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길환영은 누가 뽑았는가? 정확히 말해 길환영은 여당 추천 이사들이 뽑았던 사장이다. 길환영 사태의 책임이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가 안 된다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당장 내놓아라.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야당 추천 이사들에게도 경고한다. 제2의 길환영을 막지 못한다면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세로 논의에 임하라. 이사회에게 주어진 30일 중 벌써 2/3의 시간을 까먹었다. 다음 이사회에서 방식과 절차를 결정해도 열흘 남짓 밖에 남지 않는다. 언제까지 허송세월할 것인가? 여당 추천 이사들의 억지 생떼에 어디까지 끌려 다닐 참인가? 이런 비상한 시기에 특별다수제 도입이 ‘쉽지 않다’느니, 사추위의 ‘의미 있는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느니 하는 한가한 소리나 늘어놓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은 분통만 터질 뿐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기 바란다.

 

이런 가운데 KBS 후임 사장이 이미 정해져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사장이 누구를 밀고 있다더라, 여권 이사들이 누구를 낙점 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공모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입길에 오르는 인물들의 면면이 참으로 가관이다.

 

유력설이 퍼지고 있는 한 인사는 과거 부사장 임명 동의도 못 받았던 인물이다. 길환영이 제출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건 다름 아닌 현 이사회다. 당시 여권 이사들조차 그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 자가 유력 후보라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는 KBS 구성원들로부터 90%에 달하는 기록적인 불신임을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여당 측 이사들이 밀고 있다는 또 다른 인사는 불과 석 달 전까지 KBS를 감독하는 기구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자다. 이 인사는 규제기구 부위원장을 지내고 있던 지난 2012년에도 KBS 사장 공모에 기웃거려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KBS 양대 노조는 (이 사람이) “KBS 사장이 된다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 문공부 차관이 KBS 사장이 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규제기관 경력을 발판으로 피규제기구의 보직을 맡으려는 것은 ‘관피아’ 사례와 하등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권의 관피아 척결 의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인사이다.

 

이 두 사람은 KBS 양대 노조가 꼽은 ‘부적격자 6인’에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런 자들의 이름이 회자되는 건 전적으로 이사회 탓이다. KBS 이사회가 공모 과정에서 KBS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청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투명한 절차를 마련했다면 이런 불량 후보들이 감히 나설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6월 30일이 KBS 이사회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KBS 양대 노조가 제안한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를 조건 없이 수용하라. 시민사회가 명령한 공개청문회를 반드시 실시하라. 만일 이사회가 끝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다면 경고한대로 이사회 해체 투쟁에 즉각 돌입할 것이다.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일부 부적격 인사들에게도 경고한다. 당장 포기하라.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제2의 길환영은 안 된다는 것이다. KBS 구성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은 KBS 출신이 아닌가? 더 이상 KBS를 욕보이지 말라.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래야 할 것이다.

 

2014년 6월 27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