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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에 '시사'가 없다 (조민혁)
등록 2014.04.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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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 주제 분석

지상파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에 '시사'가 없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지상파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공중에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의제 설정자 역할을 한다. 탐사보도가 선택한 소재는 사회 공동의 문제로 인정되고 그 심각성에 높은 점수가 매겨지기 마련이다. 시청자는 방송매체에 높은 신뢰도를 보내고 있으며, 탐사보도를 통해 소개되는 주제가 영향력과 중요도에 따라 선별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공익성을 갖춘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지난 11월 3일부터 2월 15일까지 지상파 방송3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을 분석 했다. 이 기간 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공무원 간첩사건 등이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시청자에게 알려져야 할 중요한 사건들이 산재해 있는 동안 지상파 방송3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이 아이템들을 어떻게 다뤘을까? 최근 탐사보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대안언론 <뉴스타파>와 방송3사의 보도양태를 비교분석하였다. 분석기간은 2013년 11월 3일부터 2014년 2월 15일까지였고, 분석 대상 프로그램은 KBS <추적60분>, <취재파일K>, <시사기획창>, < KBS파노라마>, MBC<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SBS <현장21>,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였으며, 뉴스타파의 뉴스와 탐사보도도 함께 분석했다. KBS 파노라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여서 분석대상에 넣었으며, KBS 미디어 인사이드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이므로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 정부활동 관련 보도 뉴스타파는 58.9%, KBS(12%)>MBC(7.8%)>SBS(4.5%)


시사프로그램의 주제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정부/정책/안보/국정원 관련 보도의 비율에서 뉴스타파와 지상파 방송3사가 큰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뉴스타파의 경우 전체보도 건수 중 58.9%가 정부/정책/안보/국정원 영역 관련 보도였다. 반면 KBS는 같은 영역에 12%만을 할애하였으며, MBC는 7.8%, SBS는 4.5%에 불과했다. 방송3사의 시사프로그램의 정부정책과 국가기관 감시 기능이 많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각 방송사별로 타사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다룬 주제를 살펴보면 KBS는 경제와 북한인권 관련 보도를 많이 했다. MBC는 기업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보도를 타사보다 많이 한 편이며, SBS는 범죄비리와 인간관심사 관련 보도를 많이 했다. SBS가 이런 주제 분포를 보이는 것은 SBS의 시사프로그램 수 자체는 MBC에 비해 적지 않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와 같은 아이템을 최근 많이 방송한 이유로 보인다. 


세부주제별로 비교할 때 차이는 더 명확히 드러났다. 국정원 대선개입, 민간인 불법사찰, 공무원 간첩사건, 박대통령 평가, 아프리카 박물관 인권침해, 송전탑 주민피해 등 현 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에서 뉴스타파가 40건의 탐사보도(전체보도 대비 13%)를 쏟아내는 동안 방송3사는 단 1건의 보도(KBS ‘취재파일K’/국정원 대선개입)만을 방영했다.


 




■ 주요 사회적 이슈를 집중 조명하는 시사프로그램이 없어


모니터 기간 중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주요 시사프로그램 아이템을 방송3사가 잘 다루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별도로 주요아이템별로 다시 분석해보았다. 이번에는 그 이슈를 어떤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주요 이슈를 방송사들이 50분 분량 시사프로그램에서 단독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과, 10~15분 분량의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모니터 기간 중 사회적 이슈를 여러 가지 뽑아서 뉴스타와 방송3사를 함께 비교했다. 


그 결과 MBC는 주요아이템을 주제로 11건의 보도를 방영했는데, ‘미혼모 인권’ 관련 한건만 50분 분량의 단독 아이템 프로그램인 에 편성되었다. 나머지 10건은 15분 분량의 다중 아이템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방영되었다. SBS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요아이템을 포함하는 14건의 탐사보도 중에서 단독 아이템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된 아이템은 아동인권 한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건의 보도는 다중 아이템 프로그램인 <현장21>, <궁금한 이야기Y>에서 다뤄졌다. 아래 <표2>에서 누락된 주요 아이템들은 방송3사에서 아예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뉴스타파에서만 보도한 이 기간 중 주요 아이템 관련 방송은 민간인불법사찰(5건), 대선개입(11건), 공무원간첩사건(5건), 4대강사업 검증(14건), 공기업부실경영(5건), 박대통령 행보에 대한 평가(6건), 아프리카박물관 인권침해와 복지문제(각 2건) 그리고 용산참사, 쌍용차 해고 유성기업 파업, 밀양 송전탑 문제, 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이 각 1건씩 보도되었다. 


방송3사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의 소재 선택은 대체로 아쉬운 수준이었다. KBS는 개인정보유출, 캄보디아사태 등의 소재를 비교적 발 빠르고 상세히 보도했다. 시의적절한 문제제기를 통해 사회이슈로 부각시킨 점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철도민영화, 민간인사찰 등 정작 중요한 이슈들은 탐사보도로 다뤄지지 않았다. ‘대선개입’이라는 무거운 아이템을 15분 분량의 취재파일K에 편성한 점 역시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SBS는 <현장21 “누구를 위한 동물원인가?” 12월 10일 방영>, <궁금한 이야기 Y “미스터리 싸인?… 11월 29일 방영> 등 인간관심사 영역 보도가 19건 (28.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익성과 정보의 영향력보다 오락성을 중시하는 민영방송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3개월간의 탐사보도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민감한 주제를 비켜가려는 방송3사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선개입과 공무원 간첩사건, 철도민영화 논란 등 중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으나 방송3사는 탐사보도로 조명하지 않았다. 이처럼 높은 공익성과 영향력을 분히 갖춘 소재가 탐사보도의 아이템으로 선별되지 못한 것에 대해, 방송사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리․조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