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동아일보사의 동아투위 해직 관련 ‘과거사위 결정 취소 소송’ 판결에 대한 논평(2014.4.16)
서울행정법원의 ‘정치 판결’, 소가 웃을 일이다
- 동아일보는 해직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배상하라 -
1975년 3월 동아일보사는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던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 113명을 집단 해임했다. 겉으로는 경영상의 위기가 닥쳤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누가 봐도 박정희 정권과 중앙정보부의 ‘광고 탄압’에 동아일보사가 굴복한 결과였다. 당시 해직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조직해 기나긴 언론민주화 투쟁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동아투위는 대표적인 ‘언론탄압’ 사례이자 ‘자유언론수호투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됐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정부 압력을 기화로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시킨 책임이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며 동아일보사의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사는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과거사위 결정 취소 소송’을 걸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동아일보사의 손을 들어 줬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대로라면 동아일보사는 유신독재정권에 굴복한 일이 없고 단지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독재정권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던 언론인들이 대량 해직된 사건에 정권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치에 닿지 않는다. 게다가 동아투위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판부마저 박 정권의 압력 때문에 대량 해직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광고 탄압으로 인한 경영상 위기를 무자비한 대량 해직으로 돌파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정권의 ‘언론사 내부 정화’ 요구에 굴복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동아일보사 기자들은 스스로 월급을 깎으면서까지 회사의 위기에 대응하고자 했고 소액광고주로 나선 시민들의 ‘격려 광고’ 또한 텅 빈 광고 지면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대량 해직 사태가 유신독재정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도 동아일보사가 ‘미운 털 박힌’ 기자들을 단번에 정리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을 실천했을 뿐인 기자, PD들을 무자비하게 해고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동아일보사는 사과는커녕 해고는 경영상 정당한 일이었다고 발뺌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금의 재판부가 유신독재 시절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던 재판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재판부가 6년 전의 결정을 하루아침에 뒤집기까지 변한 것은 정권뿐이다. 우리는 유신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주고 대량 해직 사태를 한낱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축소한 재판부의 ‘정치재판’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량 해직 사태를 책임질 생각은 없이 소송을 걸어 사과든 배상이든 무조건 피해가려고만 하는 동아일보사의 작태는 그야말로 추악하기까지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동아일보사는 대량 해직 사태의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정중히 사죄하고, 40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책임 수단을 강구하라. 정권의 요구에 너무도 쉽게 휘둘렸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는 과거와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말라. <끝>
2014년 4월 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