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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논평]  공영방송 재장악 획책하는 KBS 때리기
등록 2014.06.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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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재장악 획책하는 KBS 때리기

 


보수세력이 KBS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조중동 보수신문과 종편은 연일 ‘KBS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 의원은 문창극 낙마의 책임을 KBS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신속히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방심위에는 무려 90여건의 조직적인 민원이 접수됐다. 마치 짜놓은 각본이 있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보수세력의 주장은 한 마디로 문창극 낙마가 KBS 탓이라는 것이다. 문창극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KBS가 조작, 선동으로 마녀사냥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KBS 보도를 짜깁기, 왜곡보도라 단정하며 “범죄행위”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보수세력이 재빨리 결집하는 모양새다. 문창극 대변지를 자처했던 <중앙일보>와 달리 문창극과 거리를 두었던 보수언론들도 ‘KBS 때리기’로 재결집하고 있다. 언론과 보수인사는 물론 정부여당까지 나서 보복성전을 펼칠 태세다.

 

보수진영이 노리는 것은 ‘문창극 참사’를 ‘KBS 사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효과를 계산했을 것이다. 일단, 문창극 본인은 KBS를 퇴로로 삼았다. 자신의 ‘자격미달’을 ‘왜곡보도’ 탓으로 눙치고 ‘셀프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더 큰 목적은 ‘박근혜 구하기’에 있다. 잇따른 인사 참사로 위기에 빠진 청와대를 구하기 위해 KBS를 희생양 삼는 것이다. 야권이 제기하는 ‘청와대 책임론’에 ‘KBS 책임론’으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청와대로 향하는 비난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KBS 재장악’, ‘재 관제화’에 있다. 표적은 KBS 사장 선임 대응이다. KBS를 흔들어 제2의 길환영을 세우려는 책략이다. 보수편향, 정권 친화적인 인물을 내리꽂기 위한 포석이다. 보수진영은 문창극 참사를 지켜보며 크게 긴장했을 것이다. 공영방송이 정상으로 작동하면 잠시도 버틸 수 없는 정도로 이 정권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관제방송이 사라지면 박근혜 정권도 무너진다는 위기감이야말로 보수가 총결집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보수세력의 준동으로 KBS는 더욱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박근혜 정권이 제2의 길환영을 사장으로 보낼 공산이 더욱 커졌다. “KBS는 대개조의 대상”이라는 여당 의원의 발언에서 더 이상 이성과 상식을 찾아볼 수 없다. KBS 정상화를 위해 더 큰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길환영 퇴출의 교훈을 잊지 말자. 제 아무리 막강한 권력일지라도 국민의 상식을 무시할 때 결과는 정해져있다. 문창극 낙마가 ‘하나님의 뜻’도 아닌 ‘KBS의 탓’이라는 수준 낮은 선동에 휘둘릴 만큼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2014년 6월 25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