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고 이남종 열사 분신 사건 관련 주요일간지 및 방송3사 모니터 보고서(2014.01.03)
등록 2014.01.03 17:34
조회 882

 

 

고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왜곡․폄훼하는 언론

- MBC․SBS 보도 누락, KBS는 ‘달랑’ 20초

- 조중동, ‘서울역 앞 분신남’으로 부르며 파장 축소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 ‘박근혜 사퇴’, ‘특검실시’라고 쓰인 펼침막을 내걸고 이남종 씨가 분신했다. 이 씨는 가족과 지인에게 5통, 국민에게도 2통의 유서를 남겼다. 국민에게 남긴 유서는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는 않”느냐면서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라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경찰은 병원으로 옮겨진 이 씨가 숨진 지난 1일, 분신 원인을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이 씨가 형의 빚으로 인해 신용불량 상태였고, 최근 보험 수급자를 동생으로 바꿨다며 분신 원인을 ‘경제적 이유’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유서 내용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해 정부에 대한 불만 내용이 들어 있는 메모글”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민주투사 이남종 열사 시민장례위원회’(장례위원회)는 2일 이 씨의 유서와 유품을 공개하며 경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장례위원회는 “빚은 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 아니었고, 보험 명의 이전은 ‘운전자 보험’이었다며 분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면서 “경찰이 이 씨의 취지를 왜곡․축소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들도 “경찰이 왜 그렇게 발표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면서 “경찰이 사건을 빨리 무마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박근혜 사퇴’와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이 씨 사건이 박근혜 정권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경찰이 의도적으로 이 씨의 분신을 왜곡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보도하는 방송과 보수 언론의 모습도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3사는 박근혜 사퇴와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한 이 씨의 목소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MBC와 SBS는 사건이 발생한 후 3일 동안 단 한줄도 이 씨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았다. KBS는 2일이 돼서야 겨우 보도 흉내를 냈다. KBS는 마지막 보도인 ‘간추린 단신’에서 이 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경찰의 보도내용을 다룬 후 유족 입장을 짧게 덧붙이는데 그쳤다. 이 씨의 유서는 제대로 언급하지도 않은, 고작 20초짜리 보도였다.

 

 

 

△ [그림] 1월 3일, KBS<뉴스9> 화면 캡쳐

 

 

 

조중동은 이 씨의 죽음을 ‘논란’으로 다루면서 물타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중동 중 31일 이 씨의 분신 사실을 보도한 곳은 동아일보 뿐이었다. 동아일보는 1일 1단짜리 짧은 기사로 이 씨가 분신했고, 경찰이 분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언급했다. 

 

 

 

 

 

1일 이 씨가 사망하자, 조중동은 다음날부터 일제히 ‘서울역 분신남’이라는 용어로 제목을 뽑고는 이 씨의 분신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박근혜 사퇴’와 ‘국정원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한 이 씨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기사제목이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은 기사 제목을 ‘논란’으로 뽑으면서 분신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정치적 이용’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특히, 중앙일보는 2일 10면 기사에서 망자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등 ‘악의적’인 보도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서울역 앞 분신 40대 민주열사 칭호에 시민장 추진 논란>이라는 기사는 “일부 시민단체는 이날 이씨가 남긴 글과 현수막을 근거로 그를 ‘민주열사’로 추대하기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다루면서 ‘빚 때문’이라는 경찰의 주장을 언급하며 부각시켰다. 게다가 장례위원회가 이 씨의 장지를 망월동 묘역으로 정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하지만 망월동 시립묘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분신사건은 들어봤지만 망월동 묘역에 매장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실어 장례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 씨의 장지는 망월동 묘역으로 확정됐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며 흠집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보를 낸 셈이다. 

 

조선일보는 3일 <서울역 분신남, 광주 망월동에 안장키로>라는 기사에서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들을 장례위가 ‘치료비와 장례비 부담’이라는 조건으로 설득했다는 내용을 실으면서 “장례위가 이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족의 입장과 장례위가 ‘돈을 조건으로 설득했다’는 주장은 ‘익명의 장례식장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돈을 매개로한 정치적 이용’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동아일보는 1일부터 3일까지 분신 관련 보도를 내놨으나, 1일과 3일은 1단짜리 짧은 기사였다. 특히 3일 기사제목은 <서울역앞 분신 40대 내일 시민장 5․18 구묘역 안장 추진 논란도>인데, 정작 기사에는 ‘5․18 구묘역 안장 추진 논란’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문재인 의원이 이 씨의 빈소를 조문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기사 내용에도 없는 ‘5․18 구묘역 안장 추진 논란’을 제목으로 뽑으며 비화시킨 것이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이 씨가 분신한 이유와 유서 내용을 제목으로 뽑고, 망자의 명예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경찰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3일 한겨레신문은 [현장에서]라는 기자칼럼을 통해 경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이재욱 기자는 <경찰은 왜 이남종씨 유서 내용을 숨겼나>에서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이 씨의 일기장을 확보하고도 분신의 진짜 이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씨 유족의 인터뷰와 장례위원회가 공개한 유서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경찰의 보도자료를 반박했다.

 

3일 경향신문은 사설 <정권 비판했다고 망자 명예까지 훼손하나>에서 “이남종씨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안이라고 해서 망자의 명예까지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면서 “제도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정보기관의 국기문란 사건이 결국 평범한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셈”인데, “경찰은 이씨의 분신을 개인의 금전적인 어려움에 따른 일탈로 몰아고 있는데만 급급하다는 이상을 주고있다”고 질타했다. <끝>

 

                                     ()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