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9차보고서⑤⑥] 가이드라인조차 무색하게 한 ‘세월호 참사 보도’(2014.4.29)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 9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朴대통령의 ‘유체 이탈 화법’ 언제까지 두둔할 것인가?
2) 朴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뉴스가치’가 없나?
- [신문] <조선>, 朴 대통령 지지율 하락하자 “여론조사 방법이 문제다”
- [방송] 대통령 급락 지지율 자체가 꼬리를 감춰버려
3) 여당에 불리하면 ‘물타기’…야당에 불리하면 ‘부풀리기’
- [방송] 정몽준 아들 막말 보도에는 야당 불리한 사안 하나씩 끼워 넣고
- [종편시사] 야당에 불리하면 물고 늘어져…
4) [신문] 선장은 승객 버리고…청와대는 책임 회피하는 ‘대한민국’
- 경향, 한겨레 “김장수, 무책임한 발언” vs 중앙, 동아 “… …”
5) 가이드라인조차 무색하게 한 ‘세월호 참사 보도’
- 중앙일보, 지키겠다던 ‘보도원칙’, 과연 지켰나
6) 미국 대통령 방한이 국민 목숨보다 앞자리에
가이드라인조차 무색하게 한 ‘세월호 참사 보도’
정확한 확인 없이 ‘손 골절’ 보도 확대 재생산돼
중앙일보, 지키겠다던 ‘보도원칙’, 과연 지켰나
세월호 참사를 전하며 언론의 선정적이고 속보 중심의 경쟁적인 보도 행태가 지적되고 있다. 초기 부정확한 정보로 생긴 오보가 이후 사실 확인 없이 증폭되거나, 유족에게 상처를 줄 수 신중하지 못한 사진도 내보내졌다. 또 수감된 세월호 선장에 대해 ‘잘 먹고 잘 잔다’는 식의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도 나왔다.
△ 4월 23일자 동아일보 5면 기사
4월21일 연합뉴스가 <해경 “손가락 골절된 시신 등 선실서 다수 발견”>이란 속보를 띄운 이후 <“손가락 부러진 시신 등 발견”…사망자 80명으로 늘어>(국민일보) 등의 기사가 나왔다. 다음 날인 22일부터 어디서 확인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정보로 <곳곳 손가락 부러진 시신들…탈출 향한 처절함 ‘증언’>(매일경제), <“세월호 선내 발견 시신 상당수가 손가락 골절”>(채널A), <손가락 골절된 시신 등 선실서 다수 발견>(국민일보), <시신 대부분이 손가락 골절… 붙잡고 버티다가 최후 맞은 듯>(서울신문), <“사망자 중 손가락 골절…탈출 시도 흔적”>(경향신문), <세월호 시신 손가락 골절 소식에 …네티즌 “애도”>(조선일보), <수색 작업 민간잠수부 “시신 상당수가 손가락 골절”>(동아일보), <‘유리창만 깼다면?’…필사의 몸부림 흔적들>(노컷뉴스), <“시신 대부분에서 손가락 골절 발견”>(프레시안) 등의 제목이 달려 나왔다.
이들 기사는 손가락 골절 시신이 ‘대부분’ ‘상당수’ ‘곳곳’ 등으로 그 수가 늘어났고, 골절의 이유 역시 ‘탈출 시도’ ‘붙잡고 버티다가’ ‘처절함’ 등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기사를 보면 처음 해양경찰청의 “손가락 골절된 시신 등 선실서 다수 발견” 뿐이었고, 실명이 없는 복수의 민간 잠수부의 발언들 또는 “알려졌다”는 식으로 처리됐다. 그리고 이미 보도된 언론이 재인용되는 기사의 사실을 구성하는 형식을 취했다. 정확한 사실 파악 보다는 골절 전문 의사 및 SNS 반응 등으로 내용을 증폭시켰다.
24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손가락 골절은 없고 왼쪽 중지 손가락에 깁스를 한 희생자는 있었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사는 잦아졌다. 그리고 이 문제는 더 이상 다뤄지지 않았다.
또 4월 23일 문화일보, 24일 조선일보는 지면에서 시신 인양 정보를 알리는 대형 화면과 함께 실종자 가족의 실루엣을 담은 사진을 찍어 내보냈다. 시신 인양 정보에는 성별, 신장, 상하의 옷차림과 형태 등이 담겨져 있다. 이 같은 사진은 실제 시신을 찍지는 않았지만 관련 내용이 알려짐에 따라 실종자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더할 수 있다. 가족들 역시 실종자 정보가 담긴 사진 등을 찍지 말라고 항의를 한 바 있다.
△ 4월 25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중앙일보는 4월 25일자 3면 <이준석 선장, 수감 초기부터 잘 먹고 잘 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목포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소식을 전했다. 해경측 취재원의 입을 빌려 “이 선장은 수감 초기부터 정상적으로 먹고 잤다”라는 내용과 함께 24일 점심에는 김치찌개와 장조림 미나리초무침 등을 먹었고, 유치장 안에 설치된 TV로 드라마나 영화를 봤다고 전했다. 그리고 기사 끝에서 구속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손모 기관사는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참사 당시 행적과 이후 대처 과정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구속 수감된 이 선장이 ‘잘 먹고 잘 자’고 있다거나 ‘점심은 무엇을 먹었다’ ‘텔레비전은 무엇을 본다’ 등의 내용은 사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또한 사건 진위를 판단하는 데 나쁜 인상과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앞서 중앙일보는 22일 1면 하단에 사고(社告)의 형식을 빌어 “세월호 선정적, 부정확 보도 자제...언론의 신뢰 원칙 지키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어 해당 기사는 더욱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고에서 중앙일보는 “선정적이거나 무리한 취재, 보도로 취재원들에게 상처나 불신을 안겨선 안된다는 보도 원칙을 준수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협회는 지난 20일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 라인 중 첫 번째 항목은 ‘신속함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은 앞서 얘기했듯이 그 다음날부터 부정확한 정보를 소스로 무더기로 부정확한 보도를 내보냈다. 또 가이드라인에서 언급한 ‘자극적 영상이나 무분별한 사진, 선정적 어휘 사용 자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 ‘오보에 대한 신속한 정정보도와 사과’ ‘불확실한 내용의 철저한 검증’, ‘개인적 감정이 반영된 즉흥적 보도나 논평 자제’ 등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어겼다.
미국 대통령 방한이 국민 목숨보다 앞자리에
아직도 100여 명의 실종자로 인해 온 국민의 마음이 팽목항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 MBC가 오바마 대통령 방한 관련 소식을 지나치게 비중있게 보도해 ‘눈총’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굳히고,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주도의 TPP를 성사시키기 위한 방한이다. 게다가 오바마 방한의 선물로 우리는 참사 와중에도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9,200억 원을 여야 합의로 미리 준비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슬픔은 뒤로 한 채 화려한 색상의 의상과 화사한 미소로 환영했다.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는 국민들의 상처와 고통은 아랑곳없이 25일과 26일 이를 톱뉴스로 다루며 각각 3~5꼭지를 할애해 찬양 일색 보도를 쏟아낸 것이다. 미국 대통령 방한은 세월호 참사를 밀어내고 톱뉴스를 장식했다. 보도 내용도 두 정상이 만나 북핵에 대한 공동대응과 일본정부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 확인, 오바마의 세월호 묵념과 목련 식수 등이 주 내용이다. 이는 청와대 홍보 자료와 거의 일치하며 이는 국정홍보 보도에 ‘다름’ 아니다.
△ 방송사 오바마 대통령 방한 관련 보도량과 보도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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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9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민언련/언론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