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농약급식’만 남다 (2014년 6호)
등록 2014.06.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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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농약급식’만 남다


박혜진 방송모니터분과 분과원 l chic_qhqo@naver.com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후보와  공약을 제대로 찾아보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선거제도로 선거방송토론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언론사나 언론단체가 초청하는 후보 토론회 등도 권장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이력과 공약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유권자에게는 좋은 정보로 활용가능하다. 그러나 한 시간이 넘는 꽤 긴 분량이다 보니 많은 유권자가 이마저도 일일이 챙겨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토론에서 논의된 핵심적 내용들을 뽑아 보여주는 토론회 관련 뉴스 보도들은 유권자에게 매우 유익하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중에서 6·4지방선거의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를 다룬 보도들을 모니터해보았다.


방송3사, ‘농약급식’만 부각


지상파 방송 3사의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농약급식’이라는 특정 이슈에 지나치게 매몰되었다는 점이다.


 날  짜

 보    도    제    목

 5월 27일

 MBC <'농약 급식' 여야 난타전> (천현우 기자)

 SBS <"잔류 농약 식재료 VS "사전에 전량 폐기"> (장훈경 기자)

 5월 28일

 KBS <"급식 재료 농약 검출" 놓고 격돌> (단신)

 MBC <'농약 급식' 핵심 쟁점으로> (정병화 기자)  


△ 5월 27~28일 방송3사 관련 보도


2차~3차 토론회가 있은 후 방송 3사에서 나온 관련 보도는 제목에서부터 ‘농약급식’을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켰음을 알 수 있다. ‘농약 급식’은 정몽준 후보가 5월 26일에 방송된 2차 토론회에서 언급하기 시작한 뒤, 선거 직전까지 집요하게 부각시킨 선거쟁점이었다. 따라서 이 내용을 토론 관련 보도에서 다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농약급식 이외에 거론된 여러 공약들은 전해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보도가 ‘농약급식’에 대한 공격과 방어에 초점을 맞췄다. 짧은 보도에서 당일 토론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을 모두 다뤄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토론관련 보도가 전적으로 ‘농약급식’이라는 정 후보의 공격과 그에 대한 방어로 이루어져 있어 문제인 것이다. 방송3사가 모두 ‘농약 급식’이라는 말을 당연한 용어인 양 사용한 것도 ‘친환경무상급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JTBC <뉴스9>와 대조적이다. 방송3사는 서울시장 토론회 보도마다 농약급식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서 대중들에게 ‘농약 급식’이라는 단어를 각인시킨 셈이다. ‘농약급식 프레임’은 정몽준 후보가 제기한 이슈이지만, 이를 전파하는 데는 방송3사 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도 정 후보의 네거티브 발언과 그에 대한 박 후보의 해명이 중심


게다가 ‘농약 급식’이 문제로 부상하기 이전에도 공약 중심 보도가 아니라, 정몽준 후보의 네거티브 발언 중심으로 보도가 구성되었다. 첫 후보 토론회 관련 보도인 MBC <첫 TV 토론 ‘불꽃 격돌’>(5/19, 정병화 기자)은 보도 초입에 정 후보의 지하철 공기질과 박 후보의 안전놀이터 관련된 발언이 담기긴 했지만, 정 후보의 네거티브 공략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도는 박 후보의 이념성에 대한 정 후보의 공격과 나경원 후보 ‘1억 피부과’를 박 후보가 제기한 것이니 사과하라는 요구와 이에 대한 박 후보의 해명이 담겼다. 같은 날 방송된 SBS의 <서울-경기 첫 TV토론..시작부터 난타전>(5/19, 임찬종 기자)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리포트는 박 후보에 색깔론을 제기한 정 후보와 그에 대해 발끈하는 박 후보의 모습을 담았는데, 양 후보가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 외에는 토론의 실질적 알맹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보도였다. 그나마 KBS의 <서울시장 후보 첫 TV 토론회>(이중근 기자)가 상대적으로 네거티브 발언보다는 후보 자신에 대한 어필이나 의견개진을 담백하게 담아낸 편이었다. 


토론회 관련 보도는 한 시간 반 정도의 토론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 중 어떤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2분 안팎의 짧은 한 꼭지 안에 유권자가 알 필요가 있는 중요한 내용을 한 꼭지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후보가 짜놓은 프레임을 그저 쫓아가거나, 후보들이 난타전만 벌여대는 모습만 담는 이런 식의 토론회 관련 보도는 사실상 유권자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후보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편파적인 선거보도이다. 선거방송 토론회는 나름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 질문내용과 토론자 발언시간까지 많은 준비를 갖춰서 진행한다. 그러나 정작 토론회에 대한 보도를 이런 식으로 불공정한 보도를 하면 그런 공정성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