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총리 지명에 대한 논평(2014.6.11)
등록 2014.06.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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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기’ 문창극, 박 대통령은 뭘 하자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수구 논객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우리는 이번 문창극 총리 지명이 박 대통령 임기 초에 숱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윤창중 대변인 수준의 인사참사로 규정한다. 더구나 이번 인선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우리는 문창극을 그의 글로 익히 알고 있다. 그는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극우적이며 호전적인데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보기 어렵다.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하며 왜곡과 편파를 일삼는 작위적인 칼럼을 써댔다. 우리는 그것을 ‘칼레기’라고 부른다. 정권 바라기 윤두현 홍보수석에 이어 ‘칼레기’ 문창극 씨를 대한민국의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진의는 한 마디로 ‘국민 무시’로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적 슬픔과 분노가 채 가지시도 않은 상황이다. 황금만능, 부패, 부조리, 무책임, 무능, 부도덕, 비양심 등 우리 사회의 온갖 병폐가 쏟아져 나왔고 뼈를 깎는 각성이 필요한 시점에 나온 대통령의 이번 총리 지명의 내용은 ‘절망’ 그 자체이다. 얼마 전 눈물로 대국민 사과를 했던 대통령의 모습은 결국 정치쇼였으며 불통과 아집의 대통령 본래 모습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문창극 내정자는 자신의 이름을 건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을 통해 자신의 극우적, 호전적 태도를 한껏 드러내왔다. 문창극 씨는 그의 칼럼 <공인의 죽음>(2009년 5월 26일)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에 대해 “그의 죽음은 자연인과 공인의 성격으로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 …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면서 못마땅한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죽음과 고투하고 있는 상황에 쓴 <마지막 남은 일>(2009년 8월 4일)에서는 “DJ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는데 그 진실을 가리지 못하고 DJ가 저 세상으로 가게 생겼으니 안타깝다”고 썼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고사하고 인간을 평가하는 잣대가 지극히 몰상식하고 폭력적이며 저속하기 짝이 없다.

 

그의 반북․호전적 칼럼도 문제가 많았다. (2002년 7월 16일)에서는 구시대적 ‘색깔론’과 ‘반공이데올로기’로 일부 언론과 지식인들의 서해교전 진상규명 노력을 매도했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흡수통일’에 대한 의지를 엿보이기도 했다. <미사일을 이기는 힘>(2009년 3월 31일)에서는 “햇볕정책과 6자회담은 이미 실패했으며, 북한과 같은 반이성적인 집단과의 협상은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하고, “국방비를 늘려 미사일 방어망도 만들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대북 강경책을 촉구했다. <햇볕정책 실패를 선언하라>(2010년 12월 28일)에서는 북한을 ‘악의 시스템’과 ‘악의 덫’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평화는 햇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지켜진다”며 남북간 긴장을 부추기기도 했다.

 

반면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복지 등 사회안전망에는 삐뚤어진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불쌍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나>(2003년 7월 29일)에서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미국이 도시빈민을 위해 수백억달러의 돈을 매년 쏟았지만 “도시빈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들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 관료, 사회복지사 등만이 번창했다”며 “보조금은 이를 받는 사람들을 마치 니코틴처럼 인이 박히도록 만든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공짜 점심은 싫다>(2010년 3월 18일)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무료 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골수에 박힌 극우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민경욱 대변인은 문 후보자에 대해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정권 바라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윤두현 홍보수석 발표 때와 판박이다. ‘냉철’, ‘비판의식’, ‘합리적 대안’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수구 냉전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문창극 씨야 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 일순위이다. 언론인으로서 이성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는커녕 인간 존중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인식도, 분배와 정의실현에 대한 의지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할 지 앞이 깜깜하다.
윤창중 대변인, 민경욱 대변인, 윤두현 홍보수석 내정자에 이어 문창극 총리 지명자까지 박 대통령의 ‘언론인 집착’의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하나같이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태생적, 치명적 흠결을 안고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문창극 씨가 대한민국 총리로서 털끝만큼의 자격도, 능력도 없음을 분명히 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당신의 ‘인사 수첩’을 덮고 국민을 바라보라. <끝>

 

 

2014년 6월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