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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세월호 시사프로그램마저 낙제점 (조현준)
등록 2014.06.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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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방송3사 시사프로의 세월호 참사 관련 모니터 보고서

지상파 3사 세월호 시사프로그램마저 낙제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있고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언론문제, 특히 방송의 문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현장을 취재해 문제를 지적하고 검증하려는 노력 없이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받아쓰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는 등 방송보도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보도참사에 대해 유가족은 물론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자 KBS와 MBC 기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KBS의 경우, 길환영 사장의 책임을 묻는 총파업까지 진행됐다.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이후 초기 2주간 지상파 시사프로그램들은 방송보도가 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과 의혹들을 하나하나 심층적으로 풀어주고, 정부와 국가기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명확히 밝히며,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들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의 프로그램들을 내놓았다. 


KBS‧MBC, 정부의 재난시스템 문제 밝히는 내용 없어 

먼저 KBS는 <추적 60분> ‘세월호 침몰, 통한의 102분’(4월19일)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4월 26일)을 방송했다. 2회 모두 사건의 전반적인 의혹제기나 문제 제기의 측면이 미흡했다. 주로 유족들의 슬픔을 다룬 부분이 주가 되었고, 사건에 대한 개요도 생존자의 인터뷰만 중심으로 전개하여 사고 상황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MBC ‘누가 세월 호를 침몰 시켰나?’(4월 22일)에서는 선박운행의 안전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뤘다. 사고 발생 원인으로 선원들의 안전교육 미흡과 선박 내구 연한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또한 일본의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화물 등의 안전관리가 소홀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과 <추적60분> 모두 정부의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유족들의 항의와 문제제기는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슬픔만 구경거리로 

실종자 및 유가족들은 구조과정에 대한 항의와 정부 대응에 대한 문제제기들을 수없이 호소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을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에서는 마지막 5분여간 주로 유족들의 발언 등을 통해 아주 짧게 다뤘다. <추적60분> 역시 ‘세월호 침몰, 통한의 102분’(4월19일)에서는 다루지 않았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4월 26일)에서 진도체육관 상황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식에 그쳤다. 두 방송사 모두 사안 분석하고 의혹을 명확히 파헤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주로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 대해 감성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 물론 유가족들의 슬픔을 다루는 것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한 일일지는 모르나, 문제점을 지적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기여한다는 탐사보도프로그램의 사회적인 책무에서는 분명 벗어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부족하지만 구체적 문제제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4월 26일)에서는 민간 잠수사의 미투입, 진도에서 유가족 및 희생자 가족들을 탐문하던 사복경찰, VTS 교신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 유병언 일가 등에 대한 의혹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세 방송사의 시사프로 모두 사고 이후 하루하루 쌓였던 답답함, 즉 도대체 왜 이 정부는 단 한명의 아이도 구조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혹은 풀어주지 못했다. 


지상파 3사 시사프로그램의 제 기능 찾기가 무엇보다 급선무

시사프로그램은 뉴스보다 심층적으로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 상황들을 다루고, 사회적 소수자의 이슈들을 발굴해 공론화해주어야 한다. 각종 사회의 문제들을 지적하며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 대해 공론의 장을 마련해주지 못한지는 오래 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KBS의 김시곤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보도 및 시사프로 개입을 폭로했고 3사 노조가 밝혔듯이, 지상파 방송국 수뇌부들은 사사건건 일선 제작자들의 방송제작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 6월 3일 발행된 SBS 노보를 보면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관련 추가 방송이 제작본부장의 압력으로 기획 단계에서 중단되었다고 한다. 


당시 제작본부장은 “뚜렷하게 기획안이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취재하다 보면 혹시라도 외부에 쓸데없는 오해를 사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하게 취재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세월호 관련 방송이 2회나 나간 상태이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아서였다고 에둘러 변명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해서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에게라도 이용당하게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발언했다. 시사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에게도 유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은 곧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처럼 취재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이 일상적으로 침해당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은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제 지상파 방송사 구성원들의 저널리스트로서의 성찰과 실천적 저항이 절실할 때이다. 국민들은 제자리를 찾은 제대로 된 시사프로그램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리: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조현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