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정몽준 의원 구하기’ 자처하나

동아일보, 정몽준 지원사격하다 엉뚱하게 안철수 걸고 넘어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2일, 공교롭게도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하는 메가톤급 정치 뉴스가 터졌다. 3일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야권 발 정치실험에 대해 3～4면을 아낌없이 할애했지만 정 의원의 출마 소식은 짤막하게 다루는데 그쳤다. 그런데 문화일보는 3일자 신문에서 1면과 4면에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비중 있게 다뤘다. 편집권은 신문사 고유의 권한이니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다만 내용은 좀 살펴봐야겠다. 

문화일보는 정 의원이 연이어 초대형 카드를 승부수로 던지면서 초반 새누리당 경선 구도는 정 의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가 말한 초대형 카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나는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유 주식을 백지 신탁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예비후보가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이고 고위공직자가 보유 주식을 백지 신탁하는 것이 무슨 특별한 사건이란 말인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화일보가 아직도 현대가(家)와 연관이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게 아니겠는가. 

동아일보는 6일자 ‘횡설수설’에서 정몽준 의원이 당선되면 연봉 1만원만 받을 생각이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지원사격을 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모양새다. ‘횡설수설’은 오히려 민주당을 나무랐다. 민주당이 남의 돈으로 선심 쓰기는 쉬워도 내 호주머니에서 단돈 1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는 데는 주저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면서 “돈 많다고 자랑하는 꼴”이라고 정 의원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횡설수설’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랩 주식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이 2017년에 가서 ‘연봉 1만원 대통령’ 구상을 밝힌다면 민주당이 어떤 논평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연봉 1만원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일이 있다면 모를까 뜬금없는 가정과 억지 비교로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가. 말 그대로 ‘횡설수설’이다. 

정몽준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버스비가 얼마인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70원”이라고 답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사람들이 놀랐던 것은 정 의원이 2～3조원대의 부자이지만 돈의 가치는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점 때문이었다. 정 의원의 ‘연봉 1만원 시장’은 연봉 1달러만 받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예에서 차용한 듯하다. 정 의원은 출마 선언 시 “블룸버그는 시장을 하면서 자기 돈 7천억 원을 썼다. 저도 여건이 허락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니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연봉은 그대로 받되 블룸버그처럼 시민을 위해 자기 돈 7천억 원을 쓰는 시장이 되기를 권해본다.

<끝>

2014년 3월 11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민언련/언론노조)

* PDF 파일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